MBC가 시사교양프로그램 '금요와이드'에서 노동자 인권을 다룬 아이템 방송분을 불방시키면서 시사프로그램 죽이기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20분 방송되는 금요와이드는 주로 여행지, 맛집 소개 등 생활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지만 '이슈 클로즈업' 코너에서 간단한 현안 시사 문제도 다루고 있다.

금요와이드는 24일 '이슈 클로즈업' 코너에서 독도 문제를 포함한 한일관계와 경주 소재 발레오 만도, 구미 소재 KEC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인권 탄압 문제를 방송에 내보낼 예정이었다.

그런데, MBC 경영진은 노동인권 탄압을 다룬 아이템에 대해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맞지 않고 편향돼 있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를 통보했다.

해당 아이템 방송분은 사측이 노조 조합원에게 푸쉬업, 오리 걸음, 한강철교 등 얼차려를 강요하거나 상급 산별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노동자에게 풀 뽑기, 화장실 청소 등을 시키는 등 노조 파업 이후 인권 탄압 사례를 다룬 내용이다.

노동 인권 탄압 아이템은 지난 21일 확정이 됐고, 23일 취재 PD가 지방으로 내려가 현장 취재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23일 저녁 방송내용을 김시리 CP에게 보고하자 김 CP은 '이런 아이템을 방송할 수 있겠느냐'라며 방송 불가 입장을 밝혔다.

특히 MBC 파업과 이번 방송 내용을 연관지어 방송 불가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금요와이드 제작진에 따르면 김시리 CP는 방송 아이템을 보고받고 "회사에 먹칠하려고 하느냐, 누가 봐도 우리 회사가 연상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제작 총괄을 맡은 이영백 PD는 이에 대해 "지난해에도 학생인권 조례 문제라던가 초등학생을 체벌해 징계한 이야기라던지 사실관계와 사안이 분명한 아이템을 많이 다뤘다"며 "그런 차원에서 노사 대립 문제를 다룬 게 아니라 어떻게 사측이 힘없는 노동자들의 인권까지 탄압할 수 있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한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방송 내용이 노사 관계의 대립을 다룬 게 아니라 비상식적인 인권 탄압을 다룬 아이템이라며 직접 프로그램을 보고 결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방송을 보고나서도 MBC는 편파적이며 사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의견을 다루고 있다며 방송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김철진 국장 역시 “파업을 다룬 것 자체에 화가 난다. 금요와이드에서 노사 문제를 다룬 적이 있느냐"며 불방을 결정했다.

김 국장은 방송 중 조합원들이 얼차례를 당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오리걸음을 시켜도 다 이유가 있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영백 PD는 "양심과 상식에 의해서 만든 프로그램인데 불방 결정에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보고 절차를 문제 삼으면서 방송 내용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불방을 최종 결정했다.

이 PD는 "저희 프로그램은 생활 정보를 주로 다루지만 교양 PD의 사명감이나 자부심을 가지고 공영방송으로서 사건사고와 소외된 사람을 다룰 수 있는데 이를 못마땅해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MBC는 해당 아이템을 맡은 김정민 취재PD에 대해 불방에 대한 책임으로 경위서 작성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정작 불방을 결정한 것은 MBC 경영진이지만 불방에 대한 책임은 방송을 원하는 제작 PD가 지라는 것이다.

심지어 김철진 국장은 "시사문제를 다루기를 원하느냐, 니가 원한다면 당장 시사제작국으로 발령을 내주겠다"며 인사권을 가지고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교양제작국 소속 PD들은 이번 불방사태가 PD수첩과 불만제로 불방 사태의 연장선상으로 시사프로그램 죽이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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