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북풍몰이' 그 사연은?
조선일보 '북풍몰이' 그 사연은?
초반 차분했던 보도태도 점차 '모든 가능성' 차단

“26일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함몰됐다는 소식이 밤 10시 반쯤 처음 전해지기 시작한 이후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각종 설이 제기되며 혼란을 더했다…일부 언론에선 ‘북의 공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 확실해 보인다’는 단정적인 보도가 나왔다….”

천안함 함몰 소식을 처음 전하면서 조선일보가 지난 27일자 2면에 쓴 기사 내용이다. <사고 원인 두고 설 난무…혼란 더해>라는 게 이 기사의 제목이었다.

그러나 이후 조선의 보도를 보면, 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미국에서 판단 여부에 신중함을 보이고 있는 북한 개입 문제에 대해 ‘카더라’식 보도를 함으로써 ‘북풍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로 조선 보도를 살펴보면, 사고 첫날인 27일 가장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26일 밤 11시가 다 돼 타전된 돌발 상황에 대해 편집국 내부가 ‘비상 상황’이었으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당시 조선은 <1200t 초계함 침몰…해군사상 최대 함정 참사>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천안함 침몰 소식을 스트레이트로 전했다.

   
  ▲ 3월27일자 조선일보 2면  
 
조선은 2면 <함정 내부폭발이나 기뢰 충돌 가능성…교전은 아닌듯> 기사에서 “북한과의 교전이 없었다면 (함내 폭발사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정부도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북한 어뢰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침몰 해역의 수심이 40~50미터 정도로 잠수함이 활동하기 어렵다”는 해군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하면서 “다만 북한의 소형 잠수정이 소형 어뢰를 장착하고 은밀하게 침투해 천안함의 뒤에서 공격했을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추후 조사에 의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 기뢰 설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상 가장 낮게 봤다. 조선은 “천안함 침몰 해역은 조류가 7~8노트에 달할 정도로 빨라 기뢰를 부설하기가 어려운 해역으로 꼽힌다”며 “이런 해역에 기뢰를 부설하면 기뢰가 북한 해역으로 흘러가 북한 함정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주말을 거치며 달라졌다.
조선은 29일자 1면 <‘기뢰 폭발 가능성’ 집중 조사> 기사에서 지난 27일까지만 해도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봤던 ‘기뢰’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정부와 군 당국은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1200t급 초계함이 순식간에 두동강이 날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 만큼 선박 내부의 실수 또는 암초와의 충돌 등 단순 사고에 의한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조선이 27일 가장 높은 가능성을 점쳤던 사고 원인이 주말 동안 군 당국에 의해 번복된 것이다.

조선은 이어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배의 후미가 폭발한 뒤 침몰에 이른 정황, 침몰하기 전까지의 선박 내 상황과 인근 해역의 지리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기뢰로 인한 참사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배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사고 원인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발언에 이어진 기사 내용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조선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뢰’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기뢰의 주체가 누구인지 현재 가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라며 “이번 사건에 북한이 연루됐다는 단서는 아직 없다”는 처와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특히 조선은 이날 <“기뢰에 맞으면 충격파로 붕 떠…50cm쯤 떠올랐다는 증언 뒷받침”> 기사에서 “기뢰에 맞으면 수중에서 충격파가 생기고 붕 뜨는 현상이 나타난다. 천안함이 20~50cm쯤 떠올랐다는 생존 승조원 증언도 기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라는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전문가의 의견을 제목으로 뽑았다.

군사 및 군함 전문가들에게 사고 원인에 대한 가능성을 물어 작성한 이 기사에서 스스로 “폭발력이 기뢰․어뢰 등 ‘외부 충격’ 때문인지, 적재한 폭약․유류 등 ‘내부 폭발’ 때문인지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갈렸다”면서도 제목을 ‘기뢰 가능성’으로 뽑아 쓴 것이다.

조선은 30일부터 ‘북한 개입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다. 1면 <“북한 개입 가능성 없다고 한 적 없다”> 기사는 김태영 국방장관이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한국군 기뢰는 서해안에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폭발 가능성은 낮다”며 “6·25전쟁 직후 북한이 운영했던 바다 기뢰는 그동안 많이 제거했지만 완벽한 철거가 안 됐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고. 북한이 부유기뢰를 외곽에서 흘렸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이날 조선 기사 가운데 압권은 사설이었다. 조선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어뢰나 기뢰를 이용한 의도적 공격으로 드러날 경우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간 서해 북방한계선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력 도발을 공공연히 외쳐왔고, 과거부터 경비정과 반잠수정 등을 동원한 파괴 활동을 계속해 온 북한”이라며 “천안함이 북한의 기뢰 또는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한 것이 사실로 입증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결정해야 할 고비를 맞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시에 준하는 국가적 위기도 각오해야 한다” 주장했다.

   
  ▲ 3월30일자 조선일보 사설  
 
천안함 침몰 원인이 기뢰나 어뢰 때문인지,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뢰가 어느 나라 것인지에 대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개입’을 전제로 ‘전시’ 운운하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튿날인 31일에는 ‘북한 개입설’에 쐐기라도 박듯 <“침몰 전후 북 잠수정이 움직였다”>는 기사가 1면에 나왔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이 기사에서 조선은 “사고 발생지역인 백령도에서 멀지 않은 북한 서해안 잠수함 기지에서 천안함이 침몰한 지난 26일을 전후해 잠수정(또는 반잠수정)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북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이 기지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어서 이번 사고와의 연관성을 단정하기는 힘들다”라고 했지만, 조선은 ‘종종 있는 일’을 이번 사고와 연결지으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청와대는이에 대해 “궤적이 불분명하지만 천안함 사고와는 별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3월31일자 조선일보 1면  
 
반면, “이번 사고에 제3자가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말, 미국이 북한의 동향 등을 통해 천안함 침몰이 북한과는 무관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은 5면 하단에 처리됐다.

청와대가 ‘별개’라고 했던 ‘김정일 방중설’도 조선은 천안함 침몰과의 연관성을 부각시켰다.

1일자 1면 <김정일 곧 방중> 기사에서 조선은 청와대 당국자 말을 인용해 “(작년 말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김정일 방중이 상당히 임박했다”고 전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방중)과 천안함(침몰)은 별개 문제로 본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조선은 2면 <‘천안함 침몰’ 와중에…김정일 방중 속뜻은> 기사에서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연루됐을 것으로 보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방중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의 말을 전했다.

외부인의 코멘트이긴 하지만, ‘북한이 연루됐을 것으로 보는 국제사회’라는 말은 미국에선 이미 북한이 관계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전날 보도와도 배치되고, 김 위원장의 방북을 굳이 천안함과 연결시키는 것은 조선이 1면 기사에서 인용한 ‘지난해 말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내용이라는 점에서도 어색해 보인다. 그럼에도 조선은 “천안함 침몰과 북한은 별개인 만큼 김정일 방중과 천안함을 연계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양무진 경남대 교수의 진단을 기사 말미에 단 채 북한이 연루됐다는 세간의 의혹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방중을 계획한 것처럼 제목을 달았다.

사고 원인을 북한의 기뢰·어뢰로 몰아가려는 움직임도 여전했다. 조선은 4면 <북 반잠수정, 수심 20~30m에서 어뢰 공격 가능> 기사에서 “천안함 침몰사고의 원인이 기뢰·어뢰 등에 의한 외부 충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북한의 잠수정 및 반잠수정의 동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사고 원인이 북한의 기뢰·어뢰로 판명될 경우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유력한 공격 수단이 잠수정 또는 규모가 작고 침투용으로 주로 쓰이는 반잠수정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 4월1일자 조선일보 4면  
 
그러나 한겨레 기사는 조선의 주장이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1일자 5면 <보수쪽 ‘북어뢰 공격설’ 근거 부족> 기사에서 한겨레는 “북 잠수함의 어뢰발사설은 북한 잠수함9정)이 몰래 다가와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북한으로 도망갔다는 것”인데 “북한 잠수함(정)이 어뢰음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어뢰를 발사하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한국전쟁 때 북한이 설치한 기뢰가 폭발했다는 주장에 대해 “60년 동안 바다에 있던 기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북방한계선 북쪽에 설치한 기뢰가 조류를 타고 흘러들어왔을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사고 해역이 조류 흐름이 하루에도 3~4차례 수시로 바뀌는 곳이라 기뢰가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낮은데다 어선들이 빈번히 다니는 항로인데 지금껏 기뢰 사고가 보고된 바 없다는 사실 등에 비춰 신방성이 낮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제시했다.

천안함 절단면이 고른 평면에 가깝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로 파괴’ 현상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조선은 이것도 기뢰나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설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어뢰나 기뢰로 인한 수중폭발로도 일부 절단면이 깨끗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은 ‘피로 파괴설’에 대해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라며 “군함은 훈련에 참가한 뒤에 반드시 정비창에서 철저하게 정비를 받기 때문에 외부 충격 없이 함선의 노후 때문에 침몰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조선의 보도를 보면, 사고 직후인 지난달 27일이 가장 ‘차분’했다. 그 경위는 김창균 정치부장이 지난 31일자에 쓴 칼럼 <“北 소행 분명”만큼 위험한 “北 연관 없다”>에 나와 있다.

김 부장에 따르면, 조선은 천안함 침몰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달 26일 밤 10시 40분쯤 조선일보 정치부는 청와대와 국방부 두 라인을 통해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밤 11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북(北)이 연관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청와대 쪽의 '1차 판단'이 전해졌고, "내부 폭발 또는 기뢰와의 충돌 가능성, 둘 중 하나"라는 입장이 다시 전해졌다. 그러나 국방부는 "외부에서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 부장은 “청와대가 이런 국방부의 입장까지를 포함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보고, 다음날자 최종판 신문에 '사고 원인은 내부폭발 또는 기뢰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그러나 국방부가 28일 안보관계장관 회의에 '천안함 사고 원인은 어뢰 공격 또는 기뢰와의 충돌 가능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보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는 "어뢰 가능성은 없다"와 "기뢰 가능성이 높다”고 엇갈렸다며 “한가지 분명한 것은, 청와대의 사고원인에 대한 판단은 '가급적 북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줄이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청와대보다는 군의 정보에 더 무게를 둬 보도를 하면서 ‘북 개입설’과 ‘기뢰·어뢰 공격설’에 무게중심을 싣게 됐다는 얘기로 들린다. 

김 부장은 “혹시라도 천안함 사고를 다루는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정상회담을 포함해서 남북 관계를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강박(强迫)으로 자리잡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무턱대고 ‘북 소행이 분명하다’는 태도도, 충분한 근거 없이 ‘북 연관 가능성이 없다’는 태도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27일 이후 조선의 초계함 보도를 보면 조선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지 않고 이번 사태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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