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언론에서 보도하는 통계, 거짓말 투성이
언론에서 보도하는 통계, 거짓말 투성이
국책연구소 통계 입맛대로 인용하거나 왜곡 사례 많아

“전문직 소득 1위는 변리사, 연봉이 6억원이 넘는다.” 국세청 자료를 인용해서 해마다 국정감사 무렵이면 되풀이되는 오보 가운데 하나다. 6억원은 소득이 아니라 국세청 과세지표일 뿐이고 연봉이라기보다는 변리사 사무소의 평균 매출이라고 보는 게 맞다. 한 사무소에 변리사가 여러 명 있는 경우도 있고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소득은 훨씬 못 미친다는 게 변리사협회의 설명이다.

기사가 나오고 나면 변리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학부모 전화가 쏟아지고 그때마다 해명자료를 내보내지만 비슷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고용정보원이 세무사들 월 평균 소득이 1073만원이라는 자료를 내놓아 세무사협회가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알고 보니 이 자료는 세무사 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였다. 전문직 소득 1위를 차지했던 변리사들은 설문 응답자가 8명밖에 안 돼서 통계에서 빠졌다.

일찌감치 19세기 영국의 수상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첫째는 그냥 거짓말이고 둘째는 빌어먹을 거짓말(damned lies)이고 셋째는 통계”라고 통계의 오류와 착시현상을 비꼰 바 있다. 변리사 소득처럼 해석이 잘못된 경우도 있지만 세무사 소득처럼 애초에 통계가 부실하거나 의도적으로 통계를 왜곡, 또는 필요에 따라 입맛대로 골라 쓰는 경우도 많다.

100만 해고된다더니 63% 정규직 전환

올해 우리 언론의 대표적인 통계왜곡 사례는 “비정규직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100만 해고대란이 온다”는 보수·경제지들의 보도였다. 100만 해고대란설은 이영희 당시 노동부 장관의 일방적인 주장이었는데 상당수 언론이 이를 확대재생산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연기 또는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정규직법 개정은 결국 실패했고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비정규직의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100만 해고대란설의 통계적 오류는 명확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근속년수 2년이 넘는 기간제 노동자는 64만8천여 명, 이 가운데 전문직 등 예외 직종을 빼고 올해 7월부터 2011년 3월 사이에 2년 제한을 맞게 되는 사람은 최대 40만 명 밖에 안 된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9월 노동부 실태조사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 이후 1년 동안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되는 노동자는 모두 38만2천 명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실태조사 발표를 한 달 이상 늦춰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100만 해고대란설이 터무니없는 과장으로 드러났는데도 언론의 왜곡보도는 계속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계약기간 만료자 1만9760명 가운데 계약이 종료된 사람은 37%인 7320명에 그쳤다. 나머지 63%는 법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36.8%"였고 "나머지 26.1%는 종전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하고 있다"면서 "이런 '편법 재계약'이 성행하면서 해고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기상천외한 해석을 내놓았다. 동아일보는 "나머지 26%, 시한폭탄"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법적으로 정규직인 이들은 해고가 쉽지 않아 기업에 부담을 주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실업률과 고용률이 다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 실업률이 3%라는 정부 발표 역시 아무도 믿지 않는 대표적인 통계조작의 사례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률은 올해 초 4%에 육박했다가 하반기 들어 3% 초반에 머물러 있다. 10월 기준으로 실업자는 79만9천 명에 이른다. 그런데 여기에는 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그냥 쉬는 사람과 구직 단념자, 취업 준비생 등이 빠져 있다. 임시 일용직을 포함하면 광의의 실업률은 15%에 육박한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심지어 이른바 조중동도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하지 않는데 연합뉴스는 "세계적으로 실업대란이 몰아닥친 가운데 한국의 실업률과 실업률 상승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OECD 평균 실업률이 7.8%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실업률은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다"고 보도해 관변매체라는 세간의 비난을 입증했다.

실업률 통계의 오류는 고용률 통계에서 확인된다. 우리나라 고용률은 지난해 63.8%로 OECD 평균 66.5%에 못미쳤다. 실업률이 최저 수준인데도 고용률이 평균 이하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비경제 활동인구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년인턴 등으로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는 것도 착시현상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종시, 5년 전 178억원 이익이라더니

이명박 정부 집권 중반의 최대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세종시 이전 문제도 결국 부실한 통계가 논란의 핵심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은 “원안대로 세종시로 정부부처를 이전할 경우 해마다 3조~5조원의 비용이 발생해 앞으로 20년 동안 100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5년 전 재정경제부는 “지역 내 총생산이 해마다 9조4천억원씩, 20년 동안 178조6천억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100조원 손실 역시 따져 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행정연구원은 공무원들이 세종시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오가는데 소요되는 교통 및 시간 비용을 연간 1200억~13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정작 그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책의 적기 대응이 어렵거나 부처 간 소통이 미흡한 데 따른 정책 품질 저하 등에 따른 비용"을 3조~5조원으로 추정한 것도 주먹구구식 꿰어 맞추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처가 다르다고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어떻게 이렇게 정반대의 전망이 나올 수 있을까. 5년 전 재정경제부는 수도권 인구가 170만 명 가량 줄어들면서 해마다 1조3천억원의 교통혼잡 비용과 1060억원의 환경오염 비용이 줄어들고 수도권 땅값과 집값도 각각 1.5%와 1%씩 낮아져 서민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5년 뒤 국무총리실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역경제 발전 효과는 제외하고 행정 비효율만 강조하고있다.

영리병원, 어느 통계를 믿을까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국책 연구기관이 얼마든지 정부의 주문에 따라 전망과 통계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영리병원 도입에 찬성하는 기획재정부가 연구용역을 맡긴 한국개발연구원이 의료 서비스 가격이 2500억원 줄어들 거라는 전망을 내놓은 반면 반대 입장인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은 개인병원 가운데 20%만 영리병원으로 전환해도 최대 4조3천억원 늘어날 거라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공동 기자회견을 계획했다가 엇갈린 연구결과가 나오자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 보도도 평소 논조에 따라 양쪽으로 갈렸다. 조중동과 경제지들이 기획재정부의 손을 들어준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을 거들었다. 양쪽 다 통계의 적실성을 따지기 보다는 경제효과와 의료공공성 가운데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이냐는 타협 없는 의견대립으로 치달았다.

조선일보는 “종합병원에서 3분 진료받으려고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것을 비롯해 의료서비스 질이 형편없다는 불만이 많다”거나 “진료비에 대한 통제와 규제도 많아 대부분 병원이 장례식장과 주차장 같은 부대시설로 수익을 얻는 실정이다” 등의 논리를 펼치면서 영리병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겨레는 “어렵게 쌓아온 기존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허물어뜨릴 영리병원 도입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살리면 홍수 피해 없어진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제효과 역시 터무니없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보수언론의 여론 조작이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에 책정된 예산 22조2천억원은 최근 5년간 연평균 홍수 피해액 2조7천억원이나 복구비 4조3천억원, 예방투자비 5천억원 등을 감안하면 많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로 홍수 피해를 없앨 수 있나. 이런 상식적인 의문을 보수언론 지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올해 여름 부산 지역의 참혹한 침수 사태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산사태와 도로 유실, 하천과 계곡 범람 등은 4대강 살리기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해마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곳은 4대강 유역이 아닌 강원도 산간 지역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자연재해의 연평균 피해액은 2조2262억원, 이 가운데 4대강 수계의 자연재해 피해액은 1조2781억원이다. 이는 태풍과 호우 피해 등을 모두 더한 것이다.

일정 부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홍수 피해를 줄여준다는 가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본류를 정비해서 지류의 홍수 피해를 예방한다는 주장은 많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이철재 환경연합운동 물하천국장은 “본류의 수위를 낮춘다고 해도 지류의 수위가 낮아지는 효과는 수 km 정도에 그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4대강 정비도 중요하지만 지류와 하천 정비가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노무현 때 집회 금지 더 많았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의 "참여정부 시절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의 집회 금지가 훨씬 더 많았다"는 주장은 통계 왜곡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신 의원은 지난 6월 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참여정부 때 집회 금지가 2006년 4건, 2007년 12건이었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는 6건 밖에 안 됐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이 신 의원의 주장을 비중있게 다뤘다.

신 의원은 "민주당이 여당이던 때 서울광장 사용을 더 많이 막았으면서 야당이 되자 공안 탄압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최소한의 정치적 일관성도 없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참여정부는 2004년 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신고가 접수된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 반대집회 3669건 가운데 1992건을 금지했다. 금지율은 54.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집회는 금지율이 19.1%, 비정규직법 관련 집회는 3.2%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거리 기자회견은 물론 삼보일배나 자전거 행진 등까지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강제로 해산시켰다. 광우병 대책회의의 경우 금지통고를 받은 뒤 아예 신고 없이 집회를 강행하기도 했다. 올해 5월과 6월 같은 경우는 서울광장의 집회가 100% 금지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시절에는 집회 신고가 더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지도 더 많은 것처럼 보이고 이명박 대통령 들어와서는 원천 금지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다.

공급 늘려 집값 잡는다는 오래된 거짓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뿌리깊은 통계조작은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른다, 그래서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분양이 넘쳐나서 정부가 건설업계를 긴급 지원한 게 1년 전인데도 이런 주장이 버젓이 주요 일간지 지면을 장식한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2005년 98.3%에서 지난해 100.7%로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게다가 내년부터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 대규모 신규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지들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을 근거로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의 1인 가구가 8%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의 대부분이 주택 구매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전세대란을 강조하면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많지만 일부 지역에서 전세가격을 올려 받으려는 움직임이 관측될 뿐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가격은 오히려 하향 안정추세다.

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잡는다는 논리의 가장 큰 함정은 투기적 가수요가 고려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공급이 늘어날 때 가격이 낮아지는 게 맞지만 가격거품이 존재하고 투기가 성행할 때는 오히려 가격이 뛰게 된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연합 본부장은 “부동산 개발이익과 시세차익을 환수하고 중장기적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국책연구원 통계조작, 눈을 의심할 정도”

언론법이 통과되면 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계조작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믿기 힘들 정도였다. KISDI는 2006년 우리나라 GDP 8800억달러를 1조2948억달러로 부풀려 이를 근거로 GDP 대비 방송시장을 선진국 평균 0.75%에 못 미치는 0.68%로 축소했다. 이 문제를 처음 지적한 홍헌호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책연구소가 통계조작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미FTA의 경제효과가 209억달러에 이른다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 역시 통계적 오류라는 지적이 있지만 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결과를 인용한 것인데 일반균형모델(CGE) 모델을 사용해서 얻은 결과를 다시 CGE 모델에 집어넣어 성장률 전망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범철 경기대 교수는 “애초에 예측모델부터 타당성이 없기 때문에 분석 결과의 신뢰성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우리나라 기업들 사회보장 기여금 증가 폭이 OECD 나라들 가운데 가장 크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실제 비율로 보면 우리나라는 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다. 증가 폭을 과장하면서 정작 비율을 누락해 통계적 착시를 불러오는 왜곡보도의 전형이었다. “정규직 보호가 실업률을 높인다”는 KDI의 보고서도 상당수 언론이 인용했지만 실제 보고서의 결론은 이와 무관한데다 이 부분은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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