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와 언론개혁-③ 신문시장 정상화] 막가는 신문사는 ‘나랏님’도 못막나
[노무현정부와 언론개혁-③ 신문시장 정상화] 막가는 신문사는 ‘나랏님’도 못막나
신문고시 어설픈 시행뒤 경품 가격·무가지 기간 2배 ‘껑충’

지난해 5월을 전후로 본격화된 자전거 경품으로 인한 신문시장의 혼탁상은 해가 바뀌어도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겨울철 비수기인데도 수도권 일대 아파트지역을 중심으로 거대 신문사들의 자전거 판촉이 계속되고 있는 것.

특히 노무현 차기 정부가 불공정한 신문시장에 대해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내달 25일 새 정부 출범 전에 조금이라도 부수확장을 하기 위해 막판 판촉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중앙일보 노원북부지국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까지 신규독자에게 사은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중이다. 이 지국은 홍보지를 통해 “신문 판촉물이 사회문제화 돼 2003년 2월부터 판촉물 사용이 일체 금지될 것 같다”면서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지국이 내건 경품은 자전거, 옥매트, 진공청소기, 전자렌지, 할로겐히터, 전화기, 믹서기, 옥이불 등이다.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는 서울지역의 한 동아일보 지국장은 “지난달 초부터 판촉경쟁이 누그러지는 듯했으나 대선이 끝나자 일선 지국장들 사이에서 ‘노당선자가 취임하는 2월 말부터 확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한겨울에도 자전거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도 이달 초 담당직원이 ‘판촉물을 써서라도 확장을 더 해놔야 한다. 지난해만큼 지원금을 주겠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신도시 아파트지역의 한 중앙일보 지국장도 3월부터 판촉 규제가 실시될 예정으로 보고 각 지국별로 신규독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본사 담당자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품을 못 쓸 수 있으니 그 안에 다 쓰라’고 했다”면서 “아파트는 이미 다 훑은 상태라 주택지역까지 나가고 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년여간의 판촉전에 1억짜리 아파트를 날렸다는 그는 “지국 경영 16년째를 맞는데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지국을 내놓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자전거를 동원한 거대 신문사의 이같은 과열경쟁으로 지난 17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판촉요원이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하지만 중앙일보 판촉을 전문으로 하는 한 요원은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6월 경기도 평촌에서 3일 간격으로 재연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지국 직원간 폭행도 자전거 경품에서 비롯됐다. 그 현장을 목격한 한 지국장은 “이러다 언제 살인사건이 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자전거 이외에 김치냉장고, 컬러TV, 핸드폰 등 고가경품도 속속 등장했다. 조선일보 대전 연구단지 지국이 지난해 10월 컬러TV를 경품으로 제공했고, 조선일보의 전단광고 대행사인 조선아이에스가 지난해 11월 조선일보 일선 지국을 대상으로 컬러휴대폰과 김치냉장고 등 고가의 판촉용 경품을 권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선일보 동대문지국 보급소장은 “지난해 11월 경쟁사 지국의 경우 ‘자전거 약발이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대당 15만원 안팎의 김치냉장고를 수십대 들여놓았지만 수지도 맞지 않고, 독자들이 5만원을 부담해야 돼서 중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다른 매체 ‘끼워팔기’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급소장은 “1만원∼1만5000원을 받고 스포츠지나 경제지, 또는 주간지 등을 함께 제공하는 지국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고시 시행 후 판촉물 가격은 2배 이상, 무가지 제공기간은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무차별적인 경품 판촉에 지국운영을 포기하는 지국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조선일보 경기남부지사의 경우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5개 지국의 지국장이 이미 교체됐다. 대부분 15∼20년씩 지국을 운영한 이들은 본사에서 할당되는 매달 신규독자 7% 확장과 판촉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경품을 계속 쓰다보니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지국장은 “판촉을 안하면 매달 400∼500만원 정도 흑자를 내는데 경품을 썼다 하면 최소 700∼800만원씩 적자를 보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선 지국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면서 신문판매시장이 붕괴되고 있는 가운데 자전거일보가 평범한 자전거 판매업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항의도 잇따르고 있다. 자전거일보로 신문시장은 물론 자전거 판매시장까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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