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만PD 귀환, ‘곰’ MBC 자연다큐 명맥 잇는다
김진만PD 귀환, ‘곰’ MBC 자연다큐 명맥 잇는다
내달 3일 첫방영 MBC 창사특집 다큐 ‘곰’, 전 세계 12개 지역에서 2년 동안 촬영
“환경 메시지는 공유할수록 힘이 세져…힘들지만 공영방송이 자연다큐 제작해야”

MBC가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명가의 위상을 되찾을까. ‘아마존의 눈물’(2009), ‘남극의 눈물’(2011) 등을 제작한 김진만 PD가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곰’으로 돌아온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으로 알려진 배우 정해인이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곰’을 소재로 삼은 이유로 김진만 PD는 “영국쪽 팀과 회의하다가 영국의 북극곰, 한국의 지리산 곰 복원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 논의했다”며 “생태환경뿐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곰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되는 신화가 존재하는 이유, 곰이 종교와 숭배의 대상이 된 이유에 궁금증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인간의 욕심과 기후 변화로 사라지는 곰 이야기를 전하려고 지리산, 북극, 시베리아, 캄차카, 알프스, 쓰촨 등 전 세계 12개 지역을 촬영했다. 제작 기간은 역대 MBC 다큐멘터리 가운데 최장 기간인 2년, 5000시간 넘는 촬영 분량은 300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현실감 있고 사실적인 영상을 구현하려고 국내 자연다큐멘터리 중 처음 HDR(High Dynamic Range)기술을 적용, UHD화질로 제작했다. 제작비로 15억원이 투입됐다.

▲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제작진이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제작진이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김진만 PD는 “다큐멘터리 제작은 갈수록 힘들다. 제작 지원 문제도 있고 콘텐츠 경쟁도 심해졌다”면서도 “많은 경우 정보는 여럿이 공유하면 가치가 하락하지만, 환경 메시지는 가치를 공유할수록 힘이 세진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가 가야 할 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이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야”라고 전했다.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곰’은 12월3일 프롤로그 ‘곰의 세상으로’를 시작으로 ‘곰의 땅’(1월28일), ‘왕의 몰락’(2월4일), ‘공존의 꿈’(2월11일), 에필로그 ‘곰에게서 배우다’(2월18일) 순으로 월요일 오후 11시10분 방영된다.

김진만 PD, 송관섭 PD, 조철영 PD, 최정길 촬영감독 등 ‘곰’ 제작진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시사회를 열고 기획 취지와 촬영 현장 뒷이야기들을 전했다. 이날 시사회 현장에는 이근행 시사교양본부장, 진종재 콘텐츠시너지국장, 조준묵 시사교양부장, 이동희 콘텐츠프로모션부장 등 여러 MBC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다음은 제작진 일문일답.

▲ 28일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기자시사회에 참석한 제작진이 '곰아 사랑해'라는 진행자 멘트에 따라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8일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기자시사회에 참석한 제작진이 '곰아 사랑해'라는 진행자 멘트에 따라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배우 정해인을 내레이터로 섭외한 이유는.

김진만(이하 ‘김’) “인기 배우를 섭외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홍보다. 그리고 ‘눈물’과 같은 MBC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스토리 비중이 크다. 메시지 전달 만큼 이야기가 주는 감동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연기력이 좋은 배우를 섭외해야 한다. 정해인씨 광고나 오디오북을 우연히 들어보면서 목소리가 매력 있고 곰과 어울리겠다고 생각해서 내레이션을 요청했는데 너무 쉽게 섭외됐다. 밀고 당기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바로 한다고 하더라. (웃음) 더빙을 열심히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 기다렸을 텐데.

송관섭(이하 ‘송’) “‘올무곰’(올무에 걸려 한쪽 다리를 잃은 반달가슴곰)을 만나러 지리산에 올라간 게 3월 말이다. 베이스캠프를 친 뒤 보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니 얼굴을 보여줬고, 또 보름 후 새끼 얼굴을 보여주더라. 새끼곰이 내려올 때까지 한 달이 더 걸렸다. 산에서 먹고 자는 동안 오디오맨이 산에서 만드는 햇반요리의 대가가 됐다. 3분 요리만 두 달을 먹고 산 속을 돌아다녔다. 생리적인 현상이 생기면 삽 하나 들고 어디든 갔다. 냄새가 나면 멧돼지가 올 수 있으니 땅을 파야 했다.”

-위협을 느끼거나 예상 못한 순간이 있었나.

최정길(이하 ‘최’) “망원렌즈로 촬영에 집중하다 곰이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지 몰랐는데, 앞에서 ‘첨벙’하면 물이 튈 정도였다. 레인저(ranger)분들이 지켜주겠지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 뒤로 다 빠져서 없을 때 뒷목이 뻣뻣하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가서 오디오맨이 계속 등에 파스를 붙여줬다.”

김 “새끼를 데리고 있는 엄마곰이 가장 무섭다. 엄마곰과 가장 가까이 촬영한 게 조철영 PD다.”

조철영(이하 ‘조’) “사육된, 공연하는 곰을 만났는데 내 입을 맞추고 내 몸 위로 올라오는 일들을 겪었다. 실제 만져본 곰의 가죽이나 털은 굉장히 껄끄럽고 두껍고 발톱도 강하고 무게도 상당했다.”

▲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예고편 갈무리.
▲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예고편 갈무리.

-그럼 아빠곰은 뭐하나.

김 “수컷 곰들은 자식을 책임지지 않는다. 양육면에서는 ‘나쁜 놈’이다. 펭귄은 수컷이 함께 알을 부화시키고 암컷보다도 열심히 새끼를 돌보지만 수컷 곰은 짝짓기만 하고 떠난 뒤 암컷 홀로 새끼를 기른다.”

-‘남극의 눈물’에서 펭귄을 촬영할 때 PD가 펭귄모자를 쓴 장면이 화제였다. 이번에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나.

최 “판다를 촬영할 때 판다 의상을 입었다. 판다보다는 강도 같은 모습이었는데, 소변이나 대변을 옷에 묻혀서 판다들이 보기에 친근하도록 했다. 그런데 벼룩도 발라놨는지 굉장히 많이 물렸다.”

김 “규정상 입어야 했다. 자연으로 방사하는 판다는 사람을 봐선 안 되기 때문에 판다 옷을 입고 냄새가 나도록 한 채로 촬영에 임하는 게 중국 현지 규정이었다. (입으니 반응은 어땠나) 판다들이 신경 안 쓰더라. 촬영하는 걸 의식하지 않았다.”

▲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예고편 갈무리.
▲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예고편 갈무리.

-곰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김 “당연히 환경 이야기다. 곰이 인간 욕심과 기후 변화로 힘들어한다는 메시지다. 다만 어떤 스토리를 전할지는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무언가 찍어야겠다고 생각해 현장에 가봤자 찍힐리 없다. 관찰하고 촬영팀이 의논하며 얼마나 오래, 어떤 모습을 찍을지 논의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며 촬영했다.”

최 “‘빠삐용곰’(지리산을 세 번 탈출해 수도산으로 간 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초기에 발견된 뒤 세 번째 지리산으로 이동할 때 교통사고를 당해서 수술까지 받았던 친구다. 빠삐용 곰 의미는 지리산의 곰들이 거대한 동물원처럼 갇혀 있는 게 아니라 백두대간으로 넓혀 나갈 수 있다는 데 있다. 곰들이 지리산에만 머물면 근친교배와 같은 건강 문제 등이 있다. 이에 국민적인 찬반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번 다큐가 논란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고 우리가 반달곰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고 있다.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자연다큐멘터리의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김 “제작 지원 문제도 있고 콘텐츠 경쟁도 심하다. MBC 뿐만 아니라 다른 지상파들도 힘들어하고 있다. 그럼에도 환경다큐를 욕심내면서 만드는 이유는 기술적으로 UHD로 전하는 그림이 환경과 결합하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서다. 또한 많은 경우 정보들은 여럿이 공유하면 가치가 하락하지만 환경은 가치를 공유하면 힘이 세진다는 점에서 다큐가 가야 할 길 중 하나다. 어렵지만 공영방송이 안 할 수 없다.”

▲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예고편 갈무리.
▲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예고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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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8-11-28 19:53:56
공영방송이란 수익만 보는게 아니다.

다큐 2018-11-28 18:27:51

https://www.youtube.com/watch?v=4NLo5e4fNcU
[Philippe Sarde - The Bear (L'Ours) 1988 -
Suite from The Original Motion Pi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