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 불법촬영 카톡 보도, 언론의 자격을 묻는다
성범죄 피해 불법촬영 카톡 보도, 언론의 자격을 묻는다
‘불법촬영 스튜디오’ 카톡 보도에 “실체 파악 취재했냐” 반문… ‘2차 피해 우려’ 보도 포기한 언론사 있어

한 경제지의 ‘불법 누드 촬영 스튜디오 사건’ 피의자 카카오톡 공개로 300건 이상의 인용 보도가 양산돼 ‘2차 가해’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성범죄 수사 경찰도 “언론의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동환 총경(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지난 25~26일 동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카카오톡 기록을 공개한 언론사와 해당 보도를 ‘베껴 쓴’ 언론사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총경은 “한 매체가 피의자 신분의 혐의자가 플레이한 독을 덥썩 물었다”며 심사 숙고는 개나 줘버렸는지, 아주 살과 뼈도 바르지 않고 꿀꺽 삼켜서 배설해버렸다”고 썼다. 이 총경은 인용보도에 대해 “그 똥을 타언론사에서 마구 주워 먹고 그대로 싸질러 놓는다. 경찰이 2차 피해가 심각하다고 자제해달라는 문자를 시경(서울지방경찰청)과 취재라인에 보냈는데도”라고 지적했다.

▲ '불법 누드 촬영 스튜디오' 사건 관련 피의자 카카오톡 내용을 보도한 일부 기사 제목.
▲ '불법 누드 촬영 스튜디오' 사건 관련 피의자 카카오톡 내용을 보도한 일부 기사 제목.

경제지 A매체는 지난 25일 “[단독] 양예원 ‘이번주 일 없을까요?’…카톡 대화 공개” 제목 기사에서 가해자인 스튜디오 B 실장이 제보한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엔 사건을 폭로한 피해자 C씨가 ‘이번주에 일할 거 없느냐’고 먼저 물어본 메세지, 3개월 간 13번 촬영을 한 기록, ‘학원비를 완납해야 해 급하게 촬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적은 메세지 등이 담겼다. B 실장은 폭로 후 강제 촬영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도 후 하루 동안 인용 보도가 최소 300건 이상 쏟아졌다. 일부 매체는 “C 카톡 공개, 촬영 당시 포르노 속옷과 나체 스타킹 입어… ‘촬영용 XX 빌려주세요’” “‘벗었나? vs 벗겼나?’... C 카톡 충격 속 그 날의 진실 ‘논란 급부상’” 등의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들끓는 여론…양예원 카톡 공개 ‘눈물에 속았다’” 등의 기사처럼 피해자 무고 가능성을 다룬 보도도 대량 생산됐다.

이와 관련 수년 간 성범죄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 D씨는 2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성범죄 피의자들이 내는 증거 대부분이 ‘이렇게 행동하는 애가 피해자가 맞겠느냐’와 관련된 것들”이라며 “아무리 파렴치해도 가해자는 자기가 살기 위해 어떤 거짓말이라도 하는데 언론사가 그걸 어떻게 믿고 그대로 노출시키느냐”고 비판했다.

D씨는 “수사가 종결되지도 않았고 그런 카톡은 범죄가 없었다고 반증하는 증거도 아니”라고 말했다. 언론사가 사건 전반의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솔하게 증거를 공개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카카오톡 증거물은 B씨가 지난 3월부터 유출 사진 삭제를 의뢰했던 한 디지털장의업체 ‘이지컴즈’에서 복구했다. D씨는 “보도한 매체는 증거물 신빙성을 얼마나 확신하느냐”고 반문했다.

▲ '불법 누드 촬영 스튜디오' 사건 피해자 최초 폭로 영상. 사진=피해자 페이스북
▲ '불법 누드 촬영 스튜디오' 사건 피해자 최초 폭로 영상. 사진=피해자 페이스북

언론이 성범죄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범죄는 일선 수사 현장에선 ‘뇌신경 수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하고 민감한 범죄다. 수사기관은 경과된 시간, 사건 당시 감정상황, 내적요인 등의 이유로 피해자 기억이 일부 왜곡되거나 지워질 가능성도 염두에 둔다. 여성·청소년 범죄 수사계는 강력범죄, 특수범죄 사건과 달리 2차 피해를 우려해 수사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지침을 두고 있다.

D씨는 “이번 보도를 보니 언론이 가해자 말을 중계하는 수준을 넘어 확성기를 달아주더라”면서 “만약 사건 실체가 그게 아니면 어떻게 책임질거냐. 수사기관도 수사내용을 함구하는데, 긴가민가 할 땐 보도하지 말아야지 ‘아니면 말고 식’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담당 경찰서가 출입 언론사에게 ‘2차 피해 경계’를 권고한 후에도 ‘받아쓰기 보도’는 계속 됐다. D씨는 “개인의 2차 가해는 국지적이지만 언론의 2차 가해는 전국적”이라며 “미투운동 때 그렇게 한 목소리를 내더니 ‘2차 피해’ 개념은 수단일 뿐이냐”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한 지상파 방송사 내 뉴스팀은 A매체보다 먼저 카카오톡 메세지를 입수했으나 보도를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뉴스팀은 수사팀에 확인 취재를 한 후 2차 가해가 우려돼 보도를 잠정 중단했다고 전해졌다. 반면 A매체는 수사팀에 확인 취재를 하지 않았다. 인용보도한 매체 중 수사팀에 확인전화를 한 매체는 3곳이었다.

피의자는 보도된 카카오톡 기록을 수사팀에 제출하지 않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압수한 상태인데 압수 전에 미리 맡겨 복구했거나 아예 다른 휴대전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압수한 휴대전화는 복구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이 확인한 사건 피해자는 현재까지 총 6명이지만 수사 과정 중 추가될 여지가 있다. 디지털장의업체 ‘이지컴즈’의 박형진 대표는 26일 참고인 조사 차 서울 마포경찰서를 방문해 ‘지난 3월 같은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은 여성이 유출된 사진 삭제를 의뢰했고 삭제 작업 중 실장인 B씨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에 포함되지 않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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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05-28 19:12:21
서로 미디어를 활용했는데 이게 왜 문제????

쥐뜨 2018-05-28 01:17:49
'수사가 종결되지도 않았'으니 기자는 보도해선 안된다는건 어느 시대 언론 윤리입니까? 오히려 기자라면 사건 수사가 시작된지 이렇게 시간이 지날때까지 당연히 확보했어야 할 두 사람의 카톡도 검증하지 않은 경찰의 태만한 수사를 짚어내야하는거구요.

이번에 보니 경찰 서슬 참 무섭습니다. 또 기자들까지 우르르 나서서 팩트로 확인까지 된 사실을 보도한 기자를 몰려가서 경찰 말씀 받들어 조지구요. 참 기가 막힙니다.

대충 머릿속에 그려놓고 대충 수사하다가 영장 기각되고, 그려놓은 그림이랑 달라서 당황한 경찰, 물먹어서 열받은 기자분들 자중 좀 하세요 :)

쥐뜨 2018-05-28 01:14:32
손가영 기자님. 정확히 지적하고 싶은 문제부터 특정하시지요. 메시지가 문제입니까, 받아쓰기 하면서 자극적 보도 쏟아낸게 문제입니까, 그걸 보도한 기자가 문제입니까?

메시지가 문제라면, 그 메시지가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입증해야지요. 해당 카톡은 법원 증거로 제출될 수 있는 증거 검증을 받았으며, 이후 보도에 따르면 해당 카톡의 내용이 조작된게 아니라는 게 양씨측을 통해서도 확인된지 이미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기자가 검증을 통해 사실을 보도해도 문제가 되는지요.

아니면 그걸 보도한 기자가 문제였다면 당연히 반론권 보장을 위해 해당 기자의 의견을 구하셨어야죠. 반론권 보장 안했다고 비평하면서 본인은 해당 기자 입장도 안 받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