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폐쇄’ 외치는 그 날을 기다린다
‘특수학교 폐쇄’ 외치는 그 날을 기다린다
[미디어현장]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

지난 3월26일, 강서구 특수학교 ‘서진학교’가 들어설 구(舊) 공진초등학교에서 서울 특수학교 설립 추진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장엔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추진비상대책위원회 20여 명이 난입해 폭언을 쏟아부으며 특수학교 설립 반대를 외쳤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지만 이를 주최한 서울시교육청은 꿋꿋이 1시간가량 설명회를 이어나갔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해 9월의 ‘무릎 호소’ 이후 6개월 만에 열린 자리였다. 당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이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이 사진이 온라인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강서구 특수학교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했다. 급기야 지난해 말 교육부는 2022년까지 특수학교 22개교, 특수학급 1250학급 증설한다는 내용의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2018~2022) 계획을 발표했다.

▲ 지난달 26일 특수학교 설립 반대를 주장하는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추진비상대책위원회 측 한 남성이 설명회에 참석한 장애부모에게 삿대질하며 폭언하고 있다. 사진=비마이너 제공
▲ 지난달 26일 특수학교 설립 반대를 주장하는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추진비상대책위원회 측 한 남성이 설명회에 참석한 장애부모에게 삿대질하며 폭언하고 있다. 사진=비마이너 제공

폭력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끔찍하다. 현장에 있다 보면 그야말로 ‘멘탈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다. 여기에 마음 심란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난 사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다. 겉으로 보자면 저들과 나의 주장은 동일하나, 이유는 분명 다르다.

특수학교는 장애학생을 비장애학생에게서 분리한 공간이다. 이러한 분리된 공간은 없어져야 한다. 즉, 장애인을 비장애인에게서 분리하여 별도의 공간에서 교육하는 게 아니라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며 교육하는 ‘통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2008년 시행) 제정 운동 당시에도 장애부모들의 기본적인 요구는 통합교육 강화였다. 그러나 ‘무릎 호소’ 이후 특수교육을 향한 동정적 여론 속에서, ‘통합교육’이라는 특수교육의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은 낄 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당시 ‘특수학교 신설이 옳은가?’라는 질문은 의도와 무관하게 설립 반대 주민들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약 특수학교 신설이 무산되면 문제는 더욱 꼬이게 된다. 실제 특수학교가 부족해 왕복 4시간 동안 통학하는 장애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무릎 꿇은 장애 부모’라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을 원초적 감각이 뒤덮었고, 물음은 봉쇄됐다. 그 원초적 감각이란 장애에 대해 이 사회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감정, 시혜와 동정 아니었을까.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 사회가 도와줘야지, 하는. 즉, 부모들이 무릎 꿇는 순간 특수학교 신설 문제는 장애인 교육‘권(리)’의 문제가 아닌 시혜와 동정의 문제로 추락했다.

▲ 지난해 9월5일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 토론회, 장애학생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비마이너 제공
▲ 지난해 9월5일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 토론회, 장애학생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비마이너 제공

그럼에도, 나 역시 무릎 꿇던 부모들의 참담한 마음이 이해는 됐다. 올해로 통합교육이 시행된 지 10년이 됐지만 한국의 통합교육은 장애학생을 일반학교에 배치하는 물리적 통합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중증장애아를 둔 부모일수록 일반학교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특수학교를 찾는데 특수학교는 이미 과밀학급이 돼 입학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입학 유예를 고민하기도 한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에겐 초등학교 입학 자체가 큰 관문인 것이다. 일반학교에서 이뤄지는 특수교육이 한두 명의 특수교사 역량에 맡겨지는 것도 문제다. 특수교사가 계약직이라면 특수교육은 더더욱 불안한 위치에 처한다.

즉, 특수학교가 필요하다는 부모들의 ‘무릎 호소’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통합교육의 실패를 증언하는 목소리였다. 만약 이 사안이 통합교육 문제로 확장되고, 전체 일반교육 내에서 장애학생의 교육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 확장되었으면 어떠했을까. 깊은 아쉬움이 든다.

장애인 교육권 문제는 ‘교육 그 자체의 문제’이자 우리가 살아갈 사회를 만드는 토대에 대한 문제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12년간 장애인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 장애인과 함께 교육받으며 살아온 사람이 대하는 장애 문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장애부모단체는 서울시에 통합교육을 위한 정책제안을 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은 문제의 종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특수학교 폐쇄’를 외치는 그 날을 기다린다.

▲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
▲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


[관련기사 : 6개월 만에 열린 서울 특수학교 설명회… 반대 주민들 ‘욕설, 삿대질’ 퍼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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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018-04-07 13:19:08
강 기자~ 간만에 비정치적인 기사 좋네!! '장애인'보다 '장애우'가 더 옳지 않을까!? 안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