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촛불’ 마을미디어, 주민을 주민답게 만들다
‘일상의 촛불’ 마을미디어, 주민을 주민답게 만들다
[포럼] 서울공동체미디어포럼, 체계적 지원 시스템 골자로 하는 마을미디어 2.0 제안

215곳. 전국 마을미디어 숫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확장을 거듭해온 마을미디어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서울특별시 주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미디액트),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주관으로 열린 마을미디어 공동체 포럼에서 마을미디어의 과제가 제시됐다.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은 “정작 주민들이 마을미디어를 보고 듣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을TV와 마을라디오 모두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접근성이 낮다. “동작FM을 어떻게 해야 들을 수 있는지 주민들이 많이 묻는다. 팟빵에 접속하고, 그러려면 데이터를 써야해서 와이파이를 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등 설명이 굉장히 길어진다.” 양승렬 국장의 말이다.

▲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이 15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마을미디어 공동체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이 15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마을미디어 공동체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시설 지원’ 역시 중요한 과제다. 양승렬 국장은 “일정한 기반시설과 환경이 있어야 후속활동이 지속가능하다”면서 “제작을 위해서는 장비, 인력 등이 필요한데 소규모 비영리활동의 특성상 절대 자립모델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을미디어 운영단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장을 위해 운영담당자, 핵심회원, 참여자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정은경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실장은 “마을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기반은 사람”이라며 “강서FM의 경우 2015년 하반기에 활동가 혼자 시작했는데 이후 청년활동가 두 명이 함께 하면서 수익, 네트워크 활동 확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실태조사에서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를 묻자 상근활동가 인건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정은경 실장은 “서울시는 뉴딜일자리 차원에서 상근활동가를 지원하는데 청년 지원정책이라 대상이 38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고, 근무 기간 제한도 있어 한계가 많다”고 밝혔다.

양승렬 국장은 마을미디어가 ‘2단계’에 진입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민간의 역량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프로그램)를 기획하고 개발해왔다면 이제부터 공공의 지원으로 안정적인 소프트웨어 운영을 위한 하드웨어격인 지원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단위 마을미디어네트워크 발족 △마을미디어 지원조례 및 입법 활동 △주파수 확보 △공적 기금 지원 등 지원제도 안착 등이 거론됐다.

정은경 실장은 “시민 커뮤니케이션권 보장 측면에서 캐나다와 미국은 상업방송사 이익금 중 일정비율을 공동체미디어 기금으로 할당하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주파수 33%를 공동체 미디어에 보장한다”면서 “무상급식과 의무교육을 하는 것처럼, 또는 수신료를 내는 것처럼 마을미디어가 제3의 영역에서 공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체계적인 지원을 요구하되 가장 중요한 건 ‘공동체’와 ‘공론장’이라는 본질에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날 대표적인 ‘공론장’ 사례로 성북구의 마을미디어 잡지인 성북동천이 여러차례 언급됐다. 성북동천은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마을잡지 간행’ 사업이다. 지역 내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기록하고,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2013년 창간했다.

초창기에는 지역 역사유산을 소개하거나 골목탐방, 주민 인터뷰, 가게 소개와 같은 콘텐츠 일색이었다. 김기민 성북동천 편집위원장은 “그러다 대표보행거리 사업을 계기로 지역 현안, 주요 이슈 특집 섹션을 발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북동천은 서울시가 성북구에 ‘대표보행거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행권이 무엇인지, 대표보행거리가 조성되면 보행권이 개선되는지 여부를 조명했다. 이 과정에서 ‘보행권을 고민하는 성북동 사람들의 독서모임’을 열고 ‘성북동 개발계획검토 워크숍’ ‘환경 부정의투어’ 등을 진행했다. 

▲ 성북동천의 문제의식이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론장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보행권을 고민하는 성북구 사람들의 독서모임' 홍보 포스터.
▲ 성북동천의 문제의식이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론장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보행권을 고민하는 성북구 사람들의 독서모임' 홍보 포스터.

사양산업이 된 봉제업 중심 지역인 서울 창신동의 창신동라디오는 봉제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봉제마을 살 길 찾기’ 간담회를 열었다. 부산의 마을미디어인 ‘반송사람들’은 마을가로등 실태조사, 보행도로의 불편한 점 등을 직접 조사해 기사로 썼다. 부산 만덕동에서는 재개발과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대추나무골’ 마을신문을 발행하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정수진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 마을미디어연구소장은 “마을미디어는 자기발언권의 시작”이라며 “말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말할 기회를 갖고,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하는 ‘일상의 촛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을미디어를 계기로 주민이 마을 문제에 개입하는 순간 개별화된 개인이 아닌 마을과 연결된 공적 존재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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