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기사는 정보공개청구에 숨어있다
특종 기사는 정보공개청구에 숨어있다
[데이터 저널리즘] 전진한, “기자들, 정보공개청구 안 하고 보도자료만 받아 써”

“이런 엄청난 덩어리의 빅데이터들이 있는데 기자들은 정보를 달라고 하지도 않고 보도자료만 보고 기사를 씁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이 16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오늘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구글코리아가 공동 주관한 ‘데이터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기자들이 정보공개청구를 적극적으로 취재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이 미디어오늘과 구글,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가 16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공동주최한 ‘데이터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이 미디어오늘과 구글,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가 16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공동주최한 ‘데이터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전 소장은 “언론인 중에 정보공개청구 사이트를 제대로 이용하는 사람을 못 봤다”며 “빅데이터를 가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2014년 어느 날 서대문구에서 세 차례나 불심검문을 당한 날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항의했더니 경찰이 검색을 해보고는 사과하더라”며 “경찰이 내가 세 번 잡혔다는 걸 안다는 걸 깨닫고 집에 돌아가 바로 서울시 경찰의 불심검문 현황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년동안 서울시에서 640만 명에 대해 불심검문을 했다는 겁니다.” 그가 말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겨레는 “경찰 불쑥 ‘신분증 봅시다’…불심검문, 현 정권 들어 2배”라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전 소장은 지난해 6월 시민단체인 위례시민연대의 정보공개사례 청구도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송파구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진다는 의심이 있었지만 데이터로 증명되지는 않았다. 위례시민연대는 ‘일별 수위 조사 결과’와 ‘석촌호수 한강수 유입량’을 공개 청구했고 매일 평균 3800톤 가량의 물이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같은 내용은 경향신문에 “‘석촌호수에 매일 3800t 한강물 투입…지반안전성 영향 조사해야’”라는 기사로 보도됐다.

전 소장은 “공무원들이 허술해보여도 물의 양까지 데이터로 기록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기자들은 스스로 이런 데이터를 조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날 ‘데이터 저널리즘과 오픈 데이터’ 세션에서는 공공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팁’도 소개됐다. 조용현 서울시 통계 데이터 담당관 주무관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 열린 데이터 광장’에 공공데이터를 요청할 때 “담당 부서와 받고자 하는 데이터의 형식을 담당 공무원이 알기 쉽게 적어서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주무관은 공개 청구가 쉽지 않을 때 담당 공무원과 “대화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공무원이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근거와 절차가 이해되면 제공해 줄 것”이라며 “담당자가 당신 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미디어오늘과 구글,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가 16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공동주최한 ‘데이터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데이터 저널리즘과 오픈 데이터' 세션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호 오마이뉴스 데이터저널리즘 담당 기자,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 조용현 서울시 통계 데이터 담당관 주무관, 권혜진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 소장. 사진=이치열 기자
▲ 미디어오늘과 구글,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가 16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공동주최한 ‘데이터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데이터 저널리즘과 오픈 데이터' 세션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호 오마이뉴스 데이터저널리즘 담당 기자,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 조용현 서울시 통계 데이터 담당관 주무관, 권혜진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 소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종호 오마이뉴스 데이터저널리즘 담당 기자는 언론사도 취재한 공공데이터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애써 취재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건 ‘삽질’이지만 데이터를 활용한 다음에 공개하지 않으면 삽질해서 무덤에 묻어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322명의 2012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정치자금을 조사해 데이터 저널리즘 페이지를 열었다. 당시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디어오늘은 국회의원별로 구독하는 신문 순위, 기자 상대 식사 비용을 분석하는 기사를 썼다. 그는 “올해 대선에 나온 후보 중 4명이 제19대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작년에 나온 콘텐츠라도 계속 활용되는 효과가 있었다”며 데이터 저널리즘이 ‘에버그린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혜진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 소장 역시 ‘공유’를 강조했다. 권 소장은 언론사에서 취재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공동의 아카이브 제작을 제안하며 “그렇게 하면 각 회사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서로 다르게 정제하며 겪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협업과 연대로 선순환을 만들어보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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