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피해자’로 불리지 못하고 ‘죄인’이 된 사람들
세월호 ‘피해자’로 불리지 못하고 ‘죄인’이 된 사람들
[세월호참사 피해자 증언대회] “세월호 수색 민간잠수사 산재처리도 거절”… “‘세월호’ 지우려 교사들도 내보내”

“동료 잠수사의 죽음이 우리가 아닌 박근혜 정부 당시 해경청장 잘못이라고 법원에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사과 한 번 듣지 못했고 김석균 전 해경청장도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국가를 대신해 수행한 일들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우리에게 누명을 씌우고 우리를 돈벌이에 눈이 먼 사람들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 황병주씨는 자신을 비롯한 많은 민간잠수사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고 몸도 다쳤지만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상처와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전 산업잠수사로 일했던 황씨의 지금 직업은 대리운전기사다. 실종자 수습에 참여하고 돌아온 이후 일주일에 3번 투석을 받아야 했고, 매일 저녁 수면제를 먹어야만 간신히 잠들 수 있는 몸이 돼 산업잠수사 일을 그만두게 됐다.

민간잠수사 고 김관홍씨. 김씨는 세월호 참사 구조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와 잠수병을 앓다가 숨졌다. 사진=민중의소리
민간잠수사 고 김관홍씨. 김씨는 세월호 참사 구조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와 잠수병을 앓다가 숨졌다. 사진=민중의소리
황씨는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지원법 개정을 위한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지난번 해경에서 우리들에게 치료비 지원을 해주겠다며 조사를 했는데 치료비를 받기 위해 우리는 세월호 수색 참여로 입은 부상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며 “육체적 고통은 무리한 잠수와 트라우마로 인해 생긴 것인데 정확히 어느 시기부터 왜 아팠던 것인지를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민간잠수사들 중 현업에 복귀한 잠수사들은 일하다 몸이 나빠지면 세월호에 다녀온 후유증 아니냐며 산재처리를 거절당한다”며 “현업에 복귀하지 못한 잠수사들은 세월호에 다녀왔으니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일 거라며 매번 고용을 거절당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렸던 안산 단원고 교사 중 어렵게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김덕영 특수학급 교사는 “시신 확인에 참여한 일부 교사들이 밀폐된 공간이나 혼자 있는 방, 컴컴한 계단 등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극도의 심적 고통을 받았지만 어디 가서 드러내놓고 힘들다고 말하지 못했다”며 “단원고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죄인이었고 조용히 지내야만 하는 존재들이었다”고 술회했다.

단원고 교사들은 참사가 벌어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규 수업에 투입됐다.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단원고 교직원은 최대 2년의 특별휴직 부여되기도 했지만, 심리 치유 등 의료 지원을 받지 못했고 복직해선 단원고 외 학교로 배정받아야 했다.

김 교사는 “외국에선 이런 사고 당한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그 모임 안에서 서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어떻게 된 게 지금 단원고에 남아있는 교사 중 10%도 안 되는 인원이 2014년 근무한 교사”라며 “학교 안에서 ‘세월호’라는 걸 빨리 지우기 위해서 그 안에 근무했던 교사를 모두 밖으로 내보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세월호참사, 말하지 못한 피해자의 이야기’ 유튜브 영상 갈무리.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세월호참사, 말하지 못한 피해자의 이야기’ 유튜브 영상 갈무리.
김수영 변호사는 현행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상 피해자 범위의 문제점에 대해 “법에 규정된 피해자 범위는 세월호 진상규명법보다 넓게 규정해야 하나 정의 조항에서 차이가 없다”며 “민간잠수사와 진도 어민들, 자원봉사자, 단원고 교직원·학생 등은 법에 정의된 이들과 가족관계에 준하는 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재난의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 집단은 주체로서 참여하고 스스로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피해 자체를 인정하는 첫 과정인 ‘인과관계의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현재 배·보상 관련 법률의 일반적 체계에서 제3자들만의 심사 과정은 공정성에 현저한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은 9·11 테러에 관한 의료지원 및 배·보상 과정에서 신청자의 증상이 9·11 테러의 인정 질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과학기술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피해자 3인, 구조자 2인을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을 맡고 있는 단원고 2학년 8반 고 장준형군 아버지 장훈씨는 “몇 명의 정신과 상담의와 치유를 위한 각종 취미 활동 수준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금의 트라우마 치유센터가 아니라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된 종합병원 형태의 트라우마 센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생존자들과 민간잠수사, 그리고 직접적인 피해 지역인 안산시민과 진도군민을 포함해 사회적 참사 피해자 모두를 정확히 진료하고 치유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춘 종합 트라우마 센터를 꼭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이 역할을 다하지 못해 선량한 국민을 희생시킨 나라가 해야 할 최소한의 사후 책임”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이어 “유가족인 우리 피해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피해 대책은 세월호 관련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모두 공개하는 것”이라며 “그 정보를 감추었던 이유를 밝히고, 정보를 감추는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 처벌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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