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에 출연했던 탈북방송인 임지현(본명 전혜성, 26세)씨는 정말 간첩이었을까. 최근 임씨의 재입북이 알려지며 한국사회에선 자진입북이냐 납북이냐, 간첩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논란이 컸던 보도는 7월20일자 매일경제 단독기사였다. 매일경제는 북한 보위부출신 탈북자 이준호씨(57)와 인터뷰를 통해 “임씨가 애초부터 김정은 정권의 기획에 따라 위장 탈북한 뒤 사실상 대남공작원 활동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마치 임씨가 정찰총국과 밀접하게 연락해온 대남공작원인 게 기정사실화 된 것처럼 “(공작원들이) 정체가 탄로 날 것 같으면 남한 정부에서 준 임대주택 보증금을 빼 그 돈으로 외국으로 도피하거나 북한으로 되돌아간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장 언론계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나왔다. 근거가 너무 부실하다는 것.
국가정보원의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실화를 ‘자백’이란 영화로 풀어했던 최승호 뉴스타파 PD(MBC 해직PD)는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보위부 출신이라는 한 탈북자의 말을 유일한 소스로 삼아 임씨가 대남공작원이었다는 너무 대담한 결론을 내린 기사”라고 꼬집으며 “탈북자 간첩이 많은데 국정원 개혁이 웬 말이냐는 투의 결론은 국정원 간첩 조작범들이 사주한 기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CBS는 K씨와 인터뷰를 근거로 “임지현씨는 방송에서 비춰지는 모습과는 달리 많이 외로워했다. 딱히 의지할 사람이 없는 남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북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임씨는 서울 강남의 한 고시원에서 생활해왔는데, 떠나면서 귀중품과 옷을 모두 챙겨간 것으로 보인다. 액자 속 사진까지 빼갔다고 한다”며 “이런 점도 자진 입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자들은 체제 선전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심한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춰보면 임씨가 처음부터 대남공작원이었다는 보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떤 보도가 더 진실에 가까울까. 한 통일부 출입기자는 “CBS는 취재원이 임씨를 아는 남자친구였지만 매일경제의 취재원은 임씨를 전혀 모르는 탈북자여서 아무래도 CBS보도에 더 신뢰감이 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김정은 시대 들어 탈북자 재입국 사례가 20여건이 넘는다”며 “최근 추세를 보면 조직적인 재입북 공작 움직임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과 임씨가 간첩이라는 주장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어 “북한 기사는 어떻게 써도 소송에 걸리지 않지만 임지현씨가 만약 남쪽에 있었다면 매일경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