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실패했다. 미디어와 과학, 정보통신은 융합되지 못했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직까지도 업무 영역을 두고 혼선이 빚어진다. 종합편성채널은 흑자전환이 됐음에도 특혜를 유지하고 있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공전한지 오래다. 미디어오늘이 원내정당 소속 대선후보에게 보낸 미디어 정책 질의 및 22개 언론단체의 질의에 관한 답변을 종합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두 질의에 모두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조직개편은 ‘오리무중’ 방통심의위 축소에는 ‘동의’

가장 지지율이 높은 문재인 후보는 대선이 임박한 현재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측은 “민주당의 미디어 조직기구개편에 관한 내용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미디어오늘의 세부 질의에도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미디어 정책은 조직구조개편을 토대로 이뤄지는 데다 차기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조직구조개편안을 공개하지 않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 사회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민주당 측은 “후보자가 직접 입으로 언급한 조직구조개편 이외에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게 (캠프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포커스뉴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포커스뉴스.

유승민·안철수 후보는 방송통신위원회(규제)와 미래창조과학부(진흥)로 나뉜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분야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후보는 “확정안이 나온 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유사기능끼리 묶고 규제와 진흥으로 나누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ICT와 ‘기술적 의미의 통신’은 미래창조과학부를 개편한 디지털혁신부로 이관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후보의 개편안에 따르면 미디어분야는 방송언론위원회(방통위)로 개편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 등 언론분야 업무를 방통위로 통합해 거대 미디어위원회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후보는 미래창조과학부를 폐지한다는 점에서 유승민 후보와 다르지만 방송통신 영역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 영역을 통합한 미디어 총괄 합의제 기구를 만들겠다는 점에서는 유승민 후보와 같다.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대로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공정성 등 방송심의를 축소하고 통신심의를 폐지”하는 의견을 냈고, 문재인·안철수·유승민 후보는 방송 및 통신심의 축소 의견을 냈다. 이들 후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미디어 규제기구에 통합하거나 민주적 절차를 확보한 위원회로 개편하는 안을 내기도 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방통심의위 조직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 야권 “종편 의무송신 특혜환수”

방송분야 최대 현안은 종편특혜환수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다. 종편은 지상파와 달리 1사1미디어렙을 통해 사실상 직접광고영업을 하고 있으며 유료방송채널로는 이례적으로 10번대 황금채널 배정과 의무송신 덕에 지상파에 맞먹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 올해 종편4사 모두 흑자로 전환된 상황에서 신생사업자로서 부여된 특혜를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심상정 후보는 이 같은 특혜를 “모두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의무송신과 직접광고영업 특혜 환수 의지를 밝히며 “동일 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의무송신 특혜 환수에 찬성 의견을 냈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공청회를 통한 논의 및 여론수렴의 과정을 거쳐 제도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유보적인 의견을 냈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는 미디어 공약 중 △공영방송 사장 선임시 특별다수제 도입 △공영방송 이사 여야 비율 조정 △공·민영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도입 등 ‘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국회에 계류된 법안에 포함된 내용인 데다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이번 선거는 총선이 아닌 대통령 선거”라며 “국회 원구성은 그대로이고 행정부만 뽑게 되는데, 국회가 해야 할 법안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현실성과 구체성이 떨어진다. 대통령이 약속할 수 없는 국회 내 합의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공영방송 및 지상파 중심 정책과 관련해 유승민 후보는 다른 후보와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승민 후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는 원론적으로 찬성의견을 내면서도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국회 중심의 이사추천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또 문재인·심상정·안철수 후보가 지상파에 채널을 늘리는 지상파다채널서비스(MMS)를 확대하는 등 무료보편적서비스인 지상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시청지역 확대를 위해 (지상파에) 투자를 하는 것은 기술추세를 역행하는 정책으로 투자 대비 수혜자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해 IPTV나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무료로 지원하는 정책을 내놨다.

미디어 정책 비중 적고 재탕삼탕 많아

구 야권은 지난 대선에도 ‘지상파다채널서비스 도입’ ‘공동체 미디어 활성화’ ‘미디어 교육지원’ 등 공약을 제시한 바 있어 ‘재탕삼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공동체 미디어 관련 공약은 이전부터 있었다. 지금 공약은 10년 전 공약집에 넣은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세 (구 야권) 후보의 공약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세 후보가 지상파다채널서비스를 도입하거나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전부터 얘기가 나오던 것을 원론적으로 의지표명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미디어 공약 비중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정의당의 경우 10대 공약에 미디어 공약이 일정 부분 언급된다”면서 “당선가능성이 높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10대 공약에선 (미디어 분야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각 캠프가 언론, 미디어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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