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홍완선, 삼성합병 찬성 ‘손해 상쇄’ 조작 자료 배포”
특검 “홍완선, 삼성합병 찬성 ‘손해 상쇄’ 조작 자료 배포”
[수사결과발표] “국민연금 1388억 손해 알고도 청와대 지시 이행…이재용 등 8500억 이익, ” 공단 “내용 파악중”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과정에서 찬성할 경우 1388억 원의 손해가 날 것을 알면서도 내부 자료까지 ‘손해가 아니라는 방향으로’ 조작해 자료를 배포했다고 특검이 6일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씨 외에 국민연금 직권남용 사건 수사결과도 발표했다.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직권남용과 국회 위증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의 수사결과(공소사실)에 따르면, 문 전 장관은 2015년 6월 말 경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안종범과 고용복지수석비서관, 보건복지비서관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챙겨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보건복지부 조아무개 연금정책국장 등을 통해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으로 하여금 2015년 7월10일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 방향으로 결정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문 전 장관은 그해 7월17일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해 ‘직권남용(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문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6일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술적인 투자 결정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나 아니면 공단 이사장이 관여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해 국회에서의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이밖에 특검팀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의 공소사실을 통해 홍 전 본부장과 내부 직원들이 삼성 합병 찬성과정에서 찬성시 손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으면서도 마치 손해가 아닌 것처럼 자료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해 12월26일 오전 '삼성 합병 찬성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해 12월26일 오전 '삼성 합병 찬성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팀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2015년 7월 당시 국민연금의 찬반 의사표시에 딸라 사실상 합병 여부가 결정되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상태에서 찬성 시 국민연금에 약 1388억 원의 손해가 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와 함께 본인 자신도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비율 재조정이나 중간배당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특검은 전했다. 그러나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아무개 국장을 통해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라’고 자신에게 지시를 하자 삼성측에서 제시한 합병비율대로 찬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

특히 홍 전 본부장은 그 무렵 기금운용본부 리서치팀장에게 합병 성사 시 국민연공단이 입게 되는 손실 약 1388억 원을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합병 시너지 효과로 인한 이익을 산출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특검은 전했다. 이에 따라 홍 전 본부장은 리서치팀장으로부터 수치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분석 자료를 보고받은 뒤 2015년 7월9일 복지부 조 국장에게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결정하겠다’고 보고했다고 공소장은 적시했다.

특검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이튿날인 그해 7월10일 당시 외부 위원회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삼성 합병 안건을 전문위원회로 회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달 초순만 해도 홍 본부장 본인 스스로도 전문위원회 회부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음에도 이날엔 이 같은 전문위원장의 요구를 묵살하고 이날 오후 3시 내부 부하직원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를 개최했다. 홍 전 본부장은 배석자로 참석한 리서치팀장이 조작된 분석자료를 위원들에게 배포하도록 했다. 해당 팀장은 이 자료를 토대로 “삼성 측이 발표한 합병비율로 인하여 발생할 국민연금공단의 손실은 시너지 효과로 인해 생기는 2조1000억 원의 이익으로 상쇄된다”고 설명해 투자위원의 찬성투표를 적극 유도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투자위원회 과정에서 홍 전 본부장은 정회 시간을 이용해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반대로 합병이 무산되면 (국민)연금을 이완용으로 몰아세울 것 같다. 잘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투자위원들을 개별 접촉해 합병 안건에 찬성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특검은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날 찬성하기로 결정하고, 일주일 뒤(그해 7월17일)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 합병이 성사됐다. 특검은 이 같은 결정에 의해 이재용 등 삼성그룹 대주주가 최소 8549억 원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했고,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최소 1388억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적정 합병비율과 이 사건 합병비율 간 차이로 인한 손해액)를 입혔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삼성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결정을 하기 위해 국민 노후 자금의 손익관계 데이터까지도 조작했다는 것이다.

▲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월11일 오후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월11일 오후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대외소통팀 관계자는 6일 오후 “현재 말씀드릴 수 없다”며 “내용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언론홍보부 관계자도 “아직 내용을 파악을 못했다”며 “내용 파악을 해본 뒤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이 이처럼 외압에 취약한 점을 들어 공소제기와 별개로 제도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특검은 2100만 명의 국민으로부터 보험료를 납부받아 노후 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합병비율이 매우 불공정하여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외압을 받고 있는 합병에 찬성한 사실이 이번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국민연금공단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행사와 관련해 위와 같은 청와대 및 정부부처의 개입을 차단하고 그 독립성 및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실질화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검은 현재 ‘의결권행사는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하고,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찬성 또는 반대가 곤란한 안건에 대해 전문위원회에서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을 ‘위원 3인 이상이 전문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구한 주요안건은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안했다.

▲ 박영수 특별검사는 3월6일 오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박영수 특별검사는 3월6일 오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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