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에서 혁신비상대책위의 혁신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계파청산이라는 밑바탕 없이 집단 지도체제를 1인 지도체제로 변경한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연평해전 17주년을 맞아 경기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했다. 비슷한 시각 당 내에서는 출범 열흘여가 지난 비대위에 혁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14일 비대위가 출범 12일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혁신안은 1인 대표체제로 변경,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중 여성 의무 배치, 청년최고위원 별도 투표 등이다. 그동안 유지한 집단지도체제에서 당 대표의 권한이 약했다며 대표 1인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안이다.

▲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이 15일 경기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오찬에 앞서 장병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하지만 이 안은 당장 비판을 받았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새누리당 혁신비대위 제언’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당 혁신의 시작과 끝은 ‘계파청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비대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어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정진석 원내대표가 구성했던 비대위가 친박의 실력 행사로 무산된 점과 지난 정책워크숍에서 ‘계파를 청산한다’고 선언하는 퍼포먼스만으로 계파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말뿐인 계파청산은 그야말로 ‘가식적 레토릭(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며 의원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행동할 수 있고 당 운영 시스템이 작동돼야 계파청산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천제도 변화가 시급하다고 꼽았다. 김재경 의원은 “더 이상 국민은 당권을 쥐고 소수에 의해 전횡되는 공천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현행 당헌당규 상 공천원칙을 규정하는 경선 조항과 부적격자 조항만 남기고 분쟁과 해석 논란이 되는 부서 및 단서 조항을 과감히 삭제함으로써 국민과 당원이 공천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계파청산의 시작이자 핵심”이라고 꼽았다.

김 의원은 이어 “이런 노력 없이 비대위가 12년 만에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폐지하고 대표 1인에게 권한을 집중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공천 등 핵심이 되는 문제를 남겨 둔 채 대표 권한만 강화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이자 한국 정당 발전사의 퇴행”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논어에 나오는 “과즉물탄개(過卽勿憚改, 사람은 실수할 수 있고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전당대회 날짜 변경을 요구했다.

심 부의장은 “올림픽이 열려 온 국민의 시선이 올림픽으로 쏠려있는데 우리 전당대회로 시선이 옮겨 오겠는가”라며 전당대회 날짜를 올림픽 시작 전이나 후인 8월 하순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부의장은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에 대해서도 “대선 주자(부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 상황에서 이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며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사람들이 야당에 비해 현저히 밀리는 상황이므로 누구든지 당권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권-대권 분리 조항은 당 대표의 권한 비대화를 막기 위해 도입한 조항으로 심 부의장의 조언은 이를 역행하는 요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비대위 혁신방안은 차기 당권 주자로 최경환 의원이 유력하게 꼽히면서 ‘친박 당대표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바탕에는 친박계가 국민의 관심을 피해 최경환 의원을 당대표로 세우기 위해 올림픽 기간인 8월9일로 전당대회 날짜를 잡았다는 주장과 친박계에 유리한 당내 지형상 최경환 의원이 당권 도전과 동시에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깔려있다. 이 경우 계파 청산의 핵심에 놓인 친박계가 또 다시 당권을 장악했다는 비판에 다시 한 번 직면하게 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핵심을 빼놓은 겉핥기 혁신을 넘어 반혁신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과거 권한이 막강했던 총재 정치 시대를 마감하기 위해 시행한 조치를 다시 부활시키고 있다. 무늬만 혁신이고 실제 내용물은 반혁신적 조치만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