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170표 차이 났던 곳, 세번째 리턴매치 승자는?
지난 총선 170표 차이 났던 곳, 세번째 리턴매치 승자는?
[현장] 경기 고양갑 “지역 현안은 집권 여당이” vs “새누리당 힘쓰는 사람 있나”

경기 고양갑에서의 선거유세는 “하겠다”보다 “해왔다”는 문구로 채워진다. 현역 의원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18대 국회의원인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의 3번째 리턴매치이기 때문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손범규 후보(당시 한나라당)는 43.5%, 심상정 후보(당시 진보신당)는 37.7%를 얻었다. 19대 총선에서는 170표 차이로 심상정 후보(당시 통합진보당)가 당선됐다. 지역주민들 입장에서 20대 고양갑 총선은 “18대 국회의원이 잘했냐, 19대 국회의원이 잘했냐”는 선택이다.

심상정 후보는 수도권 진보정당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최초로 3선에 도전한다. 심상정 후보는 지역구 의원인 동시에 정의당 대표를 맡고 있다. ‘진보+중앙 정치인’의 이미지가 세다.

▲ 화정역에 위치한 심상정 의원의 선거사무소. 사진=정민경 기자
▲ 심상정 의원의 선거사무소 맞은편에 위치한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사진=정민경 기자
심상정 후보 측은 이러한 이미지에서 생겨날 수 있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 측 관계자는 “심상정이라는 정치인을 겉에서만 보면 ‘지역은 안 챙기고 당 위주로 돌아다니겠지’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았다”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서 무리하게라도 지역일정을 꼭 챙기는 편이다”고 말했다.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 측은 “야당 의원보다 여당 의원이 훨씬 더 지역을 잘 챙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정역 광장에서 만난 손범규 후보는 “지역에 신분당선 연장과 전철역 개설 등 민원이 많다. 중앙정부의 예산과 정책수단과 힘이 필요한 것들이다. 4년 동안 야당에서는 어렵다는 것을 주민들이 체감했을 것”이라며 “예산뿐 아니라 정책수단, 집행력 등 다 여당의원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동 상가거리에서 만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손범규 후보의 논리에 “용꼬리보다 닭머리가 낫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18대와 19대 모두 겪어본 주민들이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 후보가 중앙당에서 예산을 더 잘 따올 것이라는 상대 후보의 논리에 심 후보는 “집권 여당에서 힘쓰는 사람 몇 명돼요?”라고 되묻고 “지역주민들이 나를 겪으면서 ‘용꼬리보다 닭 머리’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을 챙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통 ‘지역을 잘 챙기는 것=예산을 많이 따와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교통문제 해결이 가장 큰 민원인 고양갑의 경우, 심상정 의원은 ‘GTX(덕양~삼성)설계비 확보’를, 18대 의원이었던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는 ‘교외선 운행재개 및 전철화 계획 확정’을 내세운다.

▲ 22일 화정역에서 만난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 사진=정민경 기자
▲ 22일 고양동에서 만난 심상정 정의당 후보. 사진=정민경 기자

▲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중인 신지혜 노동당 후보가 자신의 예비홍보물을 들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에 신지혜 노동당 고양갑 후보는 22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에 지하철역을 만드는 것은 집값이 오르는 문제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고양시 절반이 세입자다”며 “정말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역을 만들 게 아니라 역과 사람들이 사는 집의 거리를 단축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편입된 식사동 변수

고양갑 선거의 관전 포인트 두 번째는 식사동이다. 20대 총선에서는 선거구 조정으로 몇몇 지역의 선거구가 조정됐고, 새롭게 편입한 지역이 그 선거의 관전 포인트가 되는 경우가 생겼다. 강남을 선거구에 세곡동이 편입돼 여당 텃밭에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들어간 것이 예다. 경기 고양갑에는 기존의 선거구에 식사동이 붙었다.

강남을과 달리 고양갑은 쉽게 ‘여권성향’, ‘야권성향’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는 지역이다. 역대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이 번갈아 당선된 점, 19대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후보가 170표 차이가 난 것만 봐도 그렇다. 기존의 선거구가 여권성향과 야권성향이 반반 섞여있었다고 치면 식사동은 보수성향이 있지만 인물에 따라서는 진보적 성향의 인물에게도 표를 주는 ‘스윙보터’(swing voter, 선거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지역이다.

▲ 경기고양갑에는 기존의 선거구인 고양동(고양동, 벽제동, 선유동, 대자동), 관산동(내유동, 대자동) 성사 1‧2 동, 원신동, 주교동, 흥도동(원흥동, 도내동, 성사동), 화정1‧2 동에 식사동이 붙었다. 사진=네이버지도 캡쳐
식사동은 주거형태로만 보면 대형 아파트가 주를 이루지만 원룸촌도 있다. 식사동의 한 부동산업자인 이 아무개 씨(남·55)는 “20평 이하의 원룸 투룸이 밀집한 지역이 있지만 대부분 40평 이상의 아파트가 많다”며 “아무래도 중산층 이상이 많이 산다”고 말했다. 

역대 선거를 통해 식사동을 보자면 대체로 여당이 우세를 보였고 2012 대선에는 박근혜 후보에 표를 더 많이 줬다. 하지만 교육감으로는 진보성향의 이재정 교육감이 당선됐고 식사동이 경기 일산동구 지역에 붙어있던 지난 19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유은혜 의원이 당선되기도 했다.  

다수의 주민이 중산층 이상, 보수성향이라는 조건을 보면 심상정 의원에게 불리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심상정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구 획정안은 거대여당을 위한 게리멘더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상정 후보 측 관계자는 식사동에 대해 “당시의 정세와 인물을 보고 표를 준다고 볼 수 있다”며 “식사동은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식사동이 어떤 투표를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여다야 상황… 심상정 측 “그래도 자신 있다”

세 번째 포인트는 언제나 그렇듯 야권연대 여부다. 고양갑에 등록된 후보는 손범규(새누리당), 박준(더불어민주당), 심상정(정의당), 신지혜(노동당) 후보다. 후보 등록 마감날인 25일 이틀 전에 더불어민주당이 박준 지역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이에 정의당은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공천을 기습적으로 의결, 발표함으로써 가장 모욕적인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야권연대를 파기했다”며 “새누리당의 승리를 조장하는 심각한 역사적 과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자대결에서도 심상정 후보의 지지가 높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심상정 후보는 다자간 대결에서도 오차범위 이내 1등을 차지했다. 심 후보는 손범규 후보와의 2자간 대결에서는 각각 44.3%와 38.4%를 얻어 오차범위(±4.2%P) 안에서 앞질렀다. 

▲ 22일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가 화정역에서 주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고양동의 한 부동산에서 심상정 후보가 한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박준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과 이균철 국민의당 전 한국통상정보학회 이사까지 포함한 4자 대결에서 심상정 후보 37.2%, 손범규 후보 32.3%, 박준 후보 9%, 이균철 후보 1.5%였다. (경기 고양덕양갑 지역의 19세 이상 남녀 548명,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오차범위 ±4.2%, 응답률 12.4%, 전화번호 DB를 활용해 가구유선전화를 이용한 면접조사) 하지만 모두 오차범위 내여서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주민들은 야권연대가 어떻게 이루어지냐에 따라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정2동 근린공원에서 만난 김순옥(남·72)씨는 “지역에서 심상정이 잘 한다는 말이 있고 얼굴을 많이 봤어”라고 심 후보에 호감을 보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후보까지 보고 결정해야지”라며 선택을 유보했다. 

손범규 후보는 20대 총선에서는 19대만큼 야권연대가 잘되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손 후보는 “19대 때는 정부여당이 비판을 많이 받았던 상황이었고 야권 단일화가 확실하게 돼서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조건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반면 22일 미디어오늘과의 대화에서 심상정 후보는 야권연대가 되지 않는 상황에도 승리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8대에 야권연대가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패배한 사례를 들으니 심 후보는 “18대 때 원외상태에서 선거를 한 것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또한 주민들이 4년간 심상정이 유능하고 능력 있다는 것을, 미래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4년 동안의 구체적 성과로 확신이 생겼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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