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친미·반미 모두 외교정책, 헌법 부정되지 않아”
법원 “친미·반미 모두 외교정책, 헌법 부정되지 않아”
황선·신은미 토크콘서트 등 국가보안법 위반 50건중 49건 무죄 “우리 사회 내부에서 반박가능”

신은미-황선의 이른바 ‘종북콘서트’ 논란으로 국가보안법 재판을 받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이 징역 6월에 자격정지 6월,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황 대표의 범죄사실로 지목한 50건 가운데 49건이 무죄로 판단됐다.

특히 이번 판결을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엄상필 부장판사·고종완·하승우)는 황선 대표를 포함해 남편인 윤기진 민권연대 대표가 주장해온 ‘반미’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했다. 이런 주장이 헌법을 부정한다거나 위태롭게 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경우 국회에서 계속 논의돼온 것이라며 열린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15일 판결문에서 황선 대표의 유일한 유죄선고를 한 범죄사실로 황 대표가 6·15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적판체로 확정판결) 주도로 지난 2010년 1월16~17일 열린 ‘총진군대회’ 및 ‘김양무 1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 것과, 행사에서 시낭송을 한 것을 들었다. 황 대표가 낭송한 자작시는 ‘참회’, ‘이 사람’, ‘평양으로 가자’로 주 요지는 ‘반미 자주 통일을 위해 투덜거리지 말고 예의를 다해 총진군하자’(참회), ‘당시 지도자 비판’(이 사람) 등이었다.

재판부는 “황 대대표 행사에 단순히 참가한 것이 아니라 일부 강연에서 투쟁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시를 낭송하는 등 적극적으로 호응·가세함으로써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동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한 행사성격-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장을 추종·옹호하거나 그에 동조하는 내용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행사를 주도한 인물들이 대부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거나 재판중이라는 사실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밖에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 재판부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황 대표의 이 행사 참석을 반국가단체 활동에 동조한 것이라고 봤지만, “반국가단체 등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끝을 알지’라는 시화집에 있는 자작시 9편에 대해 재판부는 “자작시들에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면서 미국에 우호적인 세력을 비난하거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이적단체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등의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면서도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황 대표 등이 곳곳에서 주장하고 있는 ‘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법적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반미’ 주장은 미국을 민족통일의 장애로 여기는 점에서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기는 하나, 친미·반미를 비롯해 대한민국과 다른 정상적인 국가와의 관계 설정에 관한 문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정책의 문제로서, ‘반미’ 자체를 우리 헌법질서에서 허용되지 않는 주장이라거나 헌법질서를 부정하거나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미국에 우호적인 세력을 비난하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미도 국제정세에서 우리의 한 선택일 수 있는 외교정책의 문제이며, 헌법질서에서 허용되지 않는 주장은 아니라는 비교적 냉정한 판단이다.

황 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 남편 윤기진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돼 장기간 도피생활을 하는 까닭에 자녀를 돌볼 수 없다는 취지이거나 국가보안법 제정자들을 비난하는 것”이라며 “폭력적이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회를 포함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주장·논의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황 대표의 남편이 옥중에서 작성한 문건을 반포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우리 사회가 충분히 논리적이고 활발하게 비판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이런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황 대표의 남편 윤기진 민권연대 대표가 옥중에서 쓴 ‘이명박의 역주행과 우리의 역할’ 문건, ‘갈길 간다. 끝을 본다’ 문건에 대해 △이명박 정권을 친미사대, 반통일 정부, 신앙적 친미정권으로 보고 △한미정상회담을 민족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규정할 뿐 아니라 △주한미군철수, 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하거나 △‘북한의 핵시험과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대항하는 민족의 자위적 수단’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문건들에서도 선군정치의 의미와 역사적 배경, 연원과 발전 단계, 성과와 과제, 현재의 모습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배제한 채 긍정적·동조적 입장에서 장점을 부각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전체적으로 그 내용 자체가 북한의 핵실험이나 군사력을 무비판적으로 찬양·옹호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더구나 이미 이 문건을 제작한 윤 대표에 대해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됐으나 지난 2013년 5월30일 수원지방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며, 지난달 14일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재판부는 전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질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아래에서 특정 정권의 통일정책, 대북·대미정책에 대한 비판은 폭넓게 허용될 수 있고, 또 허용돼야 한다”며 “그 비판의 내용이 반국가단체인 북한 체제 도는 북한 주장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것인지 여부를 구분하는 잣대가 반드시 명료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황선-윤기진의 문건 등에 대해 재판부는 “건국 이래 현재까지 계승돼 오고 있는 우리 정부가 추진한 6·15 선언, 10·4선언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대북·대미·통일정책 측면에서만 이명박 정부를 비판·비난하고 있을 뿐, 대한민국 정부 정통성에 대한 도전이나 전복 시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성세, 북한의 선군정치 등에 관한 남편 윤기진 대표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상당부분 윤기진의 독단적인 주장으로서 객관적인 사실이나 학술적인 토대에 근거하지 않고 논리의 비약도 심해 대한민국의 교양있는 국민이라면 이런 주장을 건전하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학술적 연구 및 언론보도 등을 통해 논리적인 비판과 반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런 주장에 경도되거나 현혹돼 무비판적으로 북한이나 이적단체의 주의·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은미-황선의 통일토크콘서트 발언이나 내용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선전·동조 혐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대한민국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한, 통치자, 주체사상, 선군정치에 대해 직접적·적극적·무비판적으로 찬양·옹호하거나 선전·동조하는 내용 등장하지 않으며 △신은미가 부른 ‘심장에 남는 사람’ 가사에 김정일이나 노동당 독재체제 미화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콘서트 중에 신은미 교수가 한 말도 제시됐다.

‘많은 매체나 방송을 통해 보아온 것도 북한의 모습이 맞고 새터민들이 말하거나 살다온 북한도 북한이고, 자신이 여행가서 본 북한도 북한이다’
‘아스팔트가 없고 길 양 옆에 시골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을 지나가는데 그 집안에 사는 이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울까, 어려울까 눈에 다 보인다’
‘단 한 번도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재판부는 황 대표와 신은미가 주고 받은 대화 내용에 대해 “비록 그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다소 과장된 것일지언정 피고 등이 경험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거짓으로 꾸며내어 말했다고 볼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우리사회 내부에서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및 토론 절차를 통해 충분히 검증·반박·비판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밖에도 황 대표가 블로그에 올린 글(‘김정일, 미제와의 대결에서 연전연승은 기적’), ‘방북신청을 한 이유’ 문건, ‘615TV 황선의 통일까페’ 동영상 3건 및 주권방송 ‘채널615 동영상’ 10건 제작 반포 부분 등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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