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전엔 "납득하기 어려운 법치훼손"이라더니
석달 전엔 "납득하기 어려운 법치훼손"이라더니
[아침신문 솎아보기] 성완종 사면과 최태원 사면은 다른가… "마지막 남은 공약마저 파기" 논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면됐다.

정부는 광복 70주년 8월15일을 맞아 경제인 14명을 포함 총 220만6924명에게 특별사면을 단행하고 588명을 가석방했다. 최태원 회장은 형집행면제 및 특별 사면, 특별복권을 받았다.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우는 다른 경제인 11명과 같이 형선고실효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받았다. 형집행면제와 달리 형선고실효는 전과기록이 삭제된다.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태원 회장은 횡령 혐의로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 받은 뒤 2년7개월 간 복역했다. 최 회장은 2008년에 이어 두 번째 사면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특사 단행은 2014년 1월 설 연휴에 민생사범 6000명을 사면한 이후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은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대선에서 공약했다.

   
조선일보 4월29일 1면.
 
   
4월29일 중앙일보 1면.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대국민 담화에서 “최근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고 성완종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 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사면은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국가가 구제해 줄 필요가 있을 상황이 있을 때에만 행사해야 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로 저는 그동안 극히 제한적으로 생계형 사면만 실시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성완종의 사면과 최태원의 사면이 어떻게 다른지도  의문이지만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던 입장이 서너달 만에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특별사면 대상자의 대부분은 영세·중소 상공인들이고 부패범죄나 강력범죄, 최근 형이 확정됐거나 집행률이 낮은 자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고 경제인도 14명으로 낮은 비중이다.

이번 특별사면에는 4대강 사업 담함 등 각종 불법행위로 행정처분과 함께 입찰참가 자격 제한을 받은 업체 2200여곳이 포함됐다.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한 업체들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범죄에까지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광복절 특사에 대한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대통합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박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번 사면은 (박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던) 공약과 크게 배치된다”고 말했다.

언론은 대부분 경제인 사면의 숫자가 적고 정치인의 사면이 배제됐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비리 기업인 사면’비판하던 대통령 어디갔나>에서 이번 사면 조치가 원칙을 저버린 조치라고 비판했다. “관심을 모았던 경제인 사면 규모는 14명으로 크지 않았다”라고 언급했으나 “이번 사면으로 그간 지켜온 원칙을 모두 파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8월14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재계 달래기 ‘선물’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진 미지수>라는 기사에서 “기업들이 투자·일자 등을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갑자기 대규모로 늘리기도 쉽지 않은데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이번 경제인 사면 건도 청와대에 부담으로 얹어질 수 있다”며 청와대가 내세운 사면의 명분인 ‘경제살리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덧붙여 “박 대통령의 상징이던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은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동력 확보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는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와 엄격한 사면이란 원칙 사이에서 고심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평가하면서도 사설 <박 대통령 스스로 원칙 훼손한 반쪽 화합 특사>에서는 “비리기업인 사면 불가 공약을 스스로 파기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14일 중앙일보 3면.
 

다른 신문들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엄격한 제한’이었으므로 원칙을 훼손한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사회 지도층에 엄격한 잣대…‘정치권 쪽지’도 사라져>라는 기사에서 이번 사면을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절제된 사면에 방점이 찍혔다”고 평가했다. 또한 “기준과 원칙을 충실히 지켜 과거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던 사면권 남용을 ‘정상화’하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과거 정부의 사면과 선긋기를 시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경제와 일자리의 명분이 있다고는 하나 4대강 및 고속철도 사업에서 입찰 담합으로 적발됐던 대기업 건설사의 제재까지 풀어주었다”면서 “건설사의 해묵은 담합 비리가 뿌리 뽑힐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광복절 특사의 명분인 국민 대통합을 위해서 기업인 사면이 아니라 시국사범을 사면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는 이 날 사설에서 특별사면의 명분인 국민 통합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특혜적인 기업인 사면과 달리 시국사범은 처음부터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 때문이다. 한겨레는 “용산참사나 4대강 사업, 제주해군기지 사업 등에서 벌러진 갈등을 치유하고 포용하는 일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다”라면서 “이런 사면을 대체 왜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인권, 노동권리를 위해 활동하던 시국사범들은 작년 설 특사에 이어 이번에도 제외됐다”면서 “국민화합을 위한 특사라는 자평을 무색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시국·공안사건 관련자를 전면 배제, 국민대통합의 취지를 희석한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KBS 이사회 차기 이사 후보 11명과 방송문화진흥회 차기 이사 9명을 선임했다. KBS 이사는 김서중, 장주영, 전영일, 권태선(이상 야당 추천 몫), 강규형, 김경민, 변석찬, 이인호, 이원일, 차기환, 조우석이다. 방문진 이사로는 유기철, 이완기, 최강욱(이상 야당 추천 몫), 유의선, 권혁철, 이인철, 고영주, 김원배, 김광동이 임명됐다.

문제는 정치적 편향성과 자질 의심을 강하게 받은 인사들이 모두 이사로 선임된 데다 이 중 2명은 3연임을 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차기환 이사와 이인호 이사다. 차기환 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공격하는 '일간베스트저장소' 글을 자신의 SNS에 적극적으로 퍼나른 게 드러나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인호 이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칼럼을 쓰고 이승만의 과거 행적을 폭로하는 보도에 개입하려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광동 이사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다.  

경향신문은 “청와대 거수기 전락한 방통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방통위의 이번 공영방송 이사 인선은 방송의 공정성보다는 정권에 충성하는 인물들을 다시 앉혀 공영방송사를 지속적으로 장악·통제하겠다는 의도”라며 “임기 후반기 여론관리 포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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