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반반 부담하는 나라는 한국 뿐”
“공적연금 반반 부담하는 나라는 한국 뿐”
공무원연금 무너뜨리면 국민연금도 무너진다?… "노동자 부담 늘려 하향 평준화할 우려"

오는 5월 2일로 정해진 공무원연금 개혁 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에서 기여율(공무원과 정부가 내는 금액)을 높이는 방안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날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전국 각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7일부터 5일간 동시 단식투쟁을 진행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신문만 보면 여야가 합의한 개혁안에 대해 공무원 단체의 집단이기주의로 인해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파이낸셜뉴스는 27일자 <공무원연금 30~40% 더 내고 10% 덜 받는 案 유력>에서 “기여율 인상과 지급률 인하로 매월 내는 보험료는 늘고, 받는 연금액은 줄어드는 개혁안을 공무원 당사자 입장에선 선뜻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경닷컴도 <공무원연금개혁, 재보궐 선거 후 이틀이 고비>에서 비슷한 표현을 사용하며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 때문에 공무원단체들이 반대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27일 공노총 류영록 위원장은 “공무원들도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단순히 공무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 때문에 공무원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여당의 개혁안은 공무원연금의 합리적 개혁이 아닐 뿐 아니라 공적연금 전반이 후퇴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 27일부터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속 100여명 공무원들이 전국에서 동시에 국민노후생존권 사수를 위해 단식을 시작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공노총에 따르면 OECD 34개 국가 중 공적연금 부담을 사용자와 노동자가 1:1의 비율로 부담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다. 하지만 국민연금법의 전신인 국민복지연금법(1973년 1월)이 제정될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경영계에서 대한상공회의소, 노동계에서 한국노총이 참여해 만든 안에는 총보험료 기여금을 보수월액의 7%로 잡고 사용자 4%, 노동자 3% 부담으로 합의했다.(이 법은 당시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어려워져 시행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988년 1월 실시된 국민연금법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부담비율이 1:1로 수정됐다. 경영계에서 대한상공회의소 뿐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이 참여하면서 노동자에 불리하게 만든 것이다. 

공노총은 사용자(국민연금이라면 기업, 공무원연금이라면 국가) 11.5% : 노동자 8.5% 부담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가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지균형이 맞는 보험료 21.5%를 책정하며 제시한 안이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각각 12.5% : 9% 부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데 이를 20% 부담하는 안으로 수정한 것이며 이는 OECD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예외적인 사례지만 독일은 공무원 부담 비율이 없고,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공적연금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퇴직이후에 받는 후불임금의 개념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부담이 더 큰 것은 자연스럽기 때문에 공노총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1:1로 부담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부담률 비중 뿐 아니라 기여율(내는 돈)과 지급률(받을 돈)의 비율도 문제가 있다는 게 공노총 주장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기여율이 4.5%, 지급률이 1%다. 각각 약 2배씩 비율을 유지하며 증가하면 기여율 8.5%, 지급률 1.8%가 되는데 공노총은 이 정도 수준을 보장해야 공적연금 자체가 후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들고 나온 연금 구조개혁안을 들고 나왔던 김용하 교수(당시 한국연금학회 회장)는 기여율 10%, 지급률 1.65%를 들고 나왔다. 즉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국민연금보다도 후퇴한 수준이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김 교수가 안을 조금 수정한 상황(9.5% : 1.7%수준)이지만 역시 국민연금보다 후퇴한 수준이다.  

   
▲ 27일부터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속 100여명 공무원들이 전국에서 동시에 국민노후생존권 사수를 위해 단식을 시작했다. 27일 서울 국회 앞 단식투쟁선포 기자회견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하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논리 중에 국민연금에 비해 혜택이 과하다는 근거도 있다. 국민연금을 빌미로 공무원연금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데 만약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후퇴한 수준으로 수정된다면 훗날 그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국민연금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공적연금의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해서 국민연금보다 낮은 수준으로의 개혁에 반대하는 것이며 공노총이 공무원의 노후 뿐 아니라 국민노후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재정안정을 이유로 공무원연금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노총 이병무 정책연구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재정안정은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런 방법으로는 재정을 ‘절감하는 방안’과 ‘확충하는 방안’ 두 가지가 있다. 재정을 절감하는 방식에도 ‘덜 주는 것’(지급률 인하)와 늦게 받는 것(이미 진행, 2010년 이후 공직에 진출한 노동자들은 연금 개시연령이 60세에서 65세로 미뤄졌다.)이 있는데 정부여당과 언론은 이쪽(재정절감)에만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7일 공무원연금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연금지급개시연령의 65세 연장에는 찬성하지만 정년연장과 연동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장은 “재정확충 방안인 ‘더 내는 방안’과 ‘오래 내는 방안’이 있는데 정부여당이 이런 가능성에 대해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논의하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큰 흐름으로 보면 공무원연금개혁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공무원연금법이 제정된 1982년 당시에는 공무원들에게 후하게 설계됐고, 퇴직자는 적고 연금기여자는 많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2040년 정도가 되면 공무원 연령 비중이 역피라미드 모양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금을 내는 사람은 적은데 받아갈 사람이 많아지면서 개혁이 불가피하다. 연금개혁도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6년에 연금기여율(내는 돈)을 보수월액의 5.5%에서 7.5%로 늘리는 등 2000년과 2009년에도 공무원연금개혁이 있었다. 이런 개혁 흐름의 연장전 상에 현재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놓여있다. 다만 이를 악용해 공적연금 자체를 후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꼼꼼한 점검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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