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평균 1회 대형 사고, 우리는 모두 세월호에 타고 있다
월 평균 1회 대형 사고, 우리는 모두 세월호에 타고 있다
[토론회] 민영화가 안전으로 가는 길이라고? "안전은 서비스가 아닌 권리"

“재난 사고와 산업 재해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해 점차 ‘정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우리는 안전한 사회로 가고있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사회공공연구원 김철 연구실장은 “여기서 ‘정상’이란 사고가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한 편 이를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 관리하기를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국민들은 한국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가고 있다는 데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 2일 실시한 ‘세월호 1주기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재난 및 안전관리 대응 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70%에 달했고, ‘향상됐다’는 평가는 25.7%에 그쳤다.(코리아리서치)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지난 1년간 서울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 경기 고양시외버스 터미널 화재 사고, 강원도 소방본부 소속 소방헬기 추락 사고 등 월평균 1회 꼴로 대형참사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대응도 미흡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인 원인인 ‘규제완화’와 ‘민영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1년간 안전규제 완화 사례를 보면 △안전밸브검사주기 개선 △자동화 재탐지설비 설치면제 대상 확대 △해양교통시설 통합관리시스템 표준규격서 폐지 △철도 간이역의 승격·설비·설치에 대한 규제 폐지 등이 있다. 김 실장은 “검찰 조사나 감사원 감사 결과도 이런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사실상 규제완화를 위한 조직”이라고 밝힌 규제개혁위원회(규제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규제위는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규제정책 조정 및 규제심사 기능을 가진 콘트롤 타워로 민간위원과 공무원이 함께 소속돼 있다. 김 실장은 “안전 규제가 규제위의 심의를 거치는데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각 부처에서 알아서 하게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만 심의를 거치게 한다”고 지적했다. 

   
▲ 22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우리는 안전한 사회로 가고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김 실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한 ‘규제개혁특별법안’은 이런 무소불위의 규제위를 강화하고 있어서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가 규제개혁을 문제 삼으려고 한다면 규제위의 개편 또는 폐지가 우선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에도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은 멈추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와 함께 문제가 되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원인이 됐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은 이명박 정부도 풀지 않았던 규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4월 24일 박근혜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했다. 

시민들이 안전을 권리로 바라보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안전을 서비스 또는 국민통제의 측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신설된 국민안전처 인적 구성을 봐도 현장성과 전문성이 개선된 점을 찾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은 해군 출신으로 전문성이 없는데 이는 국민의 안전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거나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를 혼동하는 모습”이라며 “심지어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에 책임이 있는 중앙대책본부 구성에 관여했던 사람(국민안전처 정종제 기획조정실장)이 국민안전처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태도로 일관해 온 정부가 발표한 ‘안전혁신마스터플랜’(마스터플랜)은 안전을 민영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명숙 활동가는 “마스터플랜은 안전을 국가와 사회가 해야하는 공공의 의무로 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숙 활동가에 따르면 마스터플랜에는 안전기준심의회를 구성해 중복되거나 불합리한 안전기준을 ‘안전기준 심의 등록제’로 정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명숙 활동가는 “이는 표준화를 명목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규제의 신설도 있던 규제의 중복을 이유로 신설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스터플랜에는 에너지 안전에 대해 ‘사고대응 위주’에서 ‘선제적 예방 관리’로 정부주도의 규제검사를 ‘업계 자율적 안전관리’로 전환한다고 돼 있다. 이를 위해 가스, 시설물, 전기 등에 대해 민간 시장 참여 확대도 추진되고 있다. 명숙 활동가는 “여기서 말하는 민간은 시민사회가 아니라 기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민영화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뜻을 이런 저런 말로 어렵게 표현한 것이다. 

명숙 활동가는 “현대 사회는 위험 생산자(기업)와 위험 수용자(노동자·시민)가 구분돼 있고 각각에 같은 책임을 지운다고 하면 노동자와 시민들은 감당할 수 없다”며 “안전을 서비스의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책임법 같이 기업의 책임을 묻는 법 제도 마련이 시급한데 마스터플랜에는 오히려 기업의 책임을 흐리고 있다”며 “안전한 사회는 안전과 인권이 만날 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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