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방역협의회 “복지농장 살처분, 대를 위해 소 희생”
AI방역협의회 “복지농장 살처분, 대를 위해 소 희생”
농장주 “AI 발생 후 밖에서 안 키웠는데”…서상희 교수 “정부 방역, 살처분 말고 대안 없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한 가금류 살처분에 정부는 동물복지축산농장도 예외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실제 축산 농가의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고 과학적 근거도 부족한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국내 1호 동물복지축산농장 ‘동일농장’에서 키우던 닭 7만2000여 마리가 모두 살처분 됐다. 살처분은 매몰이 아닌 가축을 열처리로 멸균한 뒤 분쇄해 퇴비 등으로 쓰는 렌더링(rendering) 방식으로 12일에 이어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가축들이 특별한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위험 지역 반경 3km 안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예방적 살처분한 농림부는 “이 농장은 외부개방이 가능한 시설로 가축방역협의회에서 방사 사육과 운동 공간 운영 등에 따른 외부 노출 등으로 일반농장에 비해 방역 상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지만 농림부 가축방역협의회 위원조차도 해당 농장의 실태를 제대로 파학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기훈 동일농장 대표는 13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개방형이라는 건 우리가 필요하면 개방하는 것이고 AI 전염 위험까지 있는데 추운 겨울철에 개방하겠느냐”며 “가축방역협의회 전문가들이 농장에 한 번이라도 와서 봤다면 살처분 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고, 모든 AI의 문제의 근본 원인은 날갯짓 한 번 제대로 못하고 햇빛도 못 보는 밀폐형 공장식 축사에서 면역력이 약화된 가축에게 있다”고 말했다.

   
▲ 지난달 22일 전북 부안군 줄포면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지로부터 3㎞이내에 들어있는 한 오리농장에서 살처분 작업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김재홍 가축방역협의회에서 AI역학조사위원장(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은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동일농장의 경우 AI 발생 이후 밖에서 키우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개별 농가의 특수한 사정 하나하나 모두 관리하며 국가 방역에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 “농장의 애로사항을 다 들어주다가는 국가 방역이 성립 안 되므로 3km 이내 살처분은 안타깝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AI 확산의 주된 원인을 철새라고 지목하며 “복지농장의 닭들이 공장식 집단 사육을 안 하므로 건강에는 좋지만 철새로 인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특수 상황에선 오히려 야생조류와 접촉 가능성이 커지는 단점이 있다”며 “AI 바이러스는 특수 항체가 없으면 아무리 건강해도 면역력이 작동하지 않아 일반 질병과 특수 질병 구별해야 하는데 건강하게 키워 안 걸린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측면에서 보면 현재 정부 방역이 실패해 AI 오염 요소들이 전국 곳곳에 산재된 상태에서 살처분하는 게 맞을 수도 있지만 면역성이 높은 복지 농장에서 발병할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누가 농장에 가서 바이러스 스프레이를 뿌리지 않는 한 처음에 아주 적은 양의 바이러스가 가축들 몸에 침입해도 대표적으로 면역력이 강한 오리를 실험해 보면 대다수가 바이러스를 거의 방출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0년간 AI의 기계적 전파만을 생각해 이동제한 차원에서 예방 매뉴얼을 시행했음에도 확산은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며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 계속 번져 나가는데 살처분을 한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 백신을 미리 준비해놨다거나 3km 이내 농장이 오염이 안 됐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혀 안 갖추고 있어 사실상 대안이 없는 상태”고 지적했다

한편 동물보호단체 등은 동물복지축산농장까지 살처분을 강행하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며 복지농장에서 키워지는 가금류는 일반적으로 다른 공장식 축산의 가축들에 비해 면역력이 강하고 건강해 전염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인근 오리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모두 살처분 하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동물복지축산농장은 A4 용지 한 장보다도 좁은 공간에 닭을 몰아넣고 집단 사육하는 일반 농장과 달리 1㎡ 당 9마리의 이하의 닭을 키우고, 닭이 올라앉을 수 있는 나무막대(홰)를 한 마리당 최소 15cm 이상 길이로 설치했다.

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는 지난 2012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고, 농림부 차원에서도 동물의 면역력 강화를 위한 사육환경을 개선과 대규모 가축전염병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반성과 대안으로 산란계 농장뿐만 아니라 양돈과 한·육우 등으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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