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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자 “철새 AI 주범 아니다”…정부 감염 개체수 안 밝혀
조류학자 “철새 AI 주범 아니다”…정부 감염 개체수 안 밝혀
농림축산부“야생조류 무리개념, 감염수 통계의미 없어”…이두표 교수 “AI바이러스는 자연계에 늘 존재”

전북 고창 등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후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와 언론에서는 감염 원인과 이동경로 추적에 급급한 분위기다. 하지만 비과학적인 원인과 이동경로 예측에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기보다 열악한 축산 환경 개선이 최선의 방역 대책이라는 게 조류학자들의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지난 18일 의심 신고된 전북 부안의 오리농장 의심 개체와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수거한 야생조류 폐사체를 정밀조사한 결과 고병원성 AI(H5N8)로 확진됐다”고 밝히면서 농장 오리들의 감염 원인이 야생철새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히 감염된 숫자가 몇 마리인지, AI 감염이 언제 어디서 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21일 “AI가 발생했던 농가에서 5km 떨어진 동림저수지 철새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농장 관리자가 철새 분변과 접촉하면서 농가 안의 동물들에 전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춘선 농림축산검역본부 사무관은 “야생조류 감염은 무리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몇 마리가 양성으로 나왔다는 통계는 의미가 없어서 잡고 있지 않다”며 “지금은 방역조치와 역학조사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국립환경과학원이 동림저수지 현장에서 거둬들인 폐사체는 가창오리 외 18여 종 20만 마리 중 98마리에 불과하며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 중 27마리에 대해 AI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일부 개체가 AI에 감염돼 있음은 확인했다. 그러나 나머지 개체에 대한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AI 감염 원인이 철새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철새가 국내에서 감염됐을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가창오리 이동경로(2013~2014). 환경부 자료 제공
 
한국조류학회장을 지낸 이두표 호남대 생물학과 교수는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가창오리와 같은 야생 수조류는 AI바이러스에 저항력과 면역성이 강해 잘 죽지 않고 혹여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면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배설물을 통해 퍼졌으면 확산 형태도 많을 텐데, 가창오리가 우리나라에 온 지도 오래됐고 느닷없이 왜 지금 와서 죽었는지 모르겠다”며 “AI바이러스의 원인은 우리나라 전체에 언제든 존재하며 동림저수지에서 감염돼 죽은 것일 수도 있어 속단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가창오리에서 AI 옮겼다고 처음부터 지목해 추정하기보다 원인은 여러 역학분석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며 “만약에 가창오리에서 전염됐다손 치더라도 철새의 이동방향과 경로를 예측하는 것도 비과학적이어서 이 부분에 시간과 예산을 낭비할 게 아니라 축산환경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AI는 우리나라 전체에서 여러 가지 변형을 일으켜 변이체가 생길 수 있는데 고독성이 되느냐 저독성이냐의 문제이고 고독성도 자연계엔 늘 존재한다”며 “새도 사람과 똑같아 농가에서 오리 등을 사육할 때 적은 면적에 많은 숫자를 사육하기보다 넓은 공간에 적은 숫자를 사육하며 건강하게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평소에 농장을 철저히 소독하고 깨끗이 관리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도 지난 20일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가창오리가 고병원성 AI로 죽었다면 반대로 가창오리가 전파 요인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가창오리나 철새들은 지구 상에 알려진 모든 조류 인플루엔자에 끊임없이 노출과 감염이 돼 있어 몸에 항체 면역이나 세포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고병원성 AI가 감염하더라도 거의 증상이 안 나타나 철새가 국내에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은 거의 적으며, 그 인근 지역이 많이 오염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AI 발병 지역인 전북 고창에서 육용오리를 8년째 사육하고 있지만 한 번도 AI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김병수씨(48)는 21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오리의 집단 폐사는 AI 때문만은 아니고 일반 호흡기 계통의 여러 유행성 병균에 감염돼 수십 마리씩 죽기도 한다”며 “AI는 농장에서 관리만 잘하면 감염되지 않고, 보통 관리가 잘 안 되는 열악한 농장에서 기존에 상존해 있던 병균과 합병증으로 순식간에 폐사하기 일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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