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전 청장 방문후 디지털분석팀 분위기 바뀌어
김기용 전 청장 방문후 디지털분석팀 분위기 바뀌어
김용판 5차 공판서 검찰, 증거분석팀 CCTV 검증…“녹음 끄려는 등 경찰 은폐 시도”

국정원 직원의 사이버 여론공작 활동에 대한 경찰의 증거분석 과정에서 경찰 수뇌부의 ‘수상한’ 행보 이후 분석범위 축소와 허위 중간수사발표 시나리오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5차 공판에서는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 소속 분석관들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하영씨(29)가 제출한 증거분석 작업을 하는 과정이 담긴 CCTV 동영상 검증이 진행됐다.

검찰은 “분석팀 증거분석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15일 오후 5시30분경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최현락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함께 분석팀을 방문해 중간수사결과발표를 언급했다”며 “이날 저녁 7시에서 8시 전후로 열린 서울청 수사과장 주재회의 후 분석팀의 분위기가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동영상을 보면 김기용 전 청장은 분석팀 직원들에게 “뭘 어떻게 분석하는 건지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묻자 한 분석관이 “이 곳 프로그램을 통해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 이름을 검색하고 있고, 검색 결과를 가지고 국정원 여직원인 어느 사이트를 방문해 무슨 행위를 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내일(16일) 오후에 국민들에게 발표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것이냐”며 “괜히 서둘러서 의혹을 증폭시키면 안 되니까 수고하라”고 덧붙였다.

   
▲ 서울경찰청 증거분석팀 증거분석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15일 오후 5시30분경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최현락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함께 분석팀을 방문했다. 사진=민주당 국정원 국정조사 대국민 보고서
 
이날은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의문의 인물들과 함께 청와대 인근 음식점 ‘백송설렁탕’에서 회동했던 것으로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졌으며, 당시 김 전 청장은 “누구랑 오찬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공개한 당시 김하철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기획실장의 업무일지에 따르면 이후 열린 서울청 수사과장 주재 회의에서 증거분석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과 예상 질의답변 초안 작성, 언론브리핑에 누가 들어갈지 등이 내용이 정해졌다. 아울러 박근혜·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게시글을 발견하지 못했고 전문적 프로그램을 사용해 게시글을 삭제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맞게 논리를 개발하라는 지시도 하달됐다.

실제로 15일 저녁까지 분석관들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범죄일람표에 해당하는 게시글과 김씨가 여러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오늘의 유머’ 등 사이트에 가입해 인터넷 여론 공작 활동을 했음을 확인했으며 30여만 건의 접속 URL 주소와 900여 건에 이르는 게시글 작성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 회의 이후 URL 주소 20만 건이 시간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전체 분석대상에서 제외됐으며 12월18일 오전 브리핑에서 서울청은 인터넷 접속 기록 전수 데이터를 조사했다는 허위 조사결과를 확정적으로 발표했다.

검찰은 또 이날 공판에서 서울청 분석관들이 증거 분석 과정에서 급하게 CCTV의 녹음 기능을 끄려는 등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흔적 발견을 숨기려고 했던 정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분석관들은 김씨의 인터넷 여론공작 활동 증거들을 파악하고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팀에 증거분석결과를 바로 알리지 않았고, 지난해 12월16일 마치 아무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발표했다”며 “오히려 김씨의 정치개입 관련 게시글이 나오자 급하게 녹음을 막으려고 해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녹음과 녹화를 해 떳떳하다는 김 전 청장 측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분석관들은 메모장 텍스트 파일을 바탕으로 인터넷 검색 결과 다수의 정치적 성향의 글을 발견했고 이 과정에서 “좌파를 까는 거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체결, 이것도 우파 글이네요”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에 임아무개 서울청 분석관 경위가 “좌파니 우파니 우리가 지금 구체적인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이게 어딘가에 제출된다고 하면 마이크는 볼륨을…이것 녹음 안 되게”라고 말하자 최아무개 분석관은 “(볼륨을) 최대한 낮췄다. 끄는 건 장치를 제거해야 한다”고 답했고 김아무개 분석관은 “끄는 거는 안 되는 거에요?”라고 묻는 등 분석과정을 은폐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계조작 미숙으로 이후 대화는 그대로 녹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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