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참가 시민 수사·탄압에도 시국선언 ‘봇물’
촛불집회 참가 시민 수사·탄압에도 시국선언 ‘봇물’
시위 참가 고등학생 학교까지 전화해 신원파악… 국정원 여직원 무죄 발언 “박 대통령도 책임 있다”

경찰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에게 본격적인 수사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전국적인 촛불 시위와 시국선언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국정원 규탄 촛불 문화제에 참가했던 대학생 조아무개씨(27)는 지난 15일 종로경찰서로부터 3차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경찰은 이를 통해 조씨에게 ‘집회시위에관한법률 위반 사건에 관해 문의할 일이 있으니 경찰서 지능팀으로 오후 5시까지 출석해 달라’고 통보했다.

조씨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고향 집에서 이 우편물을 받은 게 당일 오후 2시였다”며 “이에 대해 경찰서에 항의하자 경찰은 ‘지난 5일에 발송했는데 우체국 차원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현재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은 학생들과 모여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경기경찰청은 15일 집회에 나갔다가 경찰에 최루액을 맞은 차아무개군(18)의 학교에 전화를 걸어 그의 신원에 대해 알아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군은 15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태어나서 처음 경찰의 조사 대상이 된다는 것이 당황스럽다”며 “출석요구서도 없이 내게 직접 통보도 하지 않은 채 학교에 이 사실을 알려서 어이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주요 언론들이 외면하는 중에도, 지난 13일에는 서울광장에 2만여명(주최측 추산) 이상이 모여 열기를 이어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때 SNS 상에서는 차군의 학교에 경찰이 직접 조사하러 나온다고 알려져 누리꾼의 관심과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 김아무개 교감은 “교장이 출장 중에 경찰로부터 차군이 해당 학교 학생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은 후 경찰이 학교로 전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며 “전화로 전해 들은 것이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을 통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조금 와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문교 경기 광주경찰서장은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보과 직원이 학부모에게 해당 학교와 학생의 실명을 전해 듣고 평소 친분이 있던 교장한테 그 학생이 맞는지 물어본 것”이라며 “앞으로 관할 구역에 있는 집회 참가 학생을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경찰은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대학생과 시민 32명에게 소환장 및 출석요구서를 보냈고 이중 파악된 대학생만 28명”이라며 “지난달 21일 이후 주도적으로 국정원 규탄 촛불을 만들어 왔던 대학생들에 대한 표적수사이며, 학생들이 촛불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는 경찰의 또 다른 꼼수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6일 열린 2차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717시국선언운동’을 선포한 청소년시국회의 학생들도 15일 밤 “교육청 등으로부터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는 식의 압력을 받았거나 경찰로부터 간접적인 신원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긴급성명에서 “경찰은 서면이 아닌 전화상으로 신원조사를 했으며, 교육청을 포함한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소속인 학교로 연락해 앞으로 이런 학생들이 없길 바란다는 경고로 탄압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시민에 대한 수사당국의 은밀한 탄압에도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전지역 20대와 30대로 구성된 연석회의를 비롯해 연극인 111명은 15일 시국선언에 동참했으며 순천대는 16일, 서울대·방통대 등 대학교수들과 청소년시국회의 717명도 제헌절인 17일 시국선언을 예고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주요 언론들이 외면하는 중에도, 지난 13일에는 서울광장에 2만여명(주최측 추산) 이상이 모여 열기를 이어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순천대 교수 33명은 “정부는 본분을 망각하고 선거 개입을 자행해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한 국정원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라”며 “국정원 사태의 본질을 호도함에 동원되고 있는 대다수의 방송과 수구 보수 언론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망동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교수 33인이 발기인이 돼 진행될 시국선언은 국정원 대선개입의 불법성과 국정원 개혁 요구사항 등을 담았다. 이들은 17일까지 참여 교수들의 추가 서명을 받아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방송통신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조승현 법학과 교수는 “국정원은 국가의 정보기관인데 선거에 개입한 것은 헌법에 반하는 심각한 범법 행위”라며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도 축소·은폐 시도가 있었던 것 역시 잘못된 일로, 이에 개입한 관계자들과 축소·은폐를 지시한 관련자들 모두 엄정하게 법적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방통대 시국선언문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원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 교수는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야당이 마치 무고한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한 것처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도 결과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면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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