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이, 더 빨리’ 제2롯데월드 위태로운 속사정
‘더 높이, 더 빨리’ 제2롯데월드 위태로운 속사정
[현장 갑과 을 ③] 안전교육 소홀·안전망 미설치 등 예고된 참사… 건설노동자 퇴직공제 가입도 거부

국내 최고 높이(123층)와 세계 최초 신기술 공법까지 자랑하던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서 지난 25일 건축 구조물 추락으로 작업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과 노동청, 건설사에서 조사 중이지만, 완공일 단축을 위한 무리한 공사 강행이 빚은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많다.

1998년 5월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15년 12월 완공 예정인 3조5000억 원 규모의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는 현재 2200명가량의 건설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자칫 안전 관리에 소홀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에 건설 장비와 현장 안전 점검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안전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롯데건설의 ‘안전 불감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롯데건설은 고용노동부에서 산재발생률이 낮은 상위 20% 업체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자율안전관리업체기 때문에 노동부의 관리감독을 거의 받지 않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산재 발생 건수는 2011년 14건(사망 5·부상 9)에서 지난해 28건(사망 2·부상 26)으로 두 배 늘었다.

박대종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감독관은 “롯데건설의 경우 안전 관리 책임을 직접 맡고 있기 때문에 노동부 감독관이 가서 점검할 수 있는 사업장이 아니었다”며 “이번 사고 이후 노동부에서는 관계 법령 등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노동부 지침이 내려오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 위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 ©롯데월드타워 공식 블로그
 
실제로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안전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철골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시공사는 한 달에 두 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해야 하지만 보통 준비나 내용도 없이 한 시간 정도 대충 하다 끝난다”며 “한 번은 아침조회 시간에 맨바닥에 앉아 안전교육을 한다고 해 동료들이 왜 정해진 시간에 교육장에서 안 하고 이런 식으로 하냐고 따지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2월 제2롯데월드 건물 핵심 기둥 11곳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도 “콘크리트 균열은 철골을 엮고 엠베트 철판(Embed Plate)을 심는 과정에서 두꺼운 엠베드에 용접을 순차적으로 식혀가면서 하지 않고 식기 전에 해 변형이 생긴 것”이라며 “회사에서 빨리빨리 하라고 하다 보니까 원칙대로 하지 않아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123층 건물 건축 공사를 하면서도 추락 방지망 없이 작업하는 일이 다반사다. A씨 역시 “용접기를 비롯해 소모품과 공구통, 여름에는 파라솔까지 들고 다녀야 하는데 건물 위에서 작업하다 보면 안전고리 거는 것을 깜빡하기도 하도 안전벨트를 착용해도 실수할 수 있다”며 “안전망이 작업장 바로 밑에 설치돼야 하는데 늦게 설치될 때가 많아 안전망 없는 상태에서 작업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추락 방지망 미설치와 허술함은 많은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로 이어지고 있다.

건물 지하에서 배관설비 작업을 하고 있는 B씨는 지하 작업장에는 습기가 많고 먼지와 가스 등 유해물질이 많지만 환풍 시설 등 작업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환풍기 5~6대를 가져다 놓고 돌려도 효과도 없고 먼지가 밖으로 빠지지도 않는다”며 “방진마스크도 1급으로 주면 그나마 숨이라도 잘 통하는데 질 낮은 2급 마스크를 주니까 여름에는 답답해서 착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래침을 뱉으면 시커멓게 나와 상당수 동료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 12월 완공 예정인 제2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 공식 페이스북
 
작업 중 사고로 롯데건설 산업재해 지정병원인 서울 송파구 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C씨는 “힘없는 을 중의 을인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은 하도급업체에 고용돼 산업재해 혜택을 받기도 매우 힘들다”며 “회사에서는 나중에 원청과 계약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산재보다는 공상으로 처리하기 일쑤다”고 말했다.

게다가 고용주들은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계약도 1년을 넘기지 않고 1년이 되기 전에 계약을 종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C씨 역시 고령의 나이로 퇴직을 앞두고 있지만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이처럼 열악한 건설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996년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은 퇴직공제금을 받게 돼 있지만 제2롯데월드 사업장은 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법에 따르면 100억 원 이상의 민간공사를 하는 사업주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당연가입 의무가 있지만, 제2롯데월드 공사의 경우 관계법이 개정된 2010년 9월 이전에 도급계약을 마쳤기 때문에 당연가입 대상은 아니다.

김성국 건설근로자공제회 서울지부 주임은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 우리도 2011부터 롯데건설 관계자를 만나 임의가입을 안내하고 권유했는데도 롯데건설 측에서는 거절했다”며 “임의가입하면 공제부금을 발주처(롯데물산)가 아닌 시공사(롯데건설)가 내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퇴직공제 미가입 이유는 전혀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건축 구조물 추락 사고와 관련해서는 “회사 자체적으로 사고 원인을 계속 조사 중”이라며 “안전교육은 내부 현장마다 다르지만 교육장이 따로 있고 교육도 규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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