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수행원 다치자 해고…가문의 몰염치
회장수행원 다치자 해고…가문의 몰염치
산재 사고 후 입원 치료 길어지자 해고통보…재력가·자선활동 가문의 두 얼굴

신흥종교 한얼교 창시자이자 대통령 선거에 두 번이나 입후보했던 고 신정일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한 식품업체에서 일하던 직원이 산업재해 사고 후 병원 치료 중 부당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통발효식초 제조업체 (주)한애가에서 정옥란 대표의 수행비서직 업무를 하고 있던 김아무개씨(41)는 지난 2월 21일 오후 정 대표와 공장 부지를 둘러보던 중 공장 철제문이 떨어지면서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다음날 CT를 찍어보자는 정 대표의 권유에 따라 22일 서울의료원에 입원했고 주치의로부터 최소 3개월 이상의 치료 진단을 받았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음을 우려한 김씨는 3월 14일 조기 퇴원하고 4월부터 출근을 하겠다고 회사에 알렸지만 그는 통원 치료를 받던 중 회사로부터 부당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이진순 한애가 관리과장이 3월 25일 전화를 통해 회사 일로 업무수행 중 다친 건 몹시 안타까우며 지금까지 산재로 몸이 아파 치료 중인 건 안 된 일이지만, 회사 측 상부 지시가 내려와 해고하게 됐음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씨가 4월 4일 이진순 과장과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가 이 과장에게 “이 과장님이 3월 25일 전화하셔서 상부의 지시라며 병가 중인 저에게 후임 비서를 이미 뽑았다며, 그것도 치료 중인 환자한테 그런 식으로 해고 통보하신 것은 도의적인 책임에 어긋난 처사인 거 같습니다”고 문자를 보내자 이 과장은 “상부 지시가 아니라 난 (박규봉)특보님께 지시받아서 지시받은 내용을 전하게 돼 미안하다고 했다”며 답장을 보냈다.

   
▲ 김씨가 4월 4일 이진순 한애가 관리과장과 주고받은 해고 확인 문자.
 
“대표님 수행하다 다쳤는데…맘에 안 든다고 해고라뇨”

그 후 사측은 해고 사유에 대해 문서화된 어떤 설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는 근로기준법상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해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동법 제27조에도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장시정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사관은 “근로기준법에는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하게끔 돼 있다”며 “근로자는 해고가 부당할 경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회사는 김씨의 산재 신청 요구도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가족들이 4월 3일 회사가 위치한 서울 삼성동 근처의 근로복지공단 강남지사를 찾아가 산재보험 담당자와 상담을 받았다”며 “공단 담당자가 회사에 연락을 취하자 밀린 3월분 급여가 다음날인 4일에서야 입금됐지만 추가적인 병원 치료비는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김씨의 가족은 정옥란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을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지난달 24일 산재 신청 서류를 들고 회사를 찾아갔으나 회사 측 변호사는 앞으로 모든 처리는 법원 소장으로 접수하라고 일방 통보했다.

이진순 과장은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김씨가 회사에 산재를 요구하지 안았고 김씨에게 병원비와 통원치료비를 준다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29일 김씨와 이 과장과의 통화 내용을 확인 결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 과장은 김씨와의 통화 내용에서 “김씨가 산재 병가 처리해달라고 해서 특보가 변호사, 노무사와 상담한 결과 김씨가 요구한 6개월 치 월급은 과하다고 얘기했다”며 “특보는 병원비를 제외하고 200만 원씩 6개월 치 1200만 원을 줄 테니 거기서 끝내던지, 아니면 4개월 치 급여 800만 원을 받고 오늘까지 병원비를 정산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자와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하면 치료비와 휴업급여는 공단으로부터 받게 된다. 만일 회사가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는 산재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수습 기간에 다쳤더라도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현재호 근로복지공단 서울강남지사 재활보상부 주임은 “수습 근로자도 산재보험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며 “사업주가 날인을 거부하더라도 날인 거부 사유서를 가지고 오면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료비 지급 기간에 대해서도 “담당 주치의가 진료계획서를 제출해 요양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연장 승인을 할 수 있고, 승인 기간엔 요양비를 받는 게 맞다”며 “산재가 종료되고 난 후에는 다시 회사로 출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전통발효식초 제조업체 (주)한애가 누리집.
 
남편은 대선 후보에 두 아들은 재력가·자선활동가…두 얼굴의 가문?

이에 대해 한애가 측 담당 변호사는 “김씨는 개인 수행 도우미 예비 면접을 본 여러 후보 중 한 명으로, 우선 채용에 앞서 임시로 출근해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예비채용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상태였다”며 “채용계약 이전에 본인 업무처리 능력 부족과 업무사항 불이행 등으로 정식으로 고용계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씨가 수행비서 수습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 대표와 공장부지 내부에 들어갔다가 그곳에 있던 전시용 패널이 떨어지면서 다치게 된 것”이라며 “2개월 치 급여를 지급한 상태”라고 밝혀 김씨가 임금을 받고 고용된 근로자였음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민아 노무사는 “근로계약서가 없어도 통장으로 받은 급여가 있고, 회사 동료들과 주고받은 문자 등 회사에서 일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전화로 해고를 통보하는 것도 무효이고 산재를 인정받으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노동위로부터 복직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옥란 한애가 대표의 배우자 신정일씨는 지난 1965년 단군계 신흥종교인 한얼교를 창시했으며 통일한국당 총재로 1987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신씨는 한온그룹 총재로 있다가 1999년 과로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첫째 아들 세원씨는 한온컨설팅그룹 대표로 있으며, 둘째 아들 세용씨는 현재 국제아동돕기연합 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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