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이후 3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뉴타운돌이’들이 총선을 휩쓸었던 만큼 한국은 뉴타운 광풍이 휘몰아쳤지만 19대 총선을 눈앞에 둔 지금은 ‘뉴타운은 사기극’이란 인식이 휘돌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 관련 법과 제도다.

물론 일부가 개정되기는 했다. 지난해 연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과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 일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뉴타운 사업이 지정된 장소여도 주민의 반대에 따라 재개발조합을 해산할 수 있는 등 ‘뉴타운 출구전략’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세입자 보상 현실화 문제나 강제 철거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해 명동 마리를 비롯해 용역업체들의 강제철거와 폭력이 수차례 도마에 올랐지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강제퇴거금지법’은 용산참사 이후 3년이 다 된 지난 18일에야 입법발의 됐다.

19일 ‘용산참사 3주기,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권정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용산참사에서 특히 문제되었던 상가세입자들에 대한 현실적 보상방안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폭력적 강제철거를 금지하고 인권지침을 준수하는 행정대집행과 민사집행업무체계를 확립하고 계류중인 경비업법, 민사집행법 개정안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비 사업의 기본방향은 주택 공급이 아닌 거주자 주거생활의 질을 향상하도록 전환해야 한다”며 “협동조합주택, 공공임대주택 등 대안적 재정비사업 모형 구축과 재개발과 뉴타운 사업에 대한 환상을 깰 수 있는 주민교육, 재정비사업에 대한 재정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민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은 “분쟁조정위원회는 형식화 되었고 주거이전비 지급기준일 후퇴, 세입자보상액을 제한 가옥주의 감정평가 산정 등 도촉법 이전의 제도개선 논의는 심각한 개악적 요소가 있었다”며 “그나마 도촉법 개정 등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낮은 재정착률과 높은 부담금 때문에 쫓겨났던 주민들의 이해에 부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재개발 사업과 관련 법 조항의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사무국장은 “기존 법체계가 소유권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용역으로부터 폭행을 당해도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는 철거민들이 위법자가 된다”며 “‘강제퇴거 금지법’을 원칙으로 강제퇴거가 불법이라는 점이 명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우 주거권실현을위한 국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주거권 운동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주거복지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정책위원장은 “주거가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남근 재개발행정개혁포럼 운영위원장은 “용산참사 3년이 지났지만 경찰이 진압지침을 어기고 신속하게 철거민들을 진압한 것에 대한 진상규명이 적어도 다음 정권에서는 이루어져야 한다”며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정부정책에 반기를 드는 세력에게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정치적 조급함이 사태를 키운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