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에서 고전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들이 1월 들어 목표했던 광고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등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종편채널이 제작비를 만회하려면 종편 1개 사당 연간 1000억~2000억 원 정도의 광고매출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간 매출이 예상 목표치의 4분의 1 수준도 안 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광고주들에게 지상파대비 70% 수준에 해당하는 광고비를 요구했던 종편들이 30% 수준까지 낮춰서 부르거나 한번 광고하면 3~4번씩 광고를 틀어주는 편법으로 영업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기업에서도 개국 때와는 달리 냉랭한 한기가 느껴진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종편 개국 효과는 끝났다”고 말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종편의 광고매출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신문의 영향력만 믿고 광고수주를 자신했던 한 종편의 경우 광고매출이 월 30억 원 수준에 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월 30억 원이면 연간으로 따지면 400억 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제작비만 연간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한 것이다.

   
 
 

종편 개국 이전 1개 사당 연간 1000억~1200억 원 정도의 광고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국방송광고공사 추산)했었는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4개사 전체를 합친 광고비가 1200억 원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종편채널들은 광고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매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광고가 심상치 않다는 조짐은 종편 안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종편들은 평일 낮·심야·주말 시간대의 상당부분을 재방송으로 채우고 있다. 채널A와 같은 일부 종편들은 개국 한 달 만에 예능프로그램들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등 제작비 감축에 들어갔다. 드라마에서 1%대를 넘으며 선전하고 있는 JTBC조차 주말 재방송 시간을 늘리는 등 비용절감에 나섰다.

영업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종편으로부터 광고 요구를 받았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종편이 지상파대비 70%의 광고비를 요구했지만 지금은 30% 수준이라도 좋으니 광고를 달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아예 “종편이 요구하는 광고단가라는 게 전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보낼 광고가 없어 종편에 1회 광고를 하면 보너스로 3~4번씩 더 내보내 주고 있는데 지상파 대비 70%라는 광고단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대기업 관계자에게서도 같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1억 원을 주고 광고를 하면 10번씩 내보내 준다. 오히려 광고가 너무 많이 나가면 소비자들의 눈에 거슬리는 등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광고 노출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라고 말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의 영향력이 있다고 해도 평균 시청률이 0.3%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2~3년 안에 종편채널 가운데 한 두 곳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특히, 종편이 신문의 영향력을 이용해 영업에 나서는 순간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종편이 독기를 품거나 상황을 오판해 신문의 영향력과 광고를 엮는 순간 방송과 신문 두 매체 모두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경쟁사인 비종편 신문사들과 지상파 방송이 모두 들고 일어날 텐데 종편이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종편의 개국 효과는 사실상 끝났다”면서 “5~6% 이상의 시청률이 나오는 히트 드라마를 만들어 내야 지상파로 흘러 들어가던 돈이 종편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계열사에 자체 판단으로 종편에 광고를 하라는 방침을 내려 보낸 상태다.

박원기 코바코 광고연구소 연구위원은 “대 언론관계 때문에 종편 개국 초기 기업들이 광고를 밀어줬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시청률 등 자료에 근거하지 않고 터무니없이 광고를 집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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