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정치검찰’의 수사 칼날에 맞서 두 번이나 ‘무죄’를 선고받았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민주통합당 초대 당 대표로 선출됐다.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대표인 문성근 후보도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되면서 한명숙 신임 대표와 함께 19대 총선 지도부를 이끌게 됐다.

한명숙 대표는 “국민과 함께 할 때 승리할 수 있다. 한없이 겸손하고, 끝없이 낮아져서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 함께 사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생활정치, 다수가 행복한 경제민주화, 사람에게 투자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로 나아가겠다. 국민이 원하는 혁신과 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명숙 문성근 후보의 1~2위 당선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관통하는 두 사람의 인생사를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문성근 후보는 ‘친노 인사’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더 깊은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민주통합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계승하는 정당임을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 한명숙 후보의 당 대표 선출은 예견된 결과이다. 실제로 초박빙 승부를 벌일 것이란 일부 관측과는 달리 당원 및 시민의 현장 투표, 모바일 투표, 대의원 투표까지 고른 지지를 얻으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득표율 24.1%를 얻으면서 2위권 후보들에게 여유 있게 앞서며 ‘대세론’을 확인시켰다. ‘정치검찰’ 탄압에 맞서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문성근 후보의 2위 선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성근 후보의 2위 선출은 ‘모바일 투표’의 힘이 컸다. 모바일 투표에서 경쟁 후보에 앞서면서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박영선 후보의 선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성근 후보는 “(이번 경선은)직접민주주의를 정당 안에 받아들인 것인데 진심으로 고맙고 총선 때는 200만이 참여해서 후보를 공천하자”고 말했다.

박영선 후보는 문성근 후보와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이면서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BBK 저격수’로 불리던 박영선 후보는 모바일 투표에서 경쟁 후보들을 앞서면서 3위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당 대표 경선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출신이라는 상징성과 높은 인지도, 탁월한 TV토론 실력까지 선보였다. ‘BBK 저격수’ 출신인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 수감도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후보는 15.8%를 득표했지만, 16.7%를 얻은 문성근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리면서 3위를 차지하게 됐다.

박지원 후보, 이인영 후보, 김부겸 후보는 각각 11.0%, 10.0%, 8.1%를 얻으면서 4~6위까지 주어지는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했다. 박지원 후보는 당초 한명숙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통합 과정에서 ‘반통합 인사’라는 이미지를 형성해 타격을 입었다.

박지원 후보가 최고위원이 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도 없지 않았지만, 지역 현장 투표에서 선전했고 모바일 투표에서도 의외로 선전하면서 4위를 차지했다. 박지원 후보는 검증된 정치력을 앞세워 유권자들을 파고들었고, 한미 FTA 폐기라는 카드까지 꺼내면서 젊은이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4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되기는 했지만 박지원 이름값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이인영 후보와 김부겸 후보는 최고위원 막차를 탔다. ‘리틀 김근태’로 불리는 이인영 후보는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별세 사건 때문에 제대로 선거운동을 하지도 못했지만 젊고 진보적인 상징성을을 앞세워 선전했다.

김부겸 후보는 최고위원에 오르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았지만 민주당 소속으로서 불모지인 대구 출마를 선택한 것이 표심을 흔들었고,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조직표 등도 당선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노총 표 역시 박영선 김부겸 후보 쪽으로 쏠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모바일 투표혁명을 시도해 경선 흥행에 성공했지만, 시민사회 대표 후보인 이학영 후보와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박용진 후보 등이 각각 7위와 9위로 탈락하면서 한계도 드러냈다. 민주당에 기반이 없고, 인지도도 떨어지는 약점을 ‘선명성’을 앞세워 돌파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학영 후보는 7% 득표율을 얻으면서 8.1%를 얻은 김부겸 후보를 막판까지 추격했지만 역전에는 실패했다. 대의원 투표에서 1000표 가량 차이가 난 게 주된 원인이었다.

박용진 후보는 진보신당 부대표를 지낸 젊은 진보성향의 후보라는 강점을 활용하면서 선거운동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9세 이하 모바일 투표에서 선전했지만, 전반적으로 경쟁후보에 밀리면서 9위를 차지했다.

박용진 후보는 “우리 당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국민들이 보여준 것이 고맙고 (지지를) 조금 받았지만 이것을 바탕으로 백 리 천 리를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호남 출신인 이강래 후보는 원내대표 출신이라는 경륜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했지만, 박용진 후보와 함께 최하위권인 8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한명숙 문성근 박영선 등이 이끌 민주통합당 신임 지도부는 개혁성과 참신성과 함께 ‘반MB 전선’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이들이다. 범야권에서는 야권 선거연대 등 19대 총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신임 지도부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민심의 요구에 따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폭정과 총체적 실정을 반드시 심판하고 총선과 대선을 국민의 승리로 만들어야 할 임무가 야권전체에 부여되어 있다.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가 호혜존중의 야권연대 정신에 충실하여, 곧 진행될 총선 야권연대 논의에 진정성 있게 임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명숙 후보는 당 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이름으로, 이번 경선에 함께 했던 80만 시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승리의 대장정을 이제 선언합니다. 2012년은 구시대와 새시대를 가르는 역사의 분기점입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과거에 묻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창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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