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전 의원이 지난 13일 MBC <100분토론>에서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과 ‘맞짱’을 떴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조중동의 신뢰도는 2003년 당시 19%로 나타났다”, “(<나꼼수>가 뜬 것은)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수구 언론 등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등 맹공을 퍼부었다. 정 전 의원처럼 조중동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치하는 인물은 야권 내 몇 명이나 될까. 민주통합당은 앞으로 그럴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정권이 조폭적 언론과의 전쟁선포도 불사해야 한다.”

정치인 가운데 본격적으로 조중동과의 싸움을 시작한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지난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이와 같은 말을 한 그는 이듬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한 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절한다.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은 그들과의 싸움이 외롭고 험난한 길임을 보여줬다. 이들 신문의 표적이 된 그에게 집권여당조차 결국 등을 돌렸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종합편성채널 탄생을 막기 위해 미디어법을 결사적으로 저지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싸움이 외로웠듯이, 지금도 “전쟁 불사”를 외치는 이는 소수다. 언론개혁에 앞장서는 동료의원들을 말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대체적인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굳이 자기 손에 피를 묻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로 거대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는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2004년부터 신문법 개정에 앞장섰던 정청래 전 의원은 “의원 열 명이 함께 이 일에 뛰어들었다면 나만 표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보복당하고 보니 ‘이런 것이 무서워서 안했구나’ 라고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술회했다. 정 전 의원은 ‘모가지 발언 사건’을 대서특필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의 보도 이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결국 허위보도로 판결났지만 신문법 개정을 주도했던 그가 ‘표적’이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내 보수적인 인사들이 조중동을 ‘메이저 언론사’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신문을 타 언론사보다 우대하고 국정감사 자료와 같은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조중동을 통로 삼아 정보를 흘리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인사들도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한 김대중 정권 때는 이들 언론과의 관계가 크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 이전 인사들은 조중동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지적을 한 다수 인사들은 “언론에 표출되기 싫어하는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며 “이들은 조중동의 문제를 모르지는 않지만 언론 개혁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미디어법 반대 투쟁에는 당내 모든 인사들이 나섰다. 그래도 민주당이 조중동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다. 하지만 다소 박한 평가도 적지 않았다. 당내 보수 인사들이 이 투쟁에 나선 것은 종편이 출범하면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해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이들은 조중동으로부터 각개격파당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조중동의 직간접적인 압박과 순치도 작용됐다. 정 전 의원의 예는 ‘찍히면 죽는다’는 이들 신문의 압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압박의 형태는 다양하다. 표적 취재가 대표적이다. 정 전 의원의 경우 신동아가 3개월 동안 일종의 ‘신상털기’를 했다.

탤런트 고 장자연씨에게 성접대를 받은 인물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실명을 거론했던 이종걸 의원 역시 각종 압박에 시달렸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주필은 통화로 만나자고 청한 뒤 이 의원에게 “방상훈 사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주필은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대표적인 보수 논객이다.

조선일보가 칼럼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어느 일본 국회의원이 결국 투신자살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이종걸 의원이 나가타 소식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한 일은 꽤나 유명하다. 이 의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마디로 죽으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디어법 처리 당시에도 조중동이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개개별로 접촉했다는 것이 후문이다.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 의원 관계자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지나가면서 몇 차례 ‘너무 그러지마라’고 말했다”며 “농담 삼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가히 (기분이)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보좌관 출신의 한 서울시의원은 “그때 당시 조중동이 직접적으로 압박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중동은 존재 그 자체가 압박이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법 투쟁에 앞장섰던 천정배 전 최고위원도 “조중동이 대서특필하면 (정치인에게) 득이 될 것 없고, 상처를 입는다.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조중동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조중동은 자신들에 비판적인 정치인들에게는 순치시키려고도 한다. 이른바 ‘띄워주기성’ 보도다. 언론에 노출되기를 원하는 정치인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언론개혁을 내걸고 17대 총선에 나가 당선되자 중앙일보에서 나에 대해 (원고지) 5매 정도의 기사를 써주겠다고 했다. 조선일보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거절했다”며 “나를 순치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신문은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해 종종 단체의 이름을 빌리기도 한다.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은 2004년 특정인의 신문사 소유 지분을 제한하는 신문법 개정에 나선 적이 있다. 그러자 한국신문협회보는 그 시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자본집중과 시장 독점 현상은 언론계의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으나 자연 증가하는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해당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협회보를 발간했던 당시 한국신문협회장은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정치인들이 자기 검열 과정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신문에서 사설이나 칼럼 등을 통해 당에 비판을 가장한 주문을 하면 많은 이들이 영향력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는 여야 모두가 ‘조중동포비아’를 가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종편사들의 본격적인 방송 활동과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가세한 광고 직접 영업으로 내년 언론 환경은 더욱 척박해질 전망이다. 이런 시점에 민주당은 ‘종편 재검토’를 강령으로 내걸었다. 이러한 당내 분위기 속에서 또 한 번 소수 의원들만의 자기희생만으로 이 막중한 사안을 해내려는 것일까.

외부 환경은 17대 국회 때보다 더 유리해졌다. 조중동 보도에 대해 시민들이 SNS를 통해 평가하고 오보를 걸러내는 작업이 실시간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조중동 비판이 전국민적 스포츠”가 됐다. 이로써 ‘조중동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는 일반적으로 자리 잡았다.

낮아진 신문구독률도 간접적으로 이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 신문은 통상적으로 기사 배열·배치 등과 같은 편집을 통해 어젠다를 설정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하는 추세가 늘어나다보니 이 기능의 효과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의 변화만으로 민주당이 언론개혁의 과제를 수행해낼 수는 없다. 결국 문제는 인적 구성이다. 조중동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치하려면 ‘제대로 된 공천’이 답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정치 구조는 자수성가한 사람보다는 사회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영입하거나 낙하산이 많다. 이미 기득권을 쥔 사람들이라 조중동 개혁을 꺼려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천정배 전 최고위원은 “언론개혁은 개혁 진영이 가진 최대 과제다. (이를 위해)결국 제대로 사회를 바꿔보자는 명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야당을 주도하는가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조중동은 정말 문제가 많다. 국회의원들이 불쌍하다. 거대언론이 정론을 펼쳤다면 국회가 이렇게 파행적으로 운영되지 않았을 것이다. 바른 언론이 바른 권력을 만난다.”

 

“조중동과 인터뷰하고 싶진 않지만…”

야당 의원들, 조중동 딜레마

 

민주통합당(민주당)에 있어 조중동은 비판의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척할 수도 없다. 어찌됐든 ‘언론’이기 때문이다. 국민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창구로서 조중동은 활용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민주당 인사들에게 이는 좌절의 경험으로 다가온다. 특히 개혁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인사일수록 개혁 진영의 시선은 따갑다.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월간조선과 인터뷰한 것을 두고 영화배우 명계남 씨가 지지를 철회하는 등  ‘노사모’의 지지율이 반 토막 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신문에 가깝다고 인식되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다. <나는꼼수다>의 정봉주 전 의원도 종편 출범으로 ‘조중동매’에 속한 MBN에 출연하려다 비판 여론에 취소했다. 현재까지 종편사들의 뉴스·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민주당 인사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당내 평가가 엇갈린다. 정치인들의 언론 출연까지 왈가왈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는 반면, 이들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종편은 물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와는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개별 원칙을 세운 정치인들도 더러 있다.   

조중동과의 ‘위험한 동거’에서 이들 정치인들이 가지는 가장 큰 고민은 개별 기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회사와 기자를 분리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적대적인 관계가 있다고 해도 자주 마주치다 보면 기자들과 인간적인 정이 쌓인다.

이에 대해 현재 문방위에서 활동하는 한 의원의 관계자는 “조중동과 민주당이라는 집단과 집단으로는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조중동 출입금지’를 써 붙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고 기자 개개인과 인간적인 관계는 있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