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2일 선정된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프로젝트는 3년의 ‘공’을 들인 작품이다. 제주도는 지난 2008년 12월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출사표를 던졌다. 선정기관인 뉴세븐원더스가 진행한 인터넷 440곳중 261곳을 뽑는 1차투표(2007년 7월~2008년 12월)를 통과한 뒤 2차투표(2009년 1~7월)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지 28곳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 7월 우근민 지사가 취임하면서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추진은 가속도가 붙는다. 제주도는 모든 행정력을 ‘올인’하고 홍보비로만 20억여 원을 편성하는 등 예산을 쏟아 부었다. 같은 해 12월엔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이하 범국민위·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도민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2011년 1월 범국민위와 제주도는 내외신 기자 100여명을 초청해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각계각층의 참여를 유도했다. 제주도는 특히 조직을 개편해 세계7대자연경관 팀을 신설하고 전 도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전화 투표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1년 11월 12일 마침내 정부와 제주도 그리고 언론은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됐다”며 환호했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도를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호하기엔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았다. 2011년 대대적인 전화투표 운동이 시작되면서 지난 4월 SNS를 중심으로 ‘국제 사기극’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공신력 문제에서부터 1인 무한정 전화투표 방식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지적하고 “뉴세븐원더스가 돈벌이를 위해 국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여기에 9월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이 가세했다. 이용경 의원은 △인도네시아와 몰디브가 뉴세븐원더스 측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요구받았던 점 △전화와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세계7대 자연경관을 선정한다면서 정작 최종 선정 기준과 절차는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제주도의 행정전화 투표 건수와 비용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9월말까지 제주도의 행정전화 투표건수만 1억건, 200억원(1건당 198원)”이라며 “국민 혈세 200억원을 사용하면서 투표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건 대한민국 국민들의 애국심을 남용한 상업이벤트”라고 질타했다.

상업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에도 제주도 공무원들은 1인당 전화투표를 20건씩 할당 받아 (월 600건 이상)밤낮없이 버튼을 눌러댔다. 일부 부서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들은 7대자연경관 전화투표에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까지 전화투표 결제비용을 기부했다. 투표왕 및 최다투표 우수부서를 선정하기도 했다. 읍면동 행정기관과 자치단체에서는 전화 투표소를 설치하고 인증서를 게시했으며 투표기금 기부가 이어졌다.

각종 단체 및 동우회 행사 등에서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도전 현수막을 내걸고 찍은 단체사진들을 지역신문 동정란에 계속 연재하면서 경쟁심을 유발했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전화 투표를 30통하면 봉사활동을 인정해준다는 모 학교의 통지서가 발송되면서 논란이 됐다.

정부 역시 지원 공세를 폈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까지 인터넷 투표에 참여해 캠페인에 힘을 실었다. 4월엔 제주도에서 정병국 문화부장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정운찬 범국민추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단 월드투어 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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