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언론단체는 현 정권의 특혜 종결판이자 언론장악 마침표로 일컬어지는 조중동과 이들 매체가 운영하는 종합편성채널(종편) 거부운동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16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에 선출된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49)는 19일 미디어 오늘과 인터뷰에서 "종편 퇴출 운동과 함께 내년 정권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망가 질대로 망가진' 공영방송의 공공성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 대표는 소셜미디어와 '촛불'로 사회적 소통에 나선 시민들과 함께하는 '언론운동'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규찬 대표와의 일문일답.

-1년여 동안 언론연대 대표가 공석인 상황이었다. 취임 소감은.
"1년여간의 공백 기간 좋은 분을 대표로 모시려 했으나 여러 사정상 여의치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좋은 분을 대표로 모실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 현재의 미디어운동 활동가들을  세대적으로 조율하고 언론연대가 언론 운동의 전체 진영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언론운동이 '안티 조중동'과 '공영방송 사수' 두축이었다. 임기내 핵심 목표는.
"공영방송의 공공성 회복이다. 종편 출범으로 미디어 생태계 붕괴가 우려되고 있지만 공영방송은 종편과 무관하게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왔다. 종편은 하나의 중요 변수다. 어떻게 수구  조중동 연합방송이 여론을 왜곡하는지 견제하고 부당한 행동을 저지하는 건 하나의 축이고,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복구하는 게 핵심이다. 또한 주목할 점은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제3섹터, '시민 저널리즘'이다. '촛불'로 결집한 시민대중은 광장과 트윗, 페이스북 등과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스스로 발언하고, 주류매체를 압박하고 정치적 실행을 요구 하고 있다. 언론연대의 활동은 조직들의 연대체로 꾸려져왔지만 비조직화된 '촛불' 또는 '시민저널리즘'을 언론운동의 일축으로 구축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언론계에서는 조중동 퇴출과 종편 사업권 회수를 주창하고 있다. 가능한 일인가.
"개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미디어기업이 탄생했고 정치적 여론의 힘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 아무리 부도덕해도 현재적 경험에 비춰보면 이들을 다시 무너뜨리는 건 상당히 어렵다.  어려운 게임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훨씬 인내심을 갖고 적절한 방법과 시점에서 시도를 해야  한다. 사업권 회수 그 자체의 가능성에 의미를 두고 운동하는 건 아니라고 보고 설립과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종편이 공공성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뒤, 재허가 시점에서 엄격하고 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시민사회단체의 종편 불시청, 종편 출자 기업제품 불매 운동, 종편 출연거부 등 종편 3불 운동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개개의 종편 참여 선택과 판단이 필요한 것 같다. 운동 전체 진영에서 보면 종편 3불운동은  선언적 의미에서 여전히 필요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현 정권의 나팔수가 됐다 치 더라도 모든 프로그램과 조직이 악이라고 하지 않는 만큼 개개인의 원칙에 입각한 유연성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선 시청률 0~1%대 조중동 종편은 자멸할텐데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느냐 반문한다 .
"시청률이 0~1%대라 치더라도 낙관하기 어렵다.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이 있을거다. 견제하지 않으면 성, 폭력, 정치와 관계되서 자극적이고 편파적 인 여론을 조성해 나갈 것이다. 생무시해서도 안되고 과하게 흥분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이미 트위터로 시청자들이 종편의 문제점이나 유의할 점을 소통하고 있듯, 차분한 수준에서의  모니터링과 대응을 해나가면 된다고 본다. 다만, 노이즈마케팅의 수위를 높여갈때 어떤 대응을 해야할지의 준비와 태도는 가져야 한다."

-계속된 저항으로 언론계 안팎에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피로감은 노정권때부터 시작됐다. 저항이 약했다거나 저항의 전략이 잘못됐다고 하기보다는  현 정권이 동원한 물리적 힘이 훨씬 더 셌다고 평가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정권의 언론장악에  밀리고 있는 건 맞지만 진행 방향과 속도를 지체시킨 건 맞다. 정부나 배후인 재벌이나 초국적 자본도 우리가 피로한만큼 피로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기존 방식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시민사회운동에서 '촛불'에 붙어있는 20대 청년들이 언론운동에는 빠져있다. 이들은 이미 발언권을 가졌기 때문에 조중동을 퇴출하고 언론장악을 저지하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조직적 논리나 선언적 운동은 젊은 청년들에겐 참신하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언론운동도 젊은 스타일을 수용해서 변화하면 '언론운동'의 한계에서 벗어나 '대중운동'으로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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