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방송국은 본래의 설립 목적인 조선 민중의 문화개발이나 복리증진보다는 조선총독부의 시정방침을 조선 민중에 선전하는 데 많이 이용돼 왔다”

1926년 설립된 한국최초의 방송국, 경성방송국의 역사다. 과거의 언론은 권력의 선전도구로 활용됐다. 십수년이 지나 '민주주의'를 말하는 현대사회의 방송은 과거 그때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일제의 주도 아래 국내 최초의 라디오 방송이 개국한 1927년부터 1980년대까지의 방송 역사를 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한국방송의 사회문화사’는 커뮤니케이션 학계에서 언론학과 방송학 분야의 ‘역사 연구의 심각한 빈곤’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마련한 12편(제1~12장)의 기획 연구 논문을 하나의 단행본으로 엮었다. 제1부 일제강점기, 제2부 해방 이후부터 1960년대, 제3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연대기순으로 구성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제5장 ‘1960년대 초기 텔레비전과 국가’. 1961년 5·16쿠데타로 집권한 군사 정부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개국한 KBS-TV가 ‘상상적 공동체’로서의 민족국가 담론을 국민들에게 내면화시켜 가는 양상에 주목한다.

‘나꼼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제8장 ‘1960년대 라디오 저널리즘의 이야기하기’도 주목할 만하다. 1960년대 한국 사회문화의 지형에서 라디오 저널리즘이 가진 특징과 의미를 규명한다.

또 제10장 ‘1970년대 신문의 텔레비전 드라마 비판’은 1970년대 일일극이 번창하면서 그 못지않게 성행한 신문에서의 드라마 비판론을 재검토한다. 당시의 비판이 최근 인기드라마의 유형으로 자리잡은 ‘막장드라마’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들이 과연 ‘욕하면서도 시청했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려우나 이런 말이 지금에서도 흘러 다니는 것으로 미뤄 그렇게 근거가 없는 것 같지는 않다”며 “만약 이를 하나의 문화로 본다면, 그 문화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시점은 1970년대가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국노래자랑>의 30년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제12장 ‘일요일의 시보, <전국노래자랑> 연구’는 시청자 참여 오락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을 하나의 문화 텍스트로 분석하면서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 구축 해온 의미와 미학을 해명한다. <전국노래자랑>은 노래 경연을 넘어 당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동시대적 감수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소통의 장이다. 당대 생활에의 공감을 나누는 것, 그것이 <전국노래자랑>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정치·문화적 힘일지는 더 이상 다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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