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이 통신업계로 넘어가면 차세대(4G) 방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됐다. 현재 지상파 방송에 사용되고 있는 700㎒(698~806㎒) 대역 주파수는 내년 말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유휴대역으로 남는다. 700㎒ 대역은 혼선이나 잡음이 적으면서도 전파 도달 거리가 길어 황금 주파수로 불려왔다.

국내 방송업계와 통신업계는 700㎒ 대역의 주파수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통신사업자는  급증하는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해, 방송사는 차세대 방송과 난시청 해소를 위해 각각  700㎒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제창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13일 한국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제1회 방송정책포럼에서 700MHz  유휴대역을 차세대(4G) 방송 활성화에 써야 한다고 주장, 방송업계에 힘을 실었다.

정제창 교수는 3DTV, UHDTV(HDTV보다 4~16배 선명한 고화질 방송) 등 차세대 방송 산업 성장 가능성을  전망했다. 정 교수는 "2009년 영화 <아바타>의 전세계적 성공은 3D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며  "시청자는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2D와 비교할 수 없는 실감 영상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황금주파수 차세대 방송 할당 시나리오로 우선, 채널당 6MHz의 대역폭을 가지는 기존 디지 털방송에 6MHz를 추가로 할당해서 2DTV와 역호환성을 유지하는 세계최초의 '지상파3DTV'를 제시했다.  이는 700MHz 대역의 108MHz 폭의 절반(54㎒)을 주파수가 필요한 주요 9개 대역에 6MHz씩 배분하는 방식이다. 나머지는 이동통신과 공공서비스에 균등배분하면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제안이다.

방송업계 역시 정 교수와 같은 주장을 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난시청 해소를 위해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고, 차세대방송 실험방송에도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700MHz주파수는 디지털 전환 이후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난시청 지역을 해소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거나, 차세대방송을 위한 주파수로 사용해야 하는 주파수 소요량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700MHz 대역의 주파수가 없다면 차세대 방송 실현은 불가능한 걸까.  정 교수는 "지금 현재 갖고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가 갖지 않으면 '차세대 방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박진우 KBS 송신기획팀장은 "700MHz 대역이 이동통신용으로만 할당되면 디지털 방송의 난시청해소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없는 난시청 지역에 거주하는 시청자들은 유료 방송에 가입할 수밖에 없고, 그런 지역이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며 "또한 차세대방송이 등장하더라도 여유주파수가 없어 시청자는 유료방송이나 통신서비스를 통해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발표하면서 연내 700㎒ 할당을 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사실상 통신업계에 무게중심이 기운 분위기다. 방송계는 방통위 정책에 반발, 오는 2013년 이후로 용도확정을 연기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SBS 조삼모 정책팀 박사는 "방통위는 공익의 가치로 판단해야 할 주파수 정책을 친통신업체 논리로 일 관하고 있다"며 "700㎒ 대역의 주파수 할당은 디지털 방송 전환이 완전히 끝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방송학회는 오는 15일 오전 10시30분 프레스센터 18층에서 700MHz 주파수 활용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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