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투표 참여를 독려한 방송인 김제동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나선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트위터를 통한 김씨의 투표 독려에 대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쪽에서는 검찰이 논란이 되는 선거법 잣대를 들이대 여론을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선거 모니터링을 하면서 김제동씨가 투표 당일 날 트위터에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 올린 것을 봤는데 위법 사항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트위터에 닥치고 투표라면서 투표 독려를 한 것이 위법인지’ 묻자 “선관위에서는 김제동씨가 법 위반을 했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당일에 올라온 게시물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사실관계를 파악을 했다”며 “(김제동 등 유명 방송인이)위법한 것은 없다. 유명인 관련해서 투표 위반 행위 조사가 그때 이후로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선거 당일 ‘선거캠프의 주요인사’ 등이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하지만, 김씨의 경우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제동씨는 선거 당일 트위터에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고 ‘닥치고 투표’, ‘퇴근하시는 선후배님들과 청년 학생 여러분들의 손에 마지막 바톤이 넘어갔습니다. 우리의 꿈을 놓지 말아주세요. 제발’ 등의 글을 올렸다.

이에 따라 이번에 검찰이 한 시민의 고발로 김제동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는 것은 무리하게 위반 혐의를 적용해 논란만 자초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논란의 핵심은 그동안 SNS에서의 투표 독려에 대해 유권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소조항’이라고 불린 공직선거법 93조와 254조 조항을 검찰이 어떻게 적용하는지다.

선거법 93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문서·그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기타 유사한 것을 배부 또는 게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254조는 이를 처벌(2년 이하 징역, 400만 원 이하 벌금)토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검찰 등이 이 법 조항을 여권에 반대되는 의견을 사실상 ‘억압’하는데 적용해 왔다는 점이다. 선거일 180일 전에 인터넷에 비판적 의견을 올려 법적 처벌을 당한 사례가 다수다.

블로거 정아무개씨는 지난 대선 50일 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Extreme Dirt Mr. Lee'라는 문구와 함께 이명박 후보의 사진을 넣은 글을 게시해 기소됐다. 회사원 홍아무개씨는 지난 2008년 총선 3개월 전에 인터넷한겨레 토론방에 ‘예상대로 움직이는 박근혜’라는 제목으로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해 기소됐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최근에는 트위터 계정 2MB18nomA를 가진 송아무개씨가 트위터에 한나라당 낙선 의원 명단을 올려 벌금형을 받게 된 것의 단초도 선거법 93조 위반 혐의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쪽은 “김제동의 트윗은 수사 대상도 안 된다”며 “검찰이 SNS에 대한 엄포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권자자유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에서 “‘투표 인증샷’에 대한 검찰 수사는 ‘김제동’이라는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라며 “대표적 방송인에 대한 상징적 수사를 통해 모든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권자자유네트워크는 “이명박 대통령과 나경원 후보자를 비롯해 수많은 정당 관계자가 투표하는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자는 말도 하지 못 하는 것은 명백한 유권자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투표독려와 투표율은 정치적 이해의 대상이 아니며, 수사 대상조차 되지 않는 ‘투표 인증샷’에 대한 검찰 수사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첫 보도를 한 조선일보 9일자 기사<검찰, 김제동 트위터 투표독려 수사 착수>에 따르면, 시민 임아무개씨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김제동씨가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공개하고 지속적으로 글을 올려 투표를 독려한 행위는 당일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된다”며 김제동씨를 고발했다.

임씨는 고발장에서 “김씨는 선거 당일 트위터에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고 ‘닥치고 투표 …’, ‘퇴근하시는 선후배님들과 청년 학생 여러분들의 손에 마지막 바톤이 넘어갔습니다. 우리의 꿈을 놓지 말아주세요. 제발’ 등 4건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며 “많은 시민들이 김씨가 박원순 후보 지지자라는 사실을 아는 상황에서 이는 명백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임씨는 “김씨의 트위터 팔로어가 60만 명이 넘고, 김씨가 올린 글이 선거 당일 수많은 매체를 통해 실시간 전파된 만큼 이는 단순한 투표 독려 행위를 넘어서는 행위”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석재 총무부장(검사)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제가 듣기로는 경찰에도 같은 내용을 고발했다가 취하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랬다해도 (다시 고발장이 들어오면) 혐의내용에 따라 수사에 들어갈 수는 있는 것”이라며 "경찰을 통해 수사를 지휘할지, 직접 수사할지까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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