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중계>가 때 아닌 날벼락을 맞았다. '원더걸스 MR 제거 동영상'을 방송으로 내보냈다는 일부 인터넷 매체의 보도 때문이다. 이 보도를 본 원더걸스 팬들은 <연예가중계>에 비난을 쏟아냈지만 문제가 된 동영상은 지난해 8월 방송분이었다. 일부 매체의 기자가 방송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일부 매체가 13일 KBS 2TV의 <연예가중계>가 지난 12일 방송분에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의 인터뷰와 함께 가수 원더걸스의 MR 제거 동영상 내보냈다는 보도를 내보낸 뒤 연예가중계는 네티즌의 십자포화에 휩싸였다. MR은 ‘Music Recorded’의 약자로 음악의 반주를 일컫는 용어다.

하지만  <연예가중계>에서 12일 방송된 것으로 알려진 원더걸스의 MR 제거 동영상은 <연예가중계>가 지난해 8월에 내보낸 방송으로 밝혀졌다. 방송 내용도 일부 매체의 보도처럼 원더걸스의 이번 컴백 곡인 ‘Be my baby’가 아닌 지난해 발표된 ‘2 Different Tears’의 영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전문매체 10아시아는 <연예가중계>의 양동일 PD와의 인터뷰를 통해 “12일 방송에 원더걸스 게릴라 데이트가 방송됐지만 컴백 무대의 MR제거 영상을 내보낸 적이 없다. 어떻게 보도가 나간 것인지 황당하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또 <연예가중계>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관련 동영상을 내보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공지가 떠 있는 상태다.

실제로 12일 방송된 <연예가중계>의 코너 게릴라데이트에는 원더걸스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하지만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에 의해 MR 제거 동영상이 소개됐다”라는 일부 매체의 보도와 달리 원더걸스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국내 컴백에 관한 소감과 활동 계획 등을 전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 2 TV의 '연예가중계' 의 원더걸스가 출연한 게릴라 데이트
 
그렇다면 무려 1년 5개월 전의 방송분이 지난 주말의 방송으로 둔갑되어 보도된 경위는 무엇일까? 지난 2년 간 미국 활동으로 국내 활동이 뜸했던 원더걸스의 국내 컴백 소식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또 같은 시기 활동을 한 적이 없었던 라이벌 격인 그룹 소녀시대와도 컴백이 겹쳐 많은 이들은 기대 섞인 눈으로 원더걸스의 컴백 무대를 기다려왔다.

지난 11일 KBS 2TV의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12일 MBC의 <음악중심>을 거치며 국내 복귀를 알린 원더걸스의 무대는 네티즌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 와중에 아이돌 그룹의 컴백에 ‘통과의례’ 처럼 따라붙는 제작자 불명의 MR 제거 동영상이 등장했고 이는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1위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매체는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연예가중계>의 작년 8월 방송분을 12일 당일 방송된 것처럼 기사를 내보냈다. 이렇게 작성된 기사가 포털 사이트의 주요목록에 등장하고 인기 검색어에 오르자 많은 매체가 다시금 ‘베껴쓰기’를 통해 같은 내용의 기사를 ‘대량 생산’해 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생산된 기사는 다시 블로그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고 원더걸스의 일부 팬들은 <연예가중계>의 홈페이지에 불만을 쏟아냈다.  

   
14일 연예가중계의 홈페이지에 뜬 공지.
 
관련 기사를 작성한 한 연예매체의 기자는 기사가 작성된 경위에 대해 “인기 검색어를 보고 블로그와 다른 매체의 관련 기사 내용을 참조해 썼다. <연예가중계> 방송분은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사실 확인도 않고 기사를 쏟아내던 매체들은 <연예가중계>가 14일 "MR 동영상을 방송한 적이 없다" 라는 공지를 띄우자 다시 우르르 <연예가 중계 ‘억울’ MR 동영상 방송 안 내보내> 라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다. 자신들이 쓴 기사를 자신의 손으로 부정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런 해프닝은 클릭수 위주의 기사를 작성하는 일부 매체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언론사는 ‘검색어’ 위주의 기사를 작성해 올리는 부서를 따로 두고 클릭수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최후 전송된 기사가 제일 먼저 뜨고 독자들의 클릭을 유발할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많은 매체 사이에 같은 내용의 기사를 제목만 살짝 바꾸어 계속 전송하는 등의 편법도 난무해 포털이 제재에 나서기도 한다. 

기사를 전송했던 많은 매체는 현재 자신의 사이트에서 관련 기사를 삭제한 상태이다. 하지만 많은 블로그엔 아직도 해당 내용이 남아있어 “연예가중계가 12일 방송을 통해 원더걸스의 가창력을 지적했다”는 내용으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연예가중계>의 홈페이지에도 계속 <연예가중계>를 성토하는 일부 네티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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