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스크린과 고해상도 TV가 확산되면서 연예인들은 카메라 클로즈업에서도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된다. 인터넷에 가면 연예인들의 성형 전후를 비교한 사진이 돌아다닌다. 연예인들은 더 이상 성향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TV에 출연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

미국의 뉴욕타임즈가 우리나라의 성형수술 열풍을 보도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한국 사람들은 다섯 명에 한 명 꼴로 쌍꺼풀을 타고 나는데 거리에 나가보면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쌍꺼풀을 하고 있다”면서 “코나 눈 성형 정도로 만족하지 못한 일부 여성들은 턱뼈를 깎아 얼굴윤곽을 부드럽게 만드는 양악수술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약 31.5%의 응답자가 성형수술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2007년의 21.5%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라는 서울시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2009년 또 다른 조사에서는 서울 거주 19~49세 여성의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뉴욕타임즈는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에서만 4천여개의 성형외과가 성업 중”이라면서 “일부 병원에서는 공짜로 시술하는 대신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신데렐라 이벤트’로 광고효과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황상민 연세대 교수의 말을 인용, “여성들이 비싼 핸드백을 사는 것처럼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 11월3일 온라인판.
 

강남역 인근의 ‘뷰티 벨트’에서 영업 중인 한 성형외과는 지난 6년 동안 3천여건의 양악수술을 시술했다. 박아무개 원장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기준은 작고 이목구비가 날렵해 보이는 서구화된 얼굴인데 이 기준에 놓고 보면 한국인 90%는 잠재적인 성형수술 수요층”이라고 말했다.

“연예인의 사진을 들고 와서 똑같이 해달라고 한다. 거리에 나가 보면 젊은 여성들이 모두 비슷비슷해 보인다.” 한 성형외과 의사의 이야기다. 임권택 감독의 이야기도 나온다. “전통적인 한국의 얼굴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하루는 미인 콘테스트를 보다가 둥그런 얼굴에 자연스러운 눈의 여성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뛰어오를 뻔했다. 결국 그녀를 캐스팅했다.”

최샛별 이화여대 교수는 “결혼과 취업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성들이 생존을 위해 외모가 따라야 한다고 믿게 됐다”고 분석했다. 양악수술을 받은 장아무개씨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나보다 어려보이는 남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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