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철폐’는 우리에게만 이득?= 정부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국내 기업의 수출 증대와 외국인 투자 확대, 국내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의 효과 등을 가져올 것이라고 선전해 왔다. 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FTA는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하고, 우리나라가 이미 44개국과 체결한 FTA들과의 시너지효과를 위해서라도 한미 FTA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관세 철폐의 효과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적용된다. 일방의 이익이 아니라 일방의 ‘불이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한미 FTA 발효 15년 후 대미 무역수지가 7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분석 결과에서도 우리나라의 제조업 대비 무역흑자증가 효과가 정부의 발표보다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12대 독소조항’은?= 한미 FTA 반대 측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이른바 ‘12대 독소조항’(또는 ‘10대 독소조항’)에 대한 검증 보도도 언론에서 찾기 쉽지 않다. △‘네거티브리스트’ 방식 개방 △래칫(Ratchet, 역진방지) 조항 △미래 최혜국대우 조항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 제도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비위반 제소 △정부의 입증책임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공기업 민영화 및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 철폐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개방 △재협상 불가 조항 등이다. 하나하나 결코 만만치 않은 조항들이고, 정부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해명한 자료도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증에 나선 언론은 손에 꼽을 정도다.

▷‘미국에 있어서와 같이’(as in the United States)= 한미 FTA 협정문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국내법에 따른 투자자 권리의 보호가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 이 협정에 규정된 것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 외국 투자자는 국내법에 다른 국내 투자자보다 이로써 투자보호에 대한 더 큰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아니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후략)”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2008년 2월에 펴낸 ‘한미 FTA비준동의안 검토보고서’는 위 구절에 대해
“‘한국 내 미국 투자자들에게는 미국에서 누리는 권리에 상응하는 권리를 부여하되, 미국 내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내 미국 투자자들이 누리는 권리보다 더 많은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이는 호혜에 기반한 긴밀한 경제관계를 강화해나가기 위한 FTA 체결의 기본취지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 매체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또 ‘한미 FTA가 대한민국 법률 위에 존재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되풀이 되어 왔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대정부질의에서 이를 “2층에 미국 국내법이 살고 있고 1층에 한미 FTA가 있고 국내법이 지하실에 있는 격”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투자자유협정과 군사 세계화= 정부가 강조하는대로 한미 FTA는 상품분야의 관세를 없애는 자유무역협정이지만, 더 중요한 핵심은 한미 FTA가 투자자유협정이라는 데 있다. 애초 FTA와는 별도로 다뤄져왔던 투자협정은 미국에 의해 FTA의 ‘우산’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이미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국내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될 경우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의 대부분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마냥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외국인 직접 투자 역시 공장 설립이나 설비투자 등 실물자본 투자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한 ‘치고 빠지기’ 형태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가 단순히 양국 간의 ‘경제협정’일 뿐만 아니라 ‘군사협정’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6월,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연기에 합의한 직후 한미 FTA 재협상이 시작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미국의 전략적 포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잠재적인 적’인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한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