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교수가 방송 도중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EBS에서 강제 하차돼 논란이 예상된다.

김 교수는 지난 9월부터 월·화요일 저녁 10시40분에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이라는 제목으로 김 교수의 특강을 방송해왔다. 김 교수가 한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녹화한 방송으로 전체 36회 분 가운데 16회까지 방영된 상태다.

김 교수의 강제 하차 소식을 처음 알린 한겨레 조현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http://t.co/2Ch3oM6z)에 올린 글에 따르면 25일 EBS 김한동 PD가 김 교수를 방문해 방송국 심의실의 결정이라면서 다음주까지만 방송을 내보내고 방영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기자에 따르면 김 교수가 “11월말 방송분까지 편집이 끝난 상태이므로, 그 때까지만이라도 방송을 내보내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BS '중용 인간의 맛'.
 

김 교수의 강제 하차는 이번 교육방송 특강 내용을 묶어 출간한 '중용 인간의 맛'이란 책에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강도높게 비판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대도(大道)가 행해질 때는 사람들이 천하를 공(公)으로 삼지만, 대도가 은폐하게 되면 천하를 사가(私家)로 삼아 재물을 모두 자기 한 몸만을 위해 저축하고, 국민의 실수요와 무관한 토목공사만 늘어난다는게 공자의 놀라운 통찰이었다”면서 “합리적인 예(禮)에 근본하지 아니 하는 자가 최고의 지위에 있는 사회를 재앙의 사회라고 불렀다”고 비판했다.

EBS는 “방송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아니고, 심의실의 결정에 따라 다음주에 방송을 끝내면 어떻겠느냐고 협의를 한 것”이라면서 “김 교수의 의견을 듣고 와 현재 심의실과 콘텐츠기획센터와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MBC 이상호 기자는 25일 저녁 김 교수와 통화한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중계해 눈길을 끌었다.

"인문학 강의마저 죽이고자 한다면 우리 사회 너무 암담해. 나치 검열과 다를 바 없어. 대응방식도 저급하고 비열한 꼼수다."
"칸트저서는 상품광고라며 삭제, 현실 발언은 문제된다며 삭제. 많이 양보했다. 중용강의 완주가 목표였다. 인기 프로그램 폐지하면서 입게될 타격조차 개의치 않는 것 보면.. 정치적 압력 작용한 듯."
"정치가 잘못되고 있는 게 너무도 확실하다.. 사람들이 투표장 나가는 걸 두려워 하는 정부가 정부냐. 젊은이들일수록 투표장 나가는걸 두려워 하는게 정부냐."

EBS 노조는 26일 경영진과 면담을 요청하고 해명과 대책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오전 10시30분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에 출연 중인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트위터에 김 교수가 나꼼수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의 강제하차에 따른 외압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전 10시30분 기사 추가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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