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서울의 잇는 삼화고속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에 돌입한지 3일째다. 인천시에 따르면 26개 노선 광역버스 328대 가운데 삼화고속이 보유한 20개 노선 242대의 운행이 10일 오전 5시부터 전면 중단됐다. 예비버스 19대를 투입해 전철역을 연계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출퇴근 대란은 피할 수 없었다. 언론 보도는 대부분 시민들의 불편에만 초점을 맞췄다. 삼화고속 노조는 왜 파업을 시작했으며 왜 타결이 안 되고 있는 것일까.

민주노총에 따르면 삼화고속 운수 노동자들의 시급은 4727원이다. 임금은 10년 동안 동결돼 왔다. 노조는 시급을 937원 인상하고 근무시간을 21시간(익일 휴무 조건)에서 18시간으로 줄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회사는 165원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회사는 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대전과 광주, 대구 등에 고속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삼화고속은 KTX와 공항철도 개통의 영향으로 지난해 46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일보 10월11일 18면.
 

삼화고속 노조가 공개한 월급 명세서를 보면 월 379시간을 일해서 세전 186만1533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있다. 1주일에 하루 쉬면서 이틀씩 교대 근무를 하면 기본 92시간에 휴일 근무 35시간과 연장근무 174시간, 야간근무 78시간을 더하면 379시간이 된다. 하루 평균 13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해서 5시부터 운행을 시작하면 그 다음날 새벽 2시 이후에 끝나는 고된 일정이다.

 

   
동아일보 10월11일 18면.
 

중앙일보는 “4개월 새 파업 5번… 승객이 봉이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등하교하는 학생 등 삼화고속 이용객 5만5천여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46억 적자 났는데 임금 20% 올려달라는 삼화고속 노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직원들 평균 연봉은 3300만원으로 인천의 다른 광역버스에 비해 10% 정도 높은데다 학자금 지급 등 임금 및 복지 수준도 낮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서울~인천 버스 또 스톱’ 시민들 분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역버스 적자가 너무 심각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 불가피하게 직장을 폐쇄하게 됐다”는 회사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신문은 “10년 간 사실상 임금을 동결한 상황에서 협상할 생각은 하지 않고 내린 직장 폐쇄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는 노조 관계자의 말을 같은 비중으로 인용해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데 그쳤다.

 

   
삼화고속 노동자 월급 명세표. (지난해 기준)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삼화고속은 지난해 기준 하루 19시간 13일 만근했을 때 시급이 4727원인데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인천시 간선 시내버스의 경우 22일 만근할 경우 시급이 6536원이다. 노조는 시급 973원 인상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 수십억의 적자가 났다는 사쪽 주장에 대해서도 노조는 지난 10년 동안 1년을 제외하고는 흑자경영을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아무리 다음날이 휴무라고 하지만 기계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하루 21시간씩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러한 반인간적인 노동은 당사자의 건강과 생명을 해칠 뿐 아니라 자칫 하루 수만에 달하는 승객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보수 언론은 열악한 노동조건에는 아무런 가치 판단도 없이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불법적인 직장폐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인천시당도 논평을 내고 “사측은 즉각 직장폐쇄를 즉각 철회하고 성실한 교섭을 통해 노조측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면서 “인천시장은 노사간의 중재 뿐 아니라 준공용제 도입을 즉각 검토하는 등 사태가 장기화 되지 않도록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선 대변인은 “언제까지 시민의 불편을 악용해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옭아맬 심산이냐”고 반문했다.

언론 보도에서는 파업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삼화고속의 파업을 단순히 임금투쟁으로 매도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날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 시민들 불편을 이유로 파업을 접으라고 압박하는 건 이 시점에서 해법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완화할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인천의 다른 시내버스들처럼 준공영제를 도입해 적자를 보전해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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