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쇼는 없었다. 애플이 아이폰의 후속모델 아이폰5를 공개할 거라는 떠들썩한 소문과 달리 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캠퍼스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는 별반 새롭지 않은 아이폰4S가 소개되는데 그쳤다. “역사상 가장 놀라운 아이폰”이라는 호들갑이 무색할 정도였다. 스티브 잡스의 공백도 컸지만 신제품 출시를 손꼽아 기다려온 애플 마니아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이날 발표회 직후 애플의 주가는 4.5%나 폭락했다.

이날 발표회가 현지 시간으로 4일 오전 10시, 우리 시간으로 5일 새벽 2시에 열렸던 탓에 국내 언론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오프라인판 18면에 “5세대 아이폰 이달 중순 나온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4일 공개했다”면서 “애플은 이날 오전 10시 ‘Let’s Talk iPhone(아이폰을 이야기하자)’으로 명명된 이벤트를 열고 신형 5세대 아이폰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명백한 추측성 오보였다.

   
4일 공개된 아이폰4S. 루머와 달리 아이폰5의 출시는 없었고 아이폰4S는 기존 모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발표회 직후 애플의 주가는 폭락했다.
 

이 신문은 “5세대 아이폰의 가격은 메모리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2년 약정 기준으로 기존 아이폰4와 같은 199~299달러대”라거나 “5세대 아이폰은 아이클라우드와 아이메신저 등 소비자의 눈을 사로 잡을 새로운 서비스를 여럿 갖췄다”거나 “애플은 5세대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안드로이드 계열의 대표 주자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S2 LTE와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는 등 아이폰5의 출시를 전제로 한 추측성 기사를 내보냈다.

 

   
매일경제 10월5일 18면.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지만 이날 애플이 아이폰5를 공개할 것이라는 소문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애플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아이폰5 사진도 여러장이 나돌았고 애플의 중국 공장에서 흘러나왔다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저버렸고 결과적으로 매일경제의 이번 오보 해프닝은 리얼타임 뉴스 시대에 오프라인 신문이 갖는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됐다.

기사를 쓴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었고 독자들 관심도 매우 큰 사안이라 그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려서 이틀이나 지난 기사를 내보낼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고심 끝에 ‘아이폰5’라는 제품 이름 대신 ‘5세대 아이폰’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아이폰과 아이폰3, 아이폰3GS, 아이폰4에 이어 아이폰4S가 나왔으니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사를 쓴 시점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인 것은 분명하다. 최악의 경우 천재지변 같은 사건이 일어나 신제품 발표회가 취소되기라도 했다면 어떨까. 손 기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예측해서 확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신문 플랫폼의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손 기자는 “아침에 신문을 받아볼 독자들에게 최소한의 서비스 차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돼서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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