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오세훈 변수’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와 서울시장직을 연계한 결정은 본인에게는 엄청난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승부수’이지만, 당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시장을 다시 뽑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는 오세훈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가는 게 기본 전제이다. 오세훈 주민투표가 33.3%의 투표율에 이르지 못해 실패로 돌아가면 182억 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한나라당은 섣부른 지원 결정으로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10월 26일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열릴 경우 한나라당은 초대형 악재를 떠안고 냉랭한 민심을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서울시장직 연계를 만류했던 것도 정치적 계산이 유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홍준표 대표의 만류에도 ‘자기만의 정치 시간표’를 실천했다. 오세훈 시장 입장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패로 돌아가면 자리를 유지하고 싶어도 ‘식물 서울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오 시장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금처럼 시장직을 던지는 모습을 보이며 훗날을 도모하는 게 아니라 서울시민의 선택을 존중해 2014년 6월까지 서울시장직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정치적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은 역대 가장 힘없는 서울시장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같은 시나리오가 더 유리할 수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총결집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대선레이스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생각지 않았던 ‘오세훈 변수’ 때문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의 공식 논평은 “시장직 신임투표가 아닌 정책투표에 시장의 거취를 연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야당의 불법적인 주민투표 거부 책동에 시장의 거취를 연계하는 것을 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 오 시장의 거취표명과 상관없이 우리 한나라당은 주민투표의 승리를 위해 서울시당을 중심으로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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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오세훈 서울시장 지원을 철회하지는 않겠지만 유감의 뜻을 간접적으로 전한 셈이다. 실제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기자회견을 연기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당장 22일 한나라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이번 선택을 놓고 대응책을 놓고 뜨거운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당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준 선택이라는 점에서 비판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1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그만두는 것은 도망가는 것이다. 미달되면 그만둘 일이 아니라 홍준표ㆍ손학규ㆍ오세훈ㆍ곽노현 4자 회담을 열어 타협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오 시장이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오세훈 시장이 정책에 관련된 투표에 관해 시장직을 건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 매우 안타깝다. 시장직을 걸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었다. 더더구나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오 시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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