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본의 원전사고 직후 미국이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 9만 명의 전원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18일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캐빈 미어 전 미 국무부 일본부장은 오는 19일 출판될 <결단하지 못하는 일본>(문춘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요미우리는 “미국의 9만명 철수가 실행됐으면 다른 나라 정부의 대응은 물론 일본인에게도 공황을 일으킬 뻔한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요이무리가 전한 미어씨의 저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인 철수가 제기된 것은 지난 3월 16일 새벽(현지시각) 회의에서였다. 미국 정부는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정보를 통해 원자로 온도가 너무 높은 것으로 파악해 “연료(노심)가 이미 용해됐다”고 판단했다는 것.

   
캐빈 미어 전 미 국무부 일본부장. ⓒ산케이신문
 
미어 씨는 특히 간 나오토 정권이 도쿄전력에 사후 대응을 전적으로 맡겨놓고 있는 것으로 보고 “불신감이 강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일 미국인의 전면 철수를 요구한 (미) 정부 고위 관계자에 대해 미어씨는 “미일 동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론을 펴  도쿄 거주 미국인들의 전면 철수 방안이 실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산케이신문도 미어씨 저서에 대해 “30년간, 대일 외교에 종사해온 미어씨의 저서 내용이 엄청나다”며 “일본대지진 직후 간나오토 정권의 대응을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미어씨는 저서에서 “간 나오토 정권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신감은 아주 심했다"면서 “간 정권이 무언가 중대한 정보를 은폐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세계에 퍼져 있었다” “간 총리가 원전사고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고처리를 도쿄전력의 문제로 치부하려 한고 생각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미어씨는 1954년 미 사우스캘롤라이나 출생으로 1981년 국무성에 발을 디딘 후 30년 동안 대일외교에 종사했으며, 19년 동안 일본에 체류한 대표적인 지일파이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폭발장면. ⓒ요미우리 온라인
 
그러나 미어씨는 지난해 12월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강의에서 일본 문화와 오키나와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일본 문화는 ‘갈취의 수단’ 오키나와 사람은 ‘속임수의 대가’”)는 교도통신 의 지난 3월 보도가 큰 파문을 일으키자 미 국무부 일본부장에서 해임됐다. 미어씨는 일본대지진 이후 국무성 태스크포스(특별임무반)의 조정관 업무를 보다가 4월 퇴직했다.

17일 <결단하지 못하는 일본> 출판을 앞두고 도쿄시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어씨는 “‘갈취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교토통신에 기사를 정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취재가 적절히 이뤄졌고 정확한 보도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캐빈 미어 전 미 국무부 일본부장이 저술한 <결단할 수 없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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