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백선엽을 전쟁영웅으로 방송한데 이어 독재자 이승만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방송을 강행하려는 KBS에 맞서 2주일 동안 방송중단 촉구 단식농성을 벌였던 독립운동단체 및 4·19단체, 한국전쟁 피학살자 유족들이 8·15 해방 66돌을 맞아 농성 중단을 선언했다. 단식농성에 그치지 않고 투쟁대상을 시민들에게까지 보다 확대한다는 취지로 이같은 방침을 정했지만 실상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기습적인 집회신고 때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98개 독립운동 단체 등으로 결성된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지난달 KBS 본관 앞 주변에 15일까지 집회신고를 냈으나 이달초 어버이연합이 16일부터 한달 간 동일지역에 집회신고를 내는 바람에 16일부터는 비대위가 이 곳에서 합법적인 농성을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은 비대위가 집회신고 연장을 위해 이달 초 영등포서에 방문했으나 이미 이틀 전에 어버이연합이 동일한 지역에 집회신고를 한 뒤였던 것을 알게 된 것. 이 때문에 비대위는 다시 이 지역에 대해 9월 중순부터 한달 간 집회신고를 냈다.

비대위는 지난 2일부터 오늘(15일)까지 2주동안 백선엽 미화방송 사죄와 이승만 방송 즉각중단을 촉구하는 원로 회원들의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이승만 방송 반대 단식농성 마무리 기자회견.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이에 따라 비대위는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독재자일 뿐 아니라 분단의 원흉이자 수많은 민간인 학살자 이승만에 대한 KBS의 찬양방송을 막아내기 위해 국민들과 함께 더 큰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소속 정동익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은 “김인규가 획책했던 8·15에 방송될 예정이었던 이승만 찬양방송에 대해 폭염과 폭우, 경찰과 깡패의 난동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힘으로 일단 저지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럼에도 김인규는 아무런 반성없이 방송강행을 위해 갖은 꼼수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이제 농성장은 떠나지만 더 큰 투쟁을 계속해나가야 한다”며 “이 싸움은 정의와 불의, 매국과 매국의 싸움이며, 독립운동하던 심정으로 싸워나가면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KBS의 역사왜곡과 민족 반역행위를 막기 위해 더 큰 결의와 다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립운동가 운암 김성숙 선생 외손자인 민성진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장은 백선엽 미화방송과 이승만 찬양 방송을 하려하고 있는 KBS에 대해 “전쟁의 원흉이자 극악무도한 독재자 이승만을 찬양하려는 것은 스스로 반민족 독재찬양집단임을 드러낸 것”이라며 △친일파 백선엽을 방송한 책임자 척결 △KBS 내 반민족 친일세력을 몰아낼 것을 촉구했다.

독립운동가 학산 윤윤기 선쟁의 4남인 윤호상 학산윤윤기선생기념사업회장도 “이승만은 살인귀”라며 “이승만이 건국아버지면 단군은 무엇이냐. 이승만은 민족정신을 말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승만 방송 반대 단식농성 마무리 기자회견.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오원록 전 한국전쟁 민간인학살유족회 상임위원도 “이승만은 학살자다.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프랑스 전쟁영웅 필립 베탕이 독일과 전쟁에서의 승리로 영웅대접을 받았지만 2차대전 중 독일에 협력한 사실이 드러나 종전후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감옥에서 여생을 쓸쓸히 마감한 사실을 들어 “이것이 선진국의 역사의식”이라고 제시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명박과 김인규, 그 하수인들에 대한 분노가 가슴을 때린다”며 ‘이승만 특집다큐 방송중단 요구가 제작자율성 침해’라는 KBS 주장을 들어 “이런 망발을 용서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 위원장은 “이미 이승만 찬양미화 방송이 김인규 등에 의해 지시됐다는 것 만으로 (제작자율성이) 망가진 것 아니냐”며 “어디다 대고 제작자율성 운운하느냐”고 촉구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 돌입하는 총파업에서 김인규 퇴진, 공영방송회복을 위해 싸울 것”이라며 “이승만 찬양방송이 완전히 폐기되고, 김인규가 퇴진하며, 민주정부가 수립돼 공영방송이 제대로 설 때, 그리고 분단사주·양민학살·민족분열 등 이승만의 모든 악행이 밝혀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날 비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KBS 앞의 단식농성을 마무리하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시민들과 함께 투쟁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KBS의 친일·독재 찬양 행각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김인규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적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들, 독재정권에 학살된 희생자들, 민주주의의 제단에 생명을 바친 모든 분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는 ‘친일독재 찬양방송’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정신을 지키는 일’이며, 역사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다음은 비대위가 릴레이단식농성을 마무리하며 15일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친일독재찬앙방송 저지 비대위 광복절 기자회견문>

국민들과 함께 ‘친일독재 찬양방송’에 끝까지 맞설 것이다

광복 66주년을 맞는 오늘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바쳐 싸운 애국 선열들 앞에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직도 곳곳에 친일파들이 득세하고 있는 현실도 참담한데, ‘공영방송’의 간판을 달고 있는 KBS마저 친일 반민족행위자를 찬양하고 ‘친일파의 아버지’이자 독재자, 학살자인 인물을 미화하는 프로그램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KBS의 친일파와 독재자 찬양, 미화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싸워왔다. 지난 8월 2일부터는 KBS 본관 앞에서 ‘친일파 백선엽 찬양방송 사과’, ‘독재자 이승만 찬양방송 중단’, ‘김인규 퇴진’을 걸고 릴레이 단식까지 벌였다.

이항증(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 증손자), 차영조(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 동암 차이석 선생 장남), 김정육(반민특위 위원장 영주 김상덕 선생 장남) 등 독립운동가 후손, 김광호, 박봉자, 정혜열, 윤종순 등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피해유족, 정동익, 안현수, 김영만 등 4·19 혁명 단체 원로 등 지난 14일 동안 125명이 단식농성에 참여했다. 도한 500여 명이 지지농성에 참여했다. 게다가 ‘4·19민주혁명회’, ‘4·19혁명의생자유족회’, ‘4·19혁명 공로자회’ 등 거의 모든 4·19혁명 관련단체 회원과 다수의 광복회원도 그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같은 간절한 호소는 공권력의 침탈에 짓밟히는가 하면, 정체불명의 ‘괴세력’들의 난동으로 위협받기도 했다. KBS도 지난 11일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제작에 대한 KBS 입장이라는 성명에서 ‘제작 자율성’, ‘언론탄압’ 운운하며 비대위를 비난하며 기존의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친일반민족해우이자 백선엽 찬양방송은 아무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승만 다큐 또한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과정에서 KBS는 특히 독립운동가의 후손, 민간인학살 피해유족 등 친일·독재 찬양방송 중단하라는 원로들의 농성을 겨냥해 “물리적인 압력”, “부당한 압력” 등으로 매도했다.

이에 비대위는 다시 한 번 KBS에 경고한다. KBS의 ‘제작 자율성’은 공영방송 KBS가 민족 정체성과 헌법 정신을 지키고 수호하는 범위에서 존중받는 것이지, 친일 독재를 미화하고 헌법 정신을 유린하는 방송은 ‘제작 자율성’ 권한 밖이며 동시에 스스로 이를 짓밟는 행위라는 점을 밝힌다. 동시에 거대 언론사인 KBS가 언론 탄압을 거론하며 저항할 곳은 정치 권력에 있지 비재위가 아니라는 점을 각성하길 촉구한다.

하지만 비대위는 흔들림없이 농성장을 지켜냈으며, 수백 명의 시민들과 함께 ‘백선엽 찬양방송 사과’, ‘이승만 찬양방송 중단’, ‘김인규 퇴진’의 촛불을 밝혔다. 동시에 비대위의 결연한 투쟁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KBS가 당초 광복절을 전후해 ‘이승만 5부작’을 방송할 계획이었으나 일단 광복절인 오늘 방송하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건국’이나 ‘건국 대통령’이라는 방송 멘트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비대위는 KBS 앞의 단식농성을 마무리하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시민들과 함께 투쟁하고자 한다. 우리는 KBS의 친일·독재 찬양 행각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김인규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적 운동을 벌일 것이다. 또한 KBS가 찬양한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의 실체는 무엇인지, 4·19 혁며응로 역사의 평가가 끝난 이승만을 온갖 무리수를 쓰면서 미화, 찬양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것이다.

나아가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 친일파, 독재정권 잔당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고 있는 KBS가 감히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올려 달라’고 뻔뻔스러운 작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결코 지켜만 보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광복 66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들, 독재정권에 학살된 희생자들, 민주주의의 제단에 생명을 바친 모든 분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는 ‘친일독재 찬양방송’에 끝까지 맞설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정신을 지키는 일’이며, 역사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KBS와 김인규에게 다시 한 번 경고한다. KBS는 지금이라도 백선엽 찬양 행각을 사과하고, 이승만 미화 방송의 중단을 선언하라. 그리고 공영방송의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김인규씨는 당장 물러나라. KBS와 김인규씨가 우리의 마지막 경고를 외면한다면 그들에게 돌아갈 것은 오직 국민적 저항과 역사적 심판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1년 8월 15일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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