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심의 규정 모호" 논란 계속
"공정성 심의 규정 모호" 논란 계속
"9조2항 위헌적 요소 커…진실성을 핵심요건으로 해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MBC 라디오 <박혜진이 만난 사람> 등 지상파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제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규정 9조(공정성)와 14조(객관성) 등을 어겼다며 프로그램들을 제재했으나, 권력에 대한 감시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감안하면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어 6대 3 다수결로 <박혜진이 만난 사람>(6월11일 방송분)에 '주의'를 의결했다. '주의', '경고',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의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 또는 재승인 심사 때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법정제재다.

위원회는 법정제재는 아니지만 유성기업 노조파업 문제를 다룬 MBC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5월25일 방송분)와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5월28일 방송분)에 대해서도 '권고'를 의결했다. 심의규정 14조(객관성)를 어겼다는 것이다.

위원회가 <박혜진이 만난 사람>을 제재한 이유는 이렇다. 일제고사를 거부해 해임됐다가 대법원 판결로 복직한 교사들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방의 의견을 전달했으며, 진행자인 박혜진 아나운서도 이에 호응했다는 것이다.

출연 교사가 "일제고사를 거부했던 건 아니다"라고 말하자 박 아나운서가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준거죠?"라고 말한 대목 등이다. 위원회는 ‘학생들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도록 사실상 유도하는 행동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법원 판결문을 들어 심의규정 9조를 적용했다.

심의규정 9조 2항은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이다. 하지만 이는 위원회 출범 직후부터 정치적 사안에 따라 엇갈린 적용으로 논란이 계속돼온 조항이다.

   
MBC 라디오 <박혜진이 만난 사람>. ©MBC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한국PD연합회 주최 토론회에서 공정성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제한의 원칙에 비춰볼 때 위헌적 요소가 매우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1항의 진실성과 달리 2항의 균형성과 3항의 객관성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하고'라는 대목은 명확하지만,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에서의 '균형'은 양적 균형인지 질적 균형인지, 그리고 그 적용대상은 단일프로그램인지 연속프로그램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위원회가 결정문에서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한 출연교사의 발언에 대해 "해임 조치가 과한 것일 뿐 위법행위는 명백함에도 그 자체를 부정하는 일방의 주장을 방송했다"고 지적한 것도 논란거리다. 사건 당사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밝힌 것과, 행동이 어떤 법적 판단을 받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이어 "그 때는 혹독한 겨울이었다. 몸도 춥고, 마음도 춥고…"라는 박 아나운서의 발언도 거론했는데, 이는 심의규정에 기반한 심의가 아닌 인상비평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1기 위원회는 2008년 11월 YTN '블랙투쟁'(정부의 낙하산 사장 임명에 항의하는 의미로 YTN 기자, 앵커, 기상캐스터가 검은 옷을 입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건)을 중징계하면서 "검은 옷을 입으면 혐오감을 준다"는 인상비평으로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바 있다.

이번 경우도 '위법한 출연자를 편드는 진행자는 안 된다'는 일종의 판례가 되면 논란의 불씨를 남기는 셈이다. 방송심의규정 7조(방송의 공적책임) 8항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여야 한다'는 조항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윤 연구위원은 방통심의위가 공정성 심의규정으로 방송내용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개선방안을 냈다. 예를 들어 정치인 출연 방송의 경우 동등한 기회를 주는 조항만 남기고 균형성 등 자의적 적용이 가능한 조항은 없애라는 것이다. 공정성 심의규정은 진실성을 핵심요건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이기도 한 박경신 고려대 교수가 낸 대안은 세 가지다. 방통심의위를 폐지하고 독일이나 일본, 영국의 BBC처럼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방송심의규정 9조2항의 균형성 심의를 자율규제로 전환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정부가 당사자이거나 정부가 추진하는 사안에 대한 보도에 공정성을 적용해 제재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반 년 전부터 이런 제안이 나왔음에도 이에 대한 법적 제도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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