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춘천에 사는 박대용 춘천 MBC 기자는 최근 트위터에서 ‘물이 없어서 화장실에 못 간다’ 글을 봤다. 이 글은 경북 구미에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시민이 쓴 것이었다. 그는 곧바로 마트로 달려가 생수를 구입해 트럭에 싣고, 장애인을 비롯한 구미 시민들 각 가정에 10~20통씩 식수를 공급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박 기자의 트위터 팔로워들은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줬고, 금새 400만 원이 모였다. MBC, SBS 등 수많은 언론사가 박 기자를 인터뷰 했고, 해외의 ‘더 스트림 알자지라’(the stream aljazeera)에도 이 사례가 소개됐다.

# 2. 서울에 사는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구미 식수난 현장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재열 기자는 트위터에서 이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하고 있는 한 구미 시민을 발견했다. 고 기자는 그분을 통해 구미 시민들과 접촉했다. 시민들은 고 기자에게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사진을 비롯해 동영상까지 촬영해 보낸 시민들도 있었다. 후배 기자를 출장 보내지 못했지만, 고 기자는 현장을 샅샅이 누빈 시민들을 통해 다른 언론보다 빨리 생생하게 현장 소식을 듣고, 전할 수 있었다.

최근 언론계 안팎에서 ‘소셜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이용자들이 급증함에 따라 기존의 뉴스 생산․유통․소비 방식이 급변하고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시민들 스스로가 이슈를 만들어 가는 시대에서 언론과 언론인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시급해지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네트워크 저널리즘 시대의 소셜 미디어의 활용과 전망’ 주제로 열린 토론회(주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소셜 저널리즘’의 현실과 향배를 짚었다.

   
▲ 30일 오후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네트워크 저널리즘 시대의 소셜 미디어의 활용과 전망’ 주제로 열린 토론회(주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가 열렸다. 조화영 디지털조선일보 방송마케팅팀장, 박대용 춘천 MBC 기자, 배정근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 최진순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기자, 고재열 시사인 기자 모습(왼쪽부터). 최훈길 기자 chamnamu@mediatoday.co.kr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여론의 소통 프레임이 쌍방향 소통에서 삼방향 소통으로 바뀌었다”며 “뉴스의 생산, 유통, 소비에 모두가 참여하는 시대가 됐다”고 촌평했다. “일방적으로 뉴스를 소개”하던 시대에서 “집단지성이 뉴스의 생산, 소비, 유통에 참여하는 스마트화 시대”가 도래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 기자가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리트윗 되는 글’을 분석한 결과, 1년 전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 이슈’, 6개월 전에는 ‘조국·진중권 등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사회 이슈 촌평’이 주목받다가 최근에는 ‘사회 이슈에 대한 일반인 또는 현장 관계자들의 촌평’이 트위터에서 주목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변화와 맞물려 최근에는 김여진 등 소셜테이너들의 활약으로 주류 언론이 독점하던 ‘어젠더 세팅’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 지난 5월11일 박대용 기자 트위터.
 
고재열 기자는 “소셜테이너들은 홍대 청소노동자, 쌍용차, 한진중공업, 반값등록금 사안처럼 사회의 일부만 의식하던 문제를 사회적으로 의제화 시키고 정치 의제까지 승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트위터에서 의제가 확산돼 주류 미디어로 가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조선일보가 쓰면 이슈가 됐는데 지금은 김여진이 가면 이슈가 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는 현재 언론과 언론인들 내부에서 다양한 고민거리를 주고 있는 현실이다. 고재열-박대용 기자처럼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며 뉴스를 함께 만들거나 심지어 기자가 뉴스메이커가 되는 것이 ‘기자는 무엇인가, 언론은 무엇인가’라는 정체성 고민을 낳은 셈이다.

이에 대해 박대용 기자는 “나는 인터뷰 하는 사람이 울면 우선 안아주고 그 다음에 인터뷰를 한다”면서 “현장에서 내가 느끼는 관점에 따라 인간으로서 실천하는 것에 대해 언론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닌가”라고 말해 ‘적극적’ 언론인상을 주장했다.

그는 “현재 언론계에서 많은 변화가 일고 있지만, 회사와의 관계 면에서 소속 기자들이 어떻게 할지 혼돈 상태인 것 같다”면서 “프론티어에 있는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나름대로 공정해 보이는 형태의 프론티어 라인을 만들어줘야 후발 주자들이 혼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 고등학생이 박대용 기자의 트위터에 식수 공급을 요청했고, 이를 확인한 박 기자가 한 학교에 식수를 즉석에서 공급했다. ⓒ 박대용 기자 블로그
 
반면,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신뢰 있는 정보를 독자들에게 취사선택해 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조화영 디지털조선일보 방송마케팅팀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자료를 보면 인터넷 사용자가 90%는 정보를 관망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관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정보가 괜찮고 신뢰 있는지 고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보를 정제해주는 작업이 생산자로서 언론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통적 언론(인)의 역할과 소셜 미디어 시대의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이견이 있는 현실에서, 소셜 미디어의 등장을 두고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주류 저널리즘의 자기혁신을 냉정하게 요구하는 플랫폼의 등장”이라고 촌평한 미디어 전문기자인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최진순 기자의 지적은 주목된다.

최진순 기자는 ‘소셜 저널리즘’이 뉴스 면에서 △리트윗 등을 통한 뉴스 생명력의 연장 △트위터 내 상호 평판을 통한 뉴스 수정 및 변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지가 뉴스 가치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기자의 증가 △기자 업무의 개방성, 투명성 증가를 낳고 있는 등 언론인에게 끼치는 파장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언론사는 통제적인 가이드라인 제정, 기사 트래픽에 의존하는 상황 등으로 “소셜 저널리즘과 관련된 (언론사)뉴스룸 내부의 체계적 대응이 전무한 실정이고 진통과 갈등이 거듭되고 있다”고 최 기자는 진단했다. 그는 “언론사 전체조직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과 대화를 공유하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소셜 네트워크 가담자들은 끼리끼리 굉장히 소통하면서 현안에 대해 한 방향으로 정치화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진통을 겪고 있는 격변기에 언론사와 언론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 '알자지라'에도 소개된 박대용 기자의 식수 공급 사건. TV 화면에 생수통을 실은 트럭이 보인다. ⓒ 알자지라
 
최진순 기자는 “소셜 네트워크로 먼저 대화를 하고 대화의 전형을 보여주며 새로운 기자상을 리드하는 기자들은 소셜 네트워크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고 (아픔을)보듬어 주고 있는 고마운 존재”라며 “기사 트래픽에 얽매이기 보다는 감성이 있는 휴머니스트 기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게 진정한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사의 저널리즘에 대한 내부 자성, 성찰 그리고 대화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꽤 장려돼야 소셜 네트워크의 집단지성과 언론이 조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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