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재앙’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4일경부터 본격 시작된 장마와 태풍에 전국의 4대강 공사 현장 곳곳이 흉측한 몰골을 드러냈다.

환경단체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호국의 다리’로 불리는 경북 칠곡군의 왜관철교 교각이 무너져 내렸고, 낙동강 사업 33공구인 상주보 하류 제방 수백미터가 유실됐다. 경향신문은 28일자 신문을 통해 “금강살리기 공사 현장을 돌아본 결과, 본류와 합류 지점 곳곳에서 하상과 제방의 역행침식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 측은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적극 해명하고 있지만, 그 연관성은 다른 무엇도 아닌 ‘정부 자료’에 의해 입증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특히 왜관철교의 경우, 지난 2009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환경영향평가서를 통해 무너진 2번 교각에 보호공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나 현장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칠곡군 왜관철교 붕괴 현장. 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운동연합 측은 이와 관련 “왜관철교 붕괴는 인접한 4대강 사업으로 하상이 과도하게 준설되어 일어난 사고”라며 “4대강 공사로 강바닥이 준설 전보다 4m 낮아졌다. 장맛비로 교각 부근에 와류가 발생, 교각 밑바닥에 있는 모래를 세굴하게 되었고, 결국 교각이 기울어지면서 교량상판이 하천 바닥으로 내려앉으면서 붕괴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단체는 또 “2번 교각은 세굴에 의한 붕괴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보강을 하지 않았다. 이것도 교량 붕괴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왜관철교뿐만이 아니다. 낙동강사업 21공구에 있는 우곡교의 경우도 교각 4번에서 8번까지 모두 5개 교각에 교량보호공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3일 현재 2개만 공사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천교 역시 교각 3개 중 1개는 아직 공사를 하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이에 대해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외형적 성과만 달성하려고 했지 발생가능한 위험에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급기야는 그간 사안 축소에 급급하던 일부 보수언론도 4대강 사업과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28일자 <끊어진 ‘호국의 다리’ 언제쯤 이어지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고는 상류 2㎞ 지점에서 진행 중인 4대강사업 칠곡보(24공구) 공사에 따른 강 바닥 준설과 일부 교각에 대한 기초 보호공사 누락, 낙동강 상류에 내린 폭우 등의 원인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목에서 새삼 화제로 떠오른 것은 지난 6월 2일자 신문에 박정훈 기사기획에디터가 쓴 칼럼 한편이다. 박 에디터는 <4대강의 진실,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는 글을 통해 “4대강 문제는 경제·환경에다 정치·이념·종교까지 가세한 MB 정권 최대의 논쟁거리였다”며 “그렇게 국론을 양분(兩分)시킨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심판의 순간이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 건설과 준설이 90% 공정률을 넘기는 등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 ‘때 맞춰’ 여름 홍수 시즌이 찾아오니 ‘실제 검증’이 가능해졌다는 논리였다. 박 에디터는 “그동안 찬·반 양측은 자기 편리한 대로 말의 성찬(盛饌)을 쏟아낼 수 있었다. 실제 검증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곧 열릴 '홍수의 재판정'에선 피해갈 수 없는 진실의 선고가 내려지게 된다. 심판은 복잡할 것도 없다. 예년 수준 홍수가 닥쳤을 때 피해가 줄었다면 반대 측이 틀린 것이고, 피해가 커졌다면 정부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에디터는 이어 “만약 정부가 틀렸다면 장밋빛 전망을 부풀린 책임자를 문책하고 사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반대 경우라면 온갖 언설을 쏟아냈던 일부 학자·환경운동가·정치인·종교인들이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죄를 참회해야 한다”면서 “2년간 헷갈렸던 국민은 4대강의 심판을 벼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6월 2일자 박정훈 에디터의 칼럼.
 
하지만 이제 겨우 올 여름 첫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상황에서, ‘4대강 반대’ 측이 혹세무민의 죄를 참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앞으로 1~2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며, 장마 역시 강우량이 평년보다 많고 집중호우도 잦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운동연합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을 강조하며 “지난 5월, 홍수에 대비해 시행한 시민공동조사단 조사에서도 장마가 시작될 경우 붕괴 위험이 있는 교각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과도한 준설과 역행침식으로 하천 바닥이 깎여 내려 앉아 교각의 기초와 하천 바닥이 서로 들떠 있는 아찔한 곳도 있었다”고 전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나아가 “결론적으로 평가하자면 4대강 사업은 하천을 기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묘책은 없다”며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준설을 중단하고, 홍수시 가동보의 작동을 금지해야 하며, 하천공간 안에 공원사업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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