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의 성과주의 시스템을 정면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다가 파면처분을 당한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안철상 수석부장판사)는 17일 채 전 서장이 조현오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파면처분 취소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이 상사를 비판하는 의견을 외부에 발표한 행위는 징계사유에 해당되지만,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을 택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채 전 서장이 제기한 소송의 주된 취지를 재판부가 거의 모두 수용한 것이다.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
 
채 전 서장은 판결 소식을 들은 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제가 문제를 제기했던 경찰청장이 현직에 있는데도 재판부가 이렇게 결정한 것에 경의를 표한다”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전 서장은 특히 파면된 이후 지난 1년 간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간 쉬면서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의 생활을 몸소 체험했다”며 “음식점에서도 일해봤고, 공사장에도 나갔다. 최근엔 마을버스 운전을 막 하려던 참에 이번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채 전 서장은 “경찰에 복직되면 이런 소중한 경험들을 살려 어려운 사람을 진심으로 보듬을 수 있는 공직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 실적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와 파면으로 이어진 파동이 이번 재판으로 끝나기를 바랬다. 채 전 서장은 “경찰이 항소하는 것까지 안갔으면 좋겠다”며 “항소하게 된다면 또 다시 일년여 동안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 전 서장은 최근 반값등록금 촛불집회를 개최한 대학생들을 조사한 경찰이 여대생을 비롯한 일부 대학생들을 인권침해했다는 문제제기가 터져나오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정확한 진상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은 잘 보호돼야 한다. 우리 경찰을 포함한 공직자는 국민을 하늘처럼 섬겨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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