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독재자 이승만에 이어 친일파 백선엽까지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특집방송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4월혁명과 한국전쟁 관련단체와 친일파 연구자 등 역사학계 내에서 “한나라당 정권의 재창출을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앞 계단에서 열린 ‘독재자 친일비호 방송 규탄대회’에 참석해 KBS가 독재자와 친일파 미화가 우려되는 특집방송을 강행하는 것과 관련해 “왜 이러느냐.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민국을 ‘자랑스런 반공과 안보로 뭉친 나라’로 만드는 흐름에 맞춰, 이승만 미화를 통해 국부를 자랑하고, 백선엽을 영웅으로 만들어 친일행적을 상쇄시킴으로서 (보수세력의) 차기 정권을 창출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실장은 “KBS가 잘못된 역사에 가담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정동익 4월혁명회 상임의장도 이날 “KBS 사장이 과거 MB 특보하다 사장 자리 꿰차더니 이제 수구보수세력의 유신공주가 집권할 때를 대비해, 사욕을 위해 공영방송 전파를 악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며 “지금 행태를 보면 그렇게 얘기해도 싸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일파 백선엽(오른쪽). ⓒKBS 새노조

정 의장은 “요즘 KBS 망가지는 모습 보고 있자니 안타깝다”며 “3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이 사랑하는 방송에서 어용방송·정권의 나팔수 방송이라는 손가락질도 모자라 친일·독재 미화 방송을 한다고 한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성토했다.

정 의장은 “이승만이 누구인가, 4·19 때 부정선거에 항거한 청년학생 수백 명을 학살한 장본인이자 수십만 양민을 학살한 장본인이다. 이런 자 미화하겠다니 정신이 있느냐”며 “또한 백선엽이 누구냐, 만주군 중위로 수백명의 독립군을 학살한 친일파다. 이를 미화하는 방송을 한다는 말을 듣고 사람들이 ‘웬 넋빠진 놈이 이런 엉뚱한 발상하느냐’고 한다. 넋빠지지 않고 이런 방송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4월 혁명회에서 이를 갈고 있다”며 “4월 영령들이 묘비에서 통곡하고 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정 의장은 “KBS가 이젠 드디어 망하기 직전까지 왔다”며 “독재자 친일파 미화 방송이 나가면 KBS의 위상이 추락해 국민에게 버림받을 것이고, 비참한 방송에서 월급 몇푼에 비굴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하지만 “여러분들이 싸우면 국민들이 반드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희 한국전쟁유족회 총괄사업단장은 한국전쟁 이후 겪은 자신의 참담한 실상을 소개하면서 이승만 정권의 잔혹성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삼촌이 한국전쟁 직후 이승만정권의 민간인 학살에 의해 희생됐으며, 자신 외에도 똑같은 입장에 있는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전쟁 전후로 이승만 정권에 의해 희생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치의 홀로코스트,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알아도 정작 한반도에서 벌어진 이승만 정권의 100만에 가까운 민간인 희생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며 “나는 아버지 잃은 호로자식이자, 빨갱이 자식, 연좌제까지 겪은 장본인이다. 저같은 분 수백만이 여러분 주위에 같이 산다. KBS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전쟁과 학살의 원흉 이승만을 5부작으로 특집다큐를 만든다는 치욕적인 얘기를 듣고 피가 토하는 심정”이라고 탄식했다.

정 단장은 “4·19에 의해 단죄된 사람을, 다시 50년이 흐른 뒤 다시 부활시켜 공과를 가린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며 “세금(수신료)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무너지면 국민이 무너지고, 언론이 바로서지 않으면 나라가 바로설 수 없다. 자기 영달을 위해 프로그램 만들고 제작하는 KBS 김인규 사장의 행태에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실장은 KBS가 백선엽을 한국전 영웅으로 둔갑시킨다는 말을 듣고 “무슨 장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의 친일파적 행적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박 실장은 백선엽이 소속됐던 ‘간도특설대’를 두고 “친일파 중 최악질이 간도특설대”라며 “만주국 소위가 되면 일본의 평민에서 사족으로 신분 상승을 할 수 있고, 이들이 직업군인이 되겠다고 했던 것은 군인으로 출세하겠다는 것인데, 더구나 조선인이 이렇게 한 것은 항일세력을 토벌하고 출세하겠다는 확신범임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KBS 새노조

박한용 실장은 "백선엽이 이런 자발적이고, 적극적 친일을 해놓고도 해방 이후 자랑스런 군인으로 행세하고자 했다면 적어도 자신이 독립운동 세력을 학살한 간도특설대 대원으로서 한마디 사죄는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백선엽을 왜 KBS가 전쟁영웅으로 둔갑시키느냐, 학살한 사실을 먼저 제작해야 한다”며 “간도특설대를 조명한 뒤 ‘그랬던 백선엽이 6.25 때 왜 이랬을까’를 제작해야 맞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광복군 장교를 지낸 전 고려대 총장 김준엽 옹이 7일 별세한 것을 두고 박 실장은 “이승만, 백선엽을 할 게 아니라 별세한 최후의 광복군 장교인 김준엽 선생에 대한 긴급다큐를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