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취재를 다녀온 취재진 가운데 방사선 피폭 판정을 받았거나 다수의 염색체 손상 판정을 받은 언론인(KBS 촬영감독, PD)이 속속 확인되면서 언론계에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원자력병원이 운영하는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진료센터)에는 염색체 검사(불안정형 염색체 분석법)를 받으러 온 기자 PD 촬영감독 등 언론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검사장에 온 일부 취재진은 의료진이 지난 3월 21일 검사를 받으러 왔을 당시엔 굳이 염색체 검사까지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 점을 들어 강하게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진료센터는 향후 염색체 검사를 받거나 받기로 예상되는 언론인 규모가 최대 2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장소로부터 10∼20km까지 근접한 언론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검사결과가 나오는 6월 초·중순께엔 방사선피폭 판정을 받는 언론인들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3월 21일 염색체 검사를 받은 KBS 취재진 가운데 1명의 PD는 ‘세포 1000개 중 4개의 염색체 손상 세포가 발견됐다’는 소견을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이에 따라 기준치(1000개 중 0∼2개) 이상의 염색체 손상 검결과가 나온 취재진이 모두 3명으로 늘었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12일 진료센터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 취재를 다녀온 뒤 오염검사 또는 혈액검사(백혈구 세포수 변화 여부 측정)만을 받았거나 아예 검사를 받지 않았던 언론인들이 11일 하루에만 12명이 찾아와 검사(채혈)를 받았다. 여기엔 KBS와 몇몇 신문사 소속 취재진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진료 여력상 하루에 다 검사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다음 주 등으로 검사일정을 예약한 언론사 종사자만도 40여 명에 이른다.

정흥수 원자력병원 홍보팀장은 12일 “과거 오염 검사(의상, 신발 등 외부피폭여부 측정)만 받았던 분들이 정밀 염색체 검사까지 받겠다고 문의한 분이 많다”며 “일본을 다녀온 언론인들은 최대 100∼200명 선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근 염색체 검사를 통해 방사선 피폭 여부를 판정받고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언론인들이다. 현재까지 일본 현지에 파견됐다가 귀국해 염색체 검사를 포함해 오염검사, 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은 이들은 모두 120∼130명인데, 이 중 언론인만 100명에 이른다. 특히 언론인 100명 중 염색체 검사를 받은 언론인은 40여 명에 달한다. 지난 3월 21일 이후 염색체 검사를 받은 이들은 소방대원과 구급대원까지 다 포함해도 50여 명 뿐이다. 사실상 언론인이 대다수인 것이다. 무엇보다 박성주 KBS 촬영감독이 방사선에 피폭됐고, 다른 촬영감독도 1000개 세포 가운데 5개의 염색체 이상 세포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미디어오늘 등에 알려지면서 정밀검사를 받겠다는 언론인들이 대거 더 늘게 됐다.

언론사 별로는 KBS 취재진이 가장 많이 검사를 받고 있다. KBS는 앞서 검사받은 이를 포함해 일본과 러시아 특파원까지 귀국시켜 검사를 받았거나 예약을 해뒀다. 3월 21일 검사를 받았던 KBS 취재진 10명 가운데 방사선 피폭 판정 1명(박성주 감독), 1000개 세포 중 염색체가 손상된 세포가 5개로 나온 촬영감독 1명, 4개로 나온 PD 1명 등 3명에 대해 기준치 이상으로 의심되는 검사결과가 나왔다. 이밖에도 이번 주 중 1명의 검사결과가 더 나올 예정이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MBC의 경우 일본 대지진 취재를 했던 보도국, 보도제작국, 시사교양국 취재진은 모두 40여 명이다. MBC노조(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들 모두에 대해 염색체 검사를 실시하도록 회사측에 촉구했다.

진료센터 검사장에 몰린 언론인 가운데엔 후쿠시마 원전 근거리까지 접근했던 이들도 있어 심각한 검사결과가 나올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MBC 노조에 따르면 MBC 제작팀 중에는 후쿠시마 원전 20km 근처까지 접근해서 취재한 사례도 있다. 이밖에도 헬기로 항공촬영을 했던 취재진과 후쿠시마 시내까지 들어갔던 취재진도 검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성주 KBS 촬영감독은 “6월에 피폭자 판정이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원전에서 40∼50km 떨어진 내가 피폭 판정을 받았고, 도쿄에 있었던 촬영감독마저 염색체 이상 세포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에 원전 반경 30∼40km 이내인 후쿠시마 시내에서 취재했던 기자들(KBS 보도국 등)과 헬기를 타고 근접거리를 항공촬영했던 취재진 등도 면밀히 검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진의 태도도 많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검사장에서 의료진은 기자들에게 일본동북지역 지도를 주고 갔던 위치와 날짜, 체류했던 시간까지 체크하도록 하는등 꼼꼼하게 문진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지난 3월 21일 검사받은 이후 염색체가 어떻게 변했는지 재검사와 함께 손상 염색체의 변형된 형태 및 민감도 등 추가조사를 위해 검사장을 찾은 박성주 KBS 감독은 “지난 번 검사 때부터 이렇게 꼼꼼하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흥수 원자력병원 팀장은 “당시에도 30km 반경에 들어갔는지, 후쿠시마에 갔는지 여부에 대해 구두로 물어보긴 했다”면서도 “50km 바깥에 있던 취재진이 피폭 판정을 받게 되면서 일본 정부 기준의 신뢰도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에 오류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여러 행동 반경 등을 더 조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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