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수입 수산물인 ‘활 백합’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그러나 정부는 검출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를 들어 별다른 조치 없이 22일 시중 유통을 허가했으며, 유통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수입된 활 백합 3800kg에서 요오드 14Bq(베크렐)/kg, 세슘 6Bq/kg이 검출됐다. 검사원이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수입 수산물 538건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 수산물에서 처음으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국민을 안심시켜 왔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말과 다르게 검출된 방사성 물질이 각각 국내 기준치의 4.6%와 1.6%에 불과하다며 시중 유통을 허가했다. 이 백합 조개는 22일께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유정복)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지만 미량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의 방사성물질 국내 허용기준은 요오드가 300Bq/kg, 세슘이 370Bq/kg이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은 물리학적 반감기가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수백 년이 걸리는 것 등 종류가 다양하고, 반감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방사능을 방출하기 때문에 인체 섭취는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또, 국제식품규격인 코덱스(CODEX) 기준에 따르면 요오드 허용 기준치는 100Bq/kg으로 국내 기준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적용하면 이번에 일본산 백합 조개에서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는 14%에 해당하는 양이다.

정부가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일본 수산물을 별다른 안전대책 논의 없이 시중에 유통시킨 것도 논란이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농식품부가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농식품부는 21일 저녁 늦게 일본산 까나리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백합조개에서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는 사실을 뒷부분에 끼워넣었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를 출입하는 기자들 대부분이 백합조개가 시중에 유통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 내용을 기사화 한 곳은 경향신문과 아시아경제가 전부였다.

이와 관련해 출입기자들이 “국민적 관심사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뭉갤 수 있나”라며 항의하면서 기자와 공무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아시아경제의 고형광 기자는 기자수첩에서 “백번 양보해서 농식품부는 '방사성 물질 검출'보다는 '기준치 이하'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들의 방사성 물질에 대한 관심을 감안한다면, 이는 너무 안이한 태도”라며 “반대로, 그 중요성을 알고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면 국민들을 속이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호근 농식품부 대변인은 “검출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유통 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이번 검출된 양은 미국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갈 때 받는 방사선보다 적은 양으로,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까지 문제 삼는다면 비행기 타는 것부터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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